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Feb 04. 2024

2.남편이 나를 누나라고 불렀다

이게 진짜라고? 레알?


피트니스 센터 회원 등록을 몇 장의 종이에 서명을 하던 예전 과는 달리 독일도 이제는 인터넷으로 많은 것을 한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 센터 메인 컴퓨터에서 회원등록 페이지를 열고 각각 기본 정보 저장 하고 동의할 사항들을 클릭하고 사인하면 끝.

트레이너들도 태블릿 들고 회원 정보와 트레이닝 플랜 등을 저장하면 곧바로 각자의 스마트폰 엡에 파일로 전송된다.


그렇게 스마트폰에서 각자의 엡을 열면 트레이너가 보낸 트레이닝 플랜과 트레이닝했던 과정이 모두 담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요가, 필라테스, 등의 강습도 엡 안에서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에 바로 등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거 뭐 이젠 독일도 스마트폰 엡 다운 제대로 못 받고 인터넷 서핑 서툴면 할 수 있는 게 점점 없게 생겼다


신기해하며 멍 해져 있던 우리에게 트레이너가 물었다.

피트니스를 시작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사실 속으로는 일단 지속 가능한 운동을 뭐가 되었든 하기를 원한다는 두루 뭉실한

말이 떠올랐지만 입에서는 어느새 살을 빼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살부터 빼고 봐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나 보다

남편은 트레이닝 목적이 근육 강화 라고 했다.

우리는 각자 트레이닝 목적에 맞게 트레이너와 트레이닝 시간이 정해 졌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 인바디 측정이 있었다.


내가 먼저였다.

말로만 듣던 인바디를 측정하는 날 남편은 내게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아마도 너보다는 났게 나오지 않을까?"

'웃기시네 지나 나나 운동 안 한 지가 언젠데.. 도찐개찐이겠지!'

싶었지만 "글쎄 또 모르지 내가 더 나을지" 라며 웃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까지 남편이 내 체중을 물어볼 때면 늘 조금? 적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었고

집에서 체중을 잴 때도 남편이 지나갈 때면 숫자 나오는 부분을

얼른 발가락으로 가리고는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순간이 온 거다.

그야말로 남편에게도 공개하지 않던 나의 극비 사항이 이제 까지게 생겼다.


트레이너는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고 세워져 있던 두 개의 기계 중 왼쪽에 있는 것을 클릭하고는

내 카드를 들이대서 찍었다

그러자 화면이 환하게 밝아지며 내 모습이 있는 그대로 거울처럼 비쳤다.

에이씨 오늘따라 더 뚱뚱해 보인다. 싶어서

마뜩지 않은 표정으로 서 있던 내게 상냥한 목소리의 트레이너는


화면 안에 뜬 발모양 두 개에 맞추어 서 보라고 했다

거리 조절을 하고 초록색의 발 모양 그림에 맞춰 서자 띠링하면서 키가 바로 나왔다 166cm

오호? 키가 그새 큰겨? 하며 즐거워지고 있는데 트레이너가 말했다.

신발 높이 가 같이 들어가서 차이가 있을 수 있노라고 말이다.

덴쟝 좋다 말았다.



망연자실 서 있던 내게 트레이너는 바로 옆에 조금 나즈막 한 기계에 올라가 보라고 했다

마치 우리 어린 시절 목욕탕에 있던 체중계 비스끄리 하게 생긴 곳에 올라 서자

양옆에 줄넘기 줄처럼 생긴 것이 달린 것을 꺼내 들고 팔을 벌리라고 했다

그렇게 서 있자니..


체중이 적혀 나오던 기계 화면에 여러 개의 그래프가 그려지고..

조금 후에 나의 몸상태로 추정된 나이와 체지방, 수분 분포도, 팔, 다리 근육량 등

적나라 한 나의 바디가 체크되어 커다란 화면에 주르륵하고 떴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내 몸의 나이가 62세로 나왔다

그동안 운동을 너무 안 해준 탓에 나의 바디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지경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10년 가까이 훅 가 있었다니 말이다.


충격이었다. 10년을 젊게 살아도 부족할 판에...

남편은 나의 몸무게를 액면가 그대로 알게 되고는 "아.. 진짜 살 많이 쪘구나.."라고 했고

내 몸의 나이가 62세로 나오자 "이야! 진짜!"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그러나 지는 인바디 체크 안 하나.. 드디어 남편의 차례가 왔다.

너보다는 났지 않을까? 호언장담 했던 남편도 몸 나이 65세가 나왔다.

우리의 실제 나이 차이도 세 살. 기계야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니?ㅋㅋ

그런데 나를 기함하게 한 것은 그 후에 일어났다



우리 나이 보다 10 가까이 늙어 있다고 나오지만 그나마  이상 미루지 않고 운동을 하게   어딘가 우리는 파이팅을 다졌다.

트레이너가 각각의 몸에 맞게 짜준 베이식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10분 러닝 머신을 하고  EGym이라는 것을 한 바퀴 돌았다.


EGym 은 기계에 각자의 카드를 가져다 대면 트레이너와 미리 각자 가능한 무게와 목적에 맞추어 입력해 둔 플랜대로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Gym 은 다음번에 좀 더 자세히..)


어깨, , 다리, 허리 등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에 맞춰둔 기계에 시작 버튼을 누르고 진행 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실컷 다 하고 나서 욜라리 운동한 것이 엡에 잘 저장되었나 확인차 엡을 열어 보았다.

나는 엡에  있는 숫자에  눈을 의심했다  마이 갓뜨!

아니 내 몸의 나이가 68세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시 보아도 트레이닝 엡에 너의 생체 나이 68세 라 떡하니 적혀 있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분명.. 지방, 수분 포화도와 근육량 등을 고려한 인바디 체크 때 62세로 나왔는데 운동을 하고 나니 오히려 6살이 더 늘어 있었다 니미럴..

어쩜 엡이 무언가 잘못 실행되어 틀리게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싶어 남편에게 "자기야 자기 핸드폰 좀 줘봐!" 하고는 남편의 엡을 얼른 열어 보았다.


남편도 인바디  나온 65세를 훌쩍?뛰어넘어 너의 생체나이 67 나와 있었다.

그러나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남편은 실제로 나보다 세 살이 많기 때문이다

울그락 불그락하고  있자니  하나 하는 눈으로 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핸드폰 두 개에 또렷이 적혀 있던 숫자를 보고는 내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누나!"

이런 슈벌~! 나 다시 돌아 갈래~!

매거진의 이전글 1.독일 피트니스 센터 구경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