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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0. 2023

지금은 아침일까? 밤일까?

소리 없이 내린 가을이 간다는 말도 없이 스쳐 지나 간다.


아침 출근길은 아직 사방이 어둡다. 7시 12분 짙푸름이 내려앉은 하늘은 도무지 동틀 기미가 없다.

이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한겨울의 어느 날 즈음이다.


나는 새벽 공기가 뿌려 놓은 것 같은 독일 하늘의 동트기 전 (동태 전 아님 주의 ㅎㅎ)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예전 내 그림들 중에는 유난히 바다를 담은 것 같은 하늘이 많다.


여름휴가를 끝으로 다시 정신없이 일상을 파고들다 보니 어느새 나뭇잎에 물이 들고 가을이 젖어들기도 전에 이른 아침이 어두운 겨울에 와닿은 느낌이다.


가을은 언제 온다 소리도 안 했건만 이렇게 지나가고 있나 보다.

밤새 얹힌 빗방울이 무거워 살며시 부는 바람에 맥없이 떨어지는 물들다 만 낙엽들이

"흐미~여적 가을 인디 뭐땜시 겨울은 그리 맴이 급한겨~!"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중부 지방은 다음 주부터 아이들 가을 방학에 들어간다.

원래는 2주였는데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며 이래 저래 아이들 수업일수가 모자라

이번 가을 방학은 일주일이다.


우리로 고1인 막내는 일주일 방학은 방학도 아니라며 툴툴 대지만

 "오늘만 학교 다녀오면 방학이네~!"

 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감출 수가 없다.


독일은 서머타임을 하고 있어 3월에 빌려 준 한 시간을 10월 마지막 주면 다시 돌려받는다.

고로 아이들 방학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 밤이 걷히지 않은 것 같은 출근길과 등굣길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10월 말이 다 되어 간다. 11월 이면 시간적으로 겨울이 시작될 시기이니

서둘러 발동 건다고 겨울을 나무랄 일은 아닌 듯싶다.

자연의섭리는  참으로 신기하다 핸드폰 알람 설정도 되어 있지 않을 텐데 어찌 그리 시간 맞추어 또 다른

계절을 내어 주는지...


이제 얼마 안 있음 마주할 겨울을 준비할 시간이 된 듯싶다.

안방 서랍장 그리고 막내의 서랍장을 열면 반바지, 원피스, 짧은 티셔츠,..

무덥던 한여름을 우리와 함께 했던 옷들이 아직 그대로 고개 내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정리해서 옷장 안에 넣어 두어 야겠다.

안녕 얘들아 내년 여름에 보자꾸나 ~! 하는 다정한 인사를 남기며 혹은

호울쭉 해 져서 내년엔 볼일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반바지와 원피스야 라는 가당치

않은 인삿말을 남기며 말이다.


To 애독자님들..

가을과 겨울 그 어디 매쯤 서 있는 김자까 인사드립니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요즘 병원에서 그리고 왕진 가방 챙겨서

독감 예방 주사 하러 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음 가득 채운 아이스커피만 부르짖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따뜻한 커피가 좋아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한국에서 데려온 믹스커피 손에 들고 홀짝이자니 온기가 전해지는

손바닥도 달달해져 오는 입도 나른함으로 충만해지는 주말이네요.

울 독자님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포근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요.


독일에서 김중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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