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눈이 쌓인 날 남편과 나는 우리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 나란히 등록을 했다
그날 당장 시작 하려던 것은 아니다.
운동해야지.. 아띠.. 진짜.. 운동.. 해야 되는데.. 만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 병원 96세 되신 할아버지 환자님이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고 계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70도 아니고 80도 아닌 자그마치 96세에 헬스를 한다는 것은 독일에서도 드문 일이라 당당히 지역신문 에도 나셨다.
세상에나 그 연세에도 건강을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는 저 나이에 저렇게 건강할 수 있을까?
이제 핑계 삼던 팬데믹도 끝난 지 한참 이요
비가 오면 우산 쓰기 귀찮아서… 눈이 오면 미끄러질까 봐 …. 해가 뜨면 눈이 부셔서…
모든 날이 운동 안 하기 좋았다
라며 요 핑계 조핑계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몸을 아끼다? 보니 예전 소시지 광고에 나왔던 카피처럼 살 로만으로 살게 된 지도
오래다
내 몸에 근육이라는 것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
주말 이면 열량 높은 간식 만들어 놓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인터넷으로 너튜브 또는 넷플 클릭해서
드라마 뭐 볼 게 있나? 하며 이리딩굴 저리 뒹굴 하고 있으니 아마도 손가락만 근육이 가득일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주말에 남편과 우선 동네에서 괜찮다고 소문난 피트니스 센터 들을 두루 구경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피트니스 센터 B는 시설이 좋다고 소문이 난 곳인데 막상 가보니 상상하던 것 과는 조금 달랐다.
컨테이너 같은 낮은 건물이 답답하기도 했고 기계는 좋아 보였으나 공간 배치가 희한하게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자전거와 러닝머신이 나무들을 꽂아 숲 처럼 해둔 곳 한가운데 조르미 몰려있었다
나무가 나뭇잎 무성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장대 같은 것 이쑤시개처럼 꼽아 둔 것이라 그 사이로 다 보인다 게다가 정문과 가까이 있어 오는 사람 가는 사람과 눈 마주치며 뛰게 생겼다.
나름 인테리어로 멋진 공간을 구상한 것이겠으나 그렇게 다 들여다 보이고 특히나 그 앞쪽에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어 커피 마시며 남 운동 하는 것을 보게 되어 있어서 민망한 구조가 아닐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남다른? 모습으로 뒤뚱거리며
뛰어야 할 텐데..
남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것은 이제 그만!
거기다 스포츠 동우회 클럽 하우스가 바로 옆에 문하나 사이로 붙어 있어 레스토랑이
헬스장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웬 핼스장 안에서 독일식 돈가스 인 슈니첼 튀기는 냄새가 솔솔 나는 게 아니겠는가?
이것은 식당인가 헬스장인가~!
운동 적당이 하고 식욕만 업그레이드되어 먹고 나면 체중만 늘게 생겼다.
무엇보다 매달 69유로 90센트 한화로 약 10만 원가량 내야 하는데 집에서도 조금 멀다.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가지 않는다면 손해막심이다 가격대비 아닌 것 같았다 패스!
피트니스센터 M은 한 달에 24,90유로 한화로 약 3만 5천 원으로 비용도 가장 착하고 집에서도 가깝다
단지 우리 집 막내가 친구들과 다니고 있고 (사춘기의 아들은 엄빠와 함께 운동하는 것을 거부했다 ㅎㅎ) 주로 10대 20대 들이 많은 곳이라 심적으로 부담스러워서 패스!
이제 남은 곳은 집에서 뛰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 F 가 있었다.
사실 이곳은 10년도 훨씬 전에 다녀 본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작은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이 맘 놓고 운동할 수 있도록 놀이방 시설이
되어 있고 도서관처럼 아이들에게 동화책과 만화영화 DVD를 빌려 주던 곳이었다
물론 회원들에 한해서만 말이다
그때 나름 열심히 다니면서 PT 또한 꾸준히 받았지만 트레이너가 중간에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덩달아 흐지부지 되었다
그때 이후로…
평소 1층에 마트와 약국만 드나들던 우리는
그날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 다고 했던가
피트니스 안은 그동안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 아이들 돌봄 공간이던 곳은 스트레칭을 위한 방으로 바뀌어 있었고
만화영화와 책을 빌려 주던 곳은 카페처럼 회원들이 쉬거나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운동을 해 볼까? 한다고 하니 빨간색 운동복 유니폼을 입은 트레이너 겸 직원이 친절히 안내를 해 주었다
우리는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이 아니고 밖에서 신던 신발이라 직원에게 받은 파란색 일회용 비닐 신발을 각자 신발에 끼우고 직원을 따라 1층부터 2층 구석구석까지 돌아보았다.
달라진 것은 1층만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계단이 중간으로 뚫려 있어서 위아래로 다니려면 한 바퀴 돌아야 하고 공간도 여기저기 잘려서
제대로 사용 못하던 곳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왼쪽으로 붙여서 러닝 머신 타는 곳이 확실히 넓어졌고 창문이 사방으로 트여 있어 건물 밖까지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2층 공간을 더 다양하게 바꾸고 필요에 따라 작은 룸들로 나누어서 곳곳에 활용도를 높였다.
하얗게 눈싸인 밖을 내려다보며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도 어느새 운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거기다 새해 이벤트의 마지막 날이라 그날 등록을 하면 입회비 없이 3개월 무료를 얹어 준다는 말에 혹해서 우리는 그 자리에서 등록을 해버렸다.
재밌는 것은 이곳은 매달 비용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달 기준이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피트니스 비용이 계산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 달에 약 45유로 한화로 약 6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것도 4월부터...
듬성듬성 흰 머리카락 휘날리며 러닝 머신 위에서 날듯이 뛰는 우리보다 조금? 더 되어 보이는
그러나 몸의 나이는 훨씬 젊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을 보며 우리도 곧 저리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회원 등록을 마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다
우리를 뜨악하게 할 것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