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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27. 2017

독일 초등학생들의 수학여행

막내의  나 홀로 첫 여행


초등학교 3학년 짜리 막내가 4박 5일의 수학여행을 떠났다.

독일은 주마다 차이가 있고 사립 또는 특별 학교 들은 시스템이 많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주 공립 초등학교 들은 4학년까지의 재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졸업반 인 4학년 때는 주로 송별 파티를 하고 3학년 때 학급별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들이 많은데

수학여행 장소와 비용 등과 기타 수학여행에 관한 상세한 내용 들이 반별로 학부모 회의에서 논의되고 학부모들의 과반수 이상 찬반 의견으로 정해 진다.

우리 반은 작년 학부모 회의에서 버스로 한 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Eselshof라는 곳으로 수학여행지를 결정했고

그를 위해 일 년 가까이 수학여행 비용을 모았고 1인당 150유로 한화로 약 18만 원 의 비용이 들었다.

(4박 5일 동안 우리 아이들이 삼시세끼 먹고 마시고 자고 하는 모든 비용과 그곳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램과 수영장 등을 이용하는 시설 사용료와 오가는 버스 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작년 학교에서 수학여행에  학부모 회의를 할 때도 우리 눈 에는 아직도 아기 같기만 한  꼬맹 4박 5일이나? 우리와 어져 혼자 지낼 수 있을까?

수학여행 떠날 때까지는 한참 남았으니까... 했었는데...

멀게만 느껴지던 그날이 찾아온 것이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펼쳐 놓고 학교에서 받은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여벌 옷들.. 수영복, 세면도구, 탁구채, 물안경, 등등을 챙기며 신이 난 막내와 

수건, 베 겟 잇, 이불보 등을 챙겨 넣으며 혹시 라도 빠진 것이 없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이 녀석 과연 집 떠나 우리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늦은 밤 자려고 누워서 쌓아놓은 커다란 짐가방 쳐다보며 필요한 것들 요것조것 모두 빠짐없이 잘 챙긴 것 맞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염려 속 사이사이에 맴도는 생각

요 녀석 월, 화, 수, 목, 금... 이렇게나 많은 날.. 엄마 아빠 떨어져서 진짜 괜찮을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들떠 있는 막내를 데려다주러 학교 앞으로 갔다.

혹시나 우리애 가방이 너무 크면 어쩌나? 걱정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하나 같이 한 달은 거뜬해 보이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담임선생님과 학부형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밤잠을 설친 듯 보였다.

아이의 처음 맞는 홀로 여행에 부모들이 더 긴장을 탔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찬 아이들은 이른 아침 이나무 저 나무 날아다니며 지지 베베 지저귀는 작은 새들처럼 서로서로 재잘거리며 들떠 있었다.


드디어 가방을 싣고 하나 둘 버스에 올라 탄 아이들이 창가에 모여 앉아 환 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것을  마주 보며 함께 손을 흔들던 학부모 들은 잘 다녀올게요..라는 인사를 끝으로 버스 문이 닫히고 서서히 움직이던 버스가 저 멀리 사라져 갈 때쯤 알게 되었다.

정말은...

니들 없이 우리가 금요일까지 괜찮을까? 이제 월요일인데?라는 마음 이였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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