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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05. 2023

진짜 독일에 돌아왔구나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일요일 아침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 간의 짧은 잠을 뒤로하고 부스스 일어나 앉으며 두리번거렸다.

도무지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을 하고 자동차로 쉬다 가다 쉬다 가다 아우토반을 달려

집에 도착했던 지난밤이 아득하기만 했다.


지난밤 비행기가 2시간 연착하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고 어쩔 수 없이 차를 빌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집으로 도착한 것이 새벽이었다.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동네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깊은 밤잠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익숙한 우리 집 현관문이 보였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들을 들고 현관문을 열자 그동안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쾌쾌한 먼지 냄새가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겼다.

떠나기 전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다 소파에 걸어 두었던 옷가지 몇 개... 돌아오면 심란하지 않으려 치워 두었던 텅 빈 냉장고와 쓰레기통..


마치 정지 화면을 들여다보듯 시간이 멈춘듯한 모습들은 우리가 집을 비우고 길을 나섰던 4주 전과 다름없어 보였다.

단지 귀를 쫑긋 거리며 촐랑촐랑 다가올듯한 나리의 모습 만이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침대도 덩그러니 비워져 있을 뿐이고 말이다.


일요일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혹시나 해서 오후에 나리를 데려 오기로 한 것은 정말이지 잘한 일이었다 를 되뇌며 

한국에서 애써 들고 온 감사한 먹거리들만 빛의 속도로 정리한 뒤

그대로 침대로 파고들었다.


익숙한 침대 속에서 달콤한 잠을 이룰 수 있었지만 역시나 시차적응은 시간이 필요했다.

몇 시간 누워 있지도 못했건만 한국에서 활발히 돌아다니던 시간에 더 이상 누워 있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남편과 동네 빵가게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거리를 걸으며 주말엔 더 많은 사람들로 넘쳐 나던 한국 거리를 떠올리며 우리가 독일에 오긴 왔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먹던 부드럽고 달달하던 크루아상에 비해 조금은 딱딱하고 맹맹한 크루아상에 버터와 딸기잼을 얹어 먹으며...

연하고 부드럽던 한국 카페에서의 카푸치노에 비해 정신이 번쩍 나게 진한 독일 카푸치노를 마시니

이젠 정말이지 독일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to 애독자님 

이제나 저제나 글 올라오기를 기다리시던?

울 애정하는 독자님들 김자까 생존 신고 합니다.


여러분이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한국에서 장장 4주의 일정을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왔습니다. 

일요일에 도착해서 월요일부터 병원일을 시작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가득 채워온 에너지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동안 글이 쓰고 싶어 근질근질했습지요 

노트북까지 이고 지고 갔지만 5년 만의 한국 나들이라 만나야 할 사람도 가보아야 

할 곳들도 많고 해서 글을 쓸 시간을 얻지 못했어요.


연령대도 취향도 각기 다른 개성 강한 다섯 식구가 뭉쳐 다녀야 해서 

일정 계획 하기도 만만치 않았고요 ㅎㅎ


더군다나 독일 김자까네가 한국의 한여름의 한복판을 거닐다 왔지 않습니까?

그동안의 일들이 너무 궁금하셔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여행 가방 하나둘 비워 내듯 차차 재미난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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