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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0. 2017

남편의 유혹


햇살이 눈 부시던 어느 주말 아침 부시시 눈을 뜨니 남편이 내게 말했다.

"나 오늘 운동 갔다 온다~~"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뜨는둥 마는둥

나름 애교 쩌는 목소리 로다
 " 엉 잘갔다 와~~" 라고 말 했다.

우리 남편 연신 뭔가를 부시럭 거리며
 " 마누라야 ~아침 먹을 빵 사러 갔다 오자 "라고 자꾸 말을 건다.

" 알잖아 나 어제 강습 하고 와서 늦게 잤어~~"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쓰고

만사 귀찮다는 듯이 비몽사몽 간에 말하자

남편이 웃으며 이야기 한다.

" 니가 따라가 주면 라떼마끼아또  한잔 사줄려고 그랬는데~~"...

순간 뜨나 안뜨나 별차이 없는 눈이 번쩍 띄이고 빛의 속도로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난 나는 남편에게 씩씩 하게 말했다.

" 안그래도 일어 나려고 했어 여보야~
가자~ 빵 사러 ~~"


결국 남편의 꼬심에 넘어가 잠이 홀라당 발라당 다 깨 버린 나는

라떼마끼아또 한잔에 넘어가 남편의 시다바리가 되어 골프장 까지 짐들고 따라 왔다.

그래, 날씨 좋은 주말을 나름 유용하게 쓰려는 남편을 위해 까짓 가방 들어 주고

간간이 공도 주워 주며 깃발 뽑는 것 쯤이야 뭐 해줄수 있다.

그.러.나

간만에 저 푸른 초원 위를 한 참 이나 걸어 다닐 려니

숨 이 찬다. 헉~헉~ 그간 운동이 몹시도 부족 했던 게야.


여기서 잠깐~ 골프장 이라고 하니 왠 돈 지랄? 내지는 무슨 드라마 코스프레 ? 라고

오해 하시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독일은 골프장 이용권이 한국 처럼 비싸지 않다  

그래서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우리 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골프장 이용을 많이들 한다.

물론 골프장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 들을 위한 그들 만의 공간을 갖춘 곳도 있기는 하다.

그런 골프장은 이용료도 비싸고 회원이 되기도 쉽지 않으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싫어

갔다가도 다른 곳으로 갈아 탔다는 사람들도 만나봤다.

그러나 보통 사람인 남편이 회원 으로 있는 일반적인 골프장을 예를 들자면

회원 가입비 없이 연회비가 천백유로 로 한달에 한화로 약 십삼만원 꼴로 든다.

한달에 십삼만원 회비를 내면 원하는 만큼 실컷 골프장을 이용 할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정도면 꽤 괜찮지 않은가? 비가 자주 오고 겨울이 긴 독일에서

우리 남편 처럼 주말 근무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뽕을 빼지는 못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남편은 본전 생각에 비 안오고 시간 있을 때 마다 골프장을 부지런히 다닐려는 편이다.

원래 운동 과 친하지 않은 나는 먹을것 사준다면 어쩌다 한번 씩 따라 와 준다. 공주워 주러 ....

남편의 유혹을 아니 좀더 정확 하게 이야기 하자면 라떼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오던 잠도 떨궈 내고 골프장 까지 따라와 앉아 있지만

말많고 성질 급한 내겐 그닥 재미난 곳은 아니다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걸어 다니며 남들 골프 치는것 구경 하는 것 보다

사람 구경이 더 재밌는 나는 두리번 거리며 사람 들을 지켜 본다.

보다 보면 이렇게 연세 지긋한 분들은 주로 친구들과 함께 오거나 부부동반이 많고

우리 비슷한 또래 의 중년 들은 아이 들도 함께 온가족 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 이라 해서 우리 꼬맹이 처럼 조무래기들 말고 큰 아이들 말이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함께 한다면 조금더 골프장 오는것이 재밌어 질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열심히 공을 치고 있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다가 땃땃한 햇볕 쬐며

막간을 이용해 살알짝 잠이 들랑 말랑 하는

남편이 "어~!" 한다 깜빡 졸뻔 했던 나는 본능 적으로 "나이슈~!" 를 날려 줬더니

울 남편  쫙 깔리는 목소리로

"공 그린 밖으로 나갔다"란다. 이론 니미럴....

한마디 로 공이 멋지게 슉 들어 갔거나 근접한 곳으로 간것이 아니라 엄한 곳으로

저 만치 떼굴 떼굴 굴러가 버렸다 는 소린데

으흑흑  새 됬다~~ 나이스를 외치면 안되는 타이밍 였던 것이였다.

어쨋거나 조 쥐똥 만한 공을 이리 재고 저리 재서 힘들여 넣는 골프 보다는

커다란 공 대충 던져도 한번에 굴러가 퍽 하고 핀 쭈르륵 쓰러 트려  넣는 볼링 쪽훨씬 내 성격에

더 맞는것 같다 쪽 팔려서 하는 소리 절대 아..아아니다~~


그 후로도 열심히 쳐대는 남편을 쫓아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한참 ...

그사이 골프장 에서 타는 차를 타고 사쁜히 우리를

지나쳐 가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장수만세

나가셔도 되어 보이는 어르신들 뿐이였으니..

우리도 저거 타고 가잘수도 없고..

독일은 계신 땅뎅이가 많다 보니 골프장도 징하게 넓다.대부분 평평 하나 중간 중간에 들락 달락 해야 하는 언덕에 숲에 호수에 종류 별로 있다.
것도 띄엄띄엄....

어릴 때 성묘 갔을때 말고는 이런 언덕 들은 자주 오가지도 않았건만

오늘 일년치 운동 한꺼번에 다 했다~~

햇빛 피할 곳도 없는데 내가 아까 썬 크림은 발랐던가? 흐미 된거...계속 시렁 대며

쫒아 가는 내게 갑자기 멈춰선 남편이 신고 있던 골프화를 벗어 들고 귀가 솔깃해 지는 말을 전한다.

"신발이 이모양 이라 오늘 18홀 다 못 돌것 같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나즉히 무신 십.팔.홀 씩이나..하면서도

겉으로는 아쉬운 척 "어머 아직 많이 남았는뎅...
근데 이거 왜 그래? 발 안 불편했어?"

라며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 고마워 신발 바닥아 ! 니 덕분에 살았다~~"


골프화 바닥 깔창이 찢어 지는 덕분?에 예상 시간 보다 훨씬 빨리 맞친 우리는

여유롭게 라떼 한잔 마시며 탱자~ 탱자~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나는 남편 에게 "아니 무슨 신발이 그렇게 약해? 잔디 밭에서 가 아니라 자갈 밭에서

골프 쳤남?" 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생각 해 보니 저 신발 남편의 아주 오래 된 친구다.

남편이 골프 처음 시작 하면서 장만 한 거니까 십년도 넘은듯 하다.

아무래도 이번 남편의 생일 선물은 새롭고 튼튼한 골프 신발로 해야 겠다.

"남편~ 기둘려~~ 이번 생일엔 내 그대에게 나이슈한 골프화를 안겨 주갔어~"

남편 몰래 깜짝 생일 선물을 준비할 생각 아이 같이 배시시 웃음이 나오던 달콤한 순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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