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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중희
Mar 18. 2017
꿈을 꾸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독일로 유학을 준비하던 내게도 있었던 20대 ..
우리 집안에는 독신의 은사를 받은 것은 아니나 때를 놓쳐?
우아한 싱글 라이프를 살고 있던 막내 고모와 사촌 큰언니가 내 위로 줄 서 계셨다.
해서
공부하러
머나먼 땅 독일까지 가겠노라 하니
친척들은 골드미스 경계경보?를 울려대며 가뜩이나 딸내미 홀로 아무도 없는 타지에 보내려니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던 친정 엄마에게 걱정을 빙자한 염장을 질러 대셨다.
"어유 그러다 이 집 큰딸 내미까지 집안 내력에
들어 가는 거 아녀?" 하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라는
많은 분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부모님을 설득해서
어렵게
독일로
유학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운명처럼
남편을 만났다.
남들 공부하느라 코피 터질 때 연애하느라
쌍코피 터졌으며 그 아름다운 결과물로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줄줄이 낳아 키우는 동안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던 이름만 학생이었다.
그렇게
아줌마 학생이던
시절
공부 좀 할만하면
한놈 감기 걸리고 그놈 나을만하면 다른 놈
감기 걸려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한 학기가 후딱 하니 지나갔다.
놀이방에 아이 맡겨 놓고 기차 타고 학교 가서는 정신없이
수업 듣고 다시 아이 찾아 시장 보고 저녁 하고....매일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그래도 내게 유일하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무늬만
학생 이였어도
아직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무언가
미래를 고민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내일로
살짝
미룰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학
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어쨌든지 나는 주어진
학기의 과정들을 이수하고 있었고 그 핑계로 언젠가 이루게 될 나의 꿈이 무엇인지 에 관한 고민을 크게 하지 않은 체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그 속에서 무언가는 하고 있노라 스스로 위로하며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말 간신히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학생이라는 방패를 들고 미적거리며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들을 마냥 미루어 둘 수 없게 되었다.
그때에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 인지
무엇을 하고 있으면 행복한지 를 생각하기보다.
내 전공에 맞춰
내가 해 낼 수 있고 한국 가서 잘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를 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허덕이며 공부하느라 이미 그림으로 세계를 번쩍 들었다 놓으리라 하는
원대한 꿈은 한낱 허황된
망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고... 어쩌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는지도...
이것을 하면 한국 가서
일 하는데
도움이 되려나
저것을 하면 더 유리하려나 지금 대세이고 앞으로도 대세 일 가능성 이 높은 것 중에 한국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으려나에 치중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 셋째인
막내를 가지게 되었고
자빠진 김에 쉬어 간다고
당당히 놀 수 있는 시간을 더 벌게 되었다.
그렇게 또다시
육아를 핑계로
탱자탱자 놀고 있던
어느 날 살고 있던 독일의 중부 니더작센 주의
괴팅엔이라는 도시를 떠나 갑자기 남부인 바이 어른 주의
에얼랑엔이라는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몸이 많이 아팠다.
사
람이 건강을 잃으면
지금 까지 생각하고 있던 형식적이며 허울 좋은 껍데기 들을 다 내려놓고
알맹이와 마주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한국으로 귀국하면
그래도 유학 씩이나 다녀왔으니
이 정도는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독일에서도
이 정도 공부했으니
요정도 일은
찾아야지
라고 규정 지어 놓았던 주로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껍데기 그럴듯 한 것들이
참으로 부질없어 졌다.
나는 그제서야
진짜
내가 좋아 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 인가?
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사십이 다된 나이에 비로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되었
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붓 대신 부엌칼 들고 캔버스 위가 아닌 접시 위에 온 열정을 쏟아내며 전시회 대신 요리강습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키우느라 자신의 꿈을 찾을 시간을 놓쳐서 늦은 나이에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뭔가를 할수나 있을런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는
분 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는 그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 진다.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이 결코 늦은 게 아니라고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
꿈을 꾸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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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 :독일 가정의 병원 의료팀 팀장 ,부캐 :문화센터 한국요리강사,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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