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Apr 05. 2017

 독일 주부들의 숙제 봄맞이 대청소


아침저녁은 여전히 쌀쌀 하지만 낮기온 영상 16도 에서 20도까지 올라가는 요즘 독일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환상의 봄날이다.

독일의 전형적인 3월 4월 날씨라 함은 대기의 기운과 지랄발광 같은 날씨의 콤비내이션으로 다가 비 오다 춥다 짬짬이 해나다 하루에도 날씨가 왔다 갔다 딱 광뇬이 널 뛰듯 한데

이번 3월 4월은 어찌 된 것이 에브리데이 따사로운 봄날이다.

물론 이 거이 앞으로 얼마나 더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덕분에  파란 하늘이고 움트던 새싹들이 푸르른 숲을 이루고 핑크빛 꽃망울 머금던 나무들이 하나둘 꽃을 피워

그야말로 봄기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성격도 생긴 것도 딱 요즘의 봄날 같은 아침 조깅 동우회 친구 크리스텔의 생일 브런치 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친구들과 공원 한 바퀴를 굉장하게 뛰고 맛난 브런치를 나누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휴가 갔다 온 베로니카의 휴가에서 생긴 요런조런 이야기들...

날씨가 갑자기 너무 푹 해져서 스키장으로 휴가를 떠났던 사람들은 녹아 흘러내리는

눈을 구경했다며 갑자기 찾아온 봄이 반갑기만 하지는 않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누군가의 시작으로 지난 주말과 어제 두 차례에 거쳐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 시청에 폭탄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이 들어와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안 그래도 여기저기 공사로 길이 막혀 난리인

이런 소동까지 보태 주어 한동안 도로 가운데서 교통체증을 면치 못했다는 이야기들... 그리고

해마다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엘케의 60년도 넘었다는 동네 사진관 이야기...

그 사진관은 엘케네가 이동 네로 이사를 들어왔던 40 년 전에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똑같은 모습 그대로 대를 이어 그 자리에서 예전부터 찾아오는 동네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준다고 했다.

어쩌면 그 사진관은 그 동네 사람들의 시간과 삶이 고스란히 담기는 살아 있는 박물관 이 아닐까 라며 모두 그 사진관이 앞으로도 그대로 있어 줘야 할 텐데..라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해 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무언가는 그래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아 있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아날로그 시대를 향한 그리움 일지 모르는 이야기 들이 서로의 마음을 살랑 이게 한다.


그리고 요즘 독일 아줌마들에게 가장 핫한 테마 중에 하나 Frühlingsputz 우리로 하자면 봄맞이 대청소...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다 보니 봄 되면 꼭 해야 하는 연례행사 중에 하나인 봄맞이 대청소집집마다 한창이다.

이 동네 아줌마 들 에게도 겨우내 쌓인 먼지를 구석구석 털어 내고 창문 하나하나 닦아

내는 일들이 재미난 일은 아니나 꼭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

농담 잘하는 베아테라는 친구가 자기는 봄청소 하기는 싫고 곧 부활절이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식들이 집에 올까 봐 휴가를 간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그러나 어두침침한 겨울 지나 짱짱한 햇빛이 집안을 속속들이 비춰 주는 봄이 아니어도 원래 독일 아줌마들이 닦고 치우는 데는 일가견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쓸고 닦고 치우고 정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독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려면

나같이 치우고 정리하는 것에 무재주 인 게으른 사람들은 비상이 걸린다.

종종 학교 다녀온 우리 아이들이 집이 평소와 다르게 반짝반짝 한 날이면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했었다

" 엄마 오늘 우리 집에 누구 와?"

봄청소 준비됐나~? 하는 선전 문구

(위의 사진 들은 구글에서 가져온 독일의 봄청소에 대한 청소 약품 광고 사진들인데

이맘 때면 독일 주택 가에서 저렇게 고무장갑 끼고 창문 청소 약들을 쫙쫙 뿌려 대며 전투적으로

창문 닦는 이웃집 아줌마들 자주 볼 수 있다.)

브런치 하며 친구들과 봄청소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서 여서 그런지 갑자기 삘 받아서 작은 가구들까지 옆으로 들어내며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슬며시 떠오르는 예전 생각 하나에 웃음이 났다. 독일 와서 처음 맞은 봄에 정말이지 솜 덩어리처럼 뭉쳐서 바람에 두둥실 떠다니던 꽃가루들과 나무에서 노랗게 떨어지던 꽃가루들을 보며 입을 떡 벌렸더랬다.

그 당시 살고 있던 기숙사는 숲을 마주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들이 바로 코앞에 있어

기숙사 방 창문의 유리가 자고 일어나면 뿌옇고 노랗게 되어 밖이 잘 보이지 않고는 했었는데

지나다니며 보이는 다른 주택가의 창문 들은 반들 반들 그렇게 맑고 투명할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분명 저 주택들의 창문들은 방탄유리도 아닌 꽃가루 방지 특수 유리 여서 꽃가루들이 내려앉지 않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단순 무식한 나다운 발상이었지 싶다.)

그러나 이 동네 아줌마들이 팔뚝에 힘 팍팍 줘 가며 청소 약들 뿌려 대며 에브리데이 전투적으로

청소한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문 속에 감추어진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