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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14. 2017

우아 하기에는 너무 먼 그대

나 홀로 주말 외출 


오랜만에 홀로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이런 혼자만의 우아한 외출을 얼마나 바라고 상상해 왔던가?

그러나 결혼 전 당연했던 것들이 결혼과 동시에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 어디 한두 가지 랴 만은 

집을 비우고 혼자 어디론가 다녀온다는 것이 길을 나설 때까지 나를 우아하게 놔두지 않는다.

식구들 끼니, 간식, 설거지, 청소, 빨래, 주말 장보기, 생일 파티 가야 할 막내 입을 옷 챙기고, 가져갈 선물 포장 까지.... 집 안팎으로 내손을 거쳐야 할 일들이 차례로 줄 서 있고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요 달랑 하루 외출 이건만 주부의 외출은 집을 나서기 전까지 챙겨야 할 일들 투성이다.

그런 반면 우리 놔두고? 평소 가쁜 하게 학회며 연수 며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는 남편은 

막상 혼자 막내와 둘이 마누라 없는 집에 하루종일 남아 있으려니 시간이 지날수록 입이 나오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막내를 유치원에 맡겨 두고 "엄마 금방 올게 재밌게 놀고 있어"라고 안심시키려 해도 좀처럼 나온 입이 들어가지 않던 그때처럼 말이다.

내가 아들을 셋을 키우지 싶다.....


막내랑 뭐 하고 놀지? 점심은 뭘 먹지?

해가며 고민된다는 듯 들으라고 구시렁 거리는 남편에게 님의 능력을 믿어요 하는 표정으로

웃어 주며 "나는 매일 하는 일 이구만 백만 년 만에 한번 하는 걸로 유세는..."

하는 눈빛으로 남편의 어리광을  살짝 제압해 주시고...

막내의 "엄마 우리 걱정 말고 엄마는 혼자 가니까 스스로 잘 보호해야 해 "라는 어른스럽고 든든한 걱정에 대견해하며 집을 나섰다.

역 앞 빵집에서 라테 한잔 사들고

이제 좀 우아해 볼까? 했더니 역 안 분위기가

어쩐지 좀 다른 때와 다르게 술렁거린다

이유인즉슨 독일 철도청 중앙 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시스템이 멈춰 버렸다는 거다.

그래서 보통 같으면 구간별 기차 시간 변경 사항 등이 한 번에 나와 있을 안내 전광판이 올스톱이다.


안 그래도 길눈 어둡고 딴생각하다가 엄한 버스 잘못 타는 경우도 종종 있는 나는

기차 구간별 변경 사항이 수시로 안내되어지고 있는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종이 판에 붙어 있는 기차 출발 시간과 플랫폼을 확인했지만 기차가 연착을 한다거나

갑자기 기차가 출발할 플랫폼의 번호가 바뀌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므로 눈 크게 뜨고 시골 할 서울 상경 같은 모습으로 가방 끌어안고 두리번두리번 긴장 타고 말이다.



런 모습으로 기다리던 기차가 멀리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그래 이제는 아직 식지 않은 커피도 홀짝이며 지나 치는 창밖을 멀거니 쳐다 보기도 하고 애써 들고 온 노트에 글도 끄적끄적해야지

우아하게..."라고 희망찬 마음을 안고 기차를 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기차 안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는 축구 경기를 응원하러 가는 단체 팀 들로 북새통 이었으며 아직 축구경기는 시작도 안 했건만 미리 열라리 노래하며 손뼉 치고 응원해 대는 젊은것들의 만행?으로 우아 는 커녕 축구경기장에 앉아 함께 응원하고 있는것 같은

창가 끝 좌석 번호 106번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들고 있던 커피 원샷하고 그것들의? 응원가에 맞춰 어이어이 어이 하는 추임새도 냅다 맞춰 줘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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