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막내의 10 번째 생일 파티
독일 에서의 나이는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한 살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생일을 지나야 비로소 나이를 먹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만 나이가 독일 사람들이 말하는 나이 다.
이번 여름 우리 집 막내는 10번째 생일이 지나 10살이 되었다.
생일을 미리 축하해 주기도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독일에서는 생일이 되기 전에 절대 미리 축하하지 않는다. 그러면 언제 축하해 주느냐 하면
꼭 생일날 또는 생일이 지나서 축하를 해준다.
그래서 생일 파티 또한 생일날 하던가 지나서 하는데 여름방학 중에 생일을 맞은 막내는 방학이라 친구들 대부분 휴가를 떠나서 파티를 할 수가 없었고 그러므로 개학만 하면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리라 손꼽아 학교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10살 씩이나 되어 다 컸으니 친구들과 übernachtungsfeier로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며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독일의 여러 가지 특별한 파티의 형태 중에 몇 가지 파티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름 하여 übernachtungsfeier 의역하자면 이 밤이 새도록 파티이고 설명하자면 캠핑을 하듯 수학여행을 온 듯 어딘가 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루 자면서 파티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아이들 셋을 독일에서 키우며 다양한 종류의 생일 파티를 해 보았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시면 바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 과의 생일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파티 중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진행되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큰아이 8살 생일 때 수영장에서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고 아이들과 수영장으로 이동하던 중 친구 한 명이 머리에 피가 나서 수영장 들어가기도 전에 기겁을 한 적이 있는데 지들끼리 장난치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 가방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던졌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다른 아이 머리에 맞은 거다. 그 안에는 딱딱한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조마조마한 파티의 시작.
이렇게 남의 아이들 초대해서 데리고 파티를 할 때 뜻하지 않은 일들이 터지는 수가 있어서 언제나
바짝 긴장을 하고는 하는데..
특히나 이번에 우리 막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생일 파티에 초대하기를 원했던 친구들은 같은 반 남자아이들 전원 남자아이들 로만 12명이었다.
문제는 그중 에 3명이 아주 짓궂은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막내네 학급 수학여행에서 두 명이 여행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일찍 귀가를 했어야 했는데
그이 유가 친구들과 놀다 숙소의 2층 침대에서 떨어져서 , 계단을 빨리 내려가다 굴러서,.. 등의 이유였고 한밤중에 응급차를 타고 담임선생님과 수학여행 중에 병원에 가기도 했다.
그 두 명 외에 또 다른 한 명은 장난이 심해서 이 애 저 애들과 마찰이 잦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겼던 아이다.(예를 들어 누구의 학용품을 망가뜨렸다던가....)
어쨌거나 평소 익히 잘 알고 있는 개구쟁이 들을
우리가 모두 데리고 그것도 우리 집에서 재워 가며 파티를 해야 하니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막내에게 슬쩍 12명은 많지 않겠냐 했더니 우리 막내는 모두 같은 반 친구들인데 누군가 초대받지 못한다면 그 친구는 슬프지 않겠냐고 했고 막내의 맞는 말에 조금 불안 하긴 하지만 용감하게도 12명의 남자아이들을 재워 가며 하는 이 밤이 새도록 생일 파티를 감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먼저 친구들 에게 전해 줄 예쁜 생일파티 초대장을 만들어 (초대장 안에는 자면서 하는 파티이고 각자 필요한 침낭 등을 가져오라고 따로 적어 놓았다.) 미리 나누어 주고 12명의 남자아이들과 우리 집에서 재우며 파티를 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셋 을 키우며 해보지 않은 종류의 생일 파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프로그램 정하는 것에도 그리 어려움이 없었고 풍선을 불고 친구들이 집에 갈 때 나누어줄 작은 선물 포장도 솜씨 좋은 딸내미의 도움으로 미리 다 해놓을 수 있었으며 그전에 남편의 파티가 있었으니 미리 준비되어 있던 음료수도 넉넉했고 집 청소해야 할 곳도 많지 않아서 준비하는 과정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조마조마한 것만 빼면 말이다....
작전명...
어떻게든 아이들의 힘을 빼야 한다.
드디어 생일 파티 날..
초대된 아이들이 하나둘 속속 집으로 도착하고...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으려는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12명의 남자아이들과의 길고 긴 파티가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12명의 남자아이들이 둘러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생일 케이크를 나누어 먹고는
생일 선물 풀어 보기를 했다.
독일식 선물 풀어보기중 하나가 동그랗게 둘러앉아 마치 우리의 진실게임을 하듯 빈병을 빙그르르 돌려서 병의 입구가 가리키는 아이가 가져온 선물을 먼저 풀어 보는 것이다.
책, 상품권, 옷, 장난감 등등 하나하나 포장된 선물이 풀어질 때마다 아이들은 와... 하고 환호성을 질러 댔고
눈 깜 박할새 선물 풀기 가 끝나고... 이미 축구를 하고도 위로 아래로 뛰어다니며 지치지도 않고 노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헉헉 대던 우리에게 아직 많고 많은 시간이 미소 짓고 있었다.
정신없이 방방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는 방법으로 다가... 팝콘 먹으며 만화 영화를 잠깐 보는 사이 엄마표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저녁 준비가 다 되었고, 그렇게 저녁을 먹이고 나서도 볼링을 가기로 예약이 되어 있던 7시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며 저녁까지 먹고 에너지가 배는 더 충전된 아이들은 소리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다 쟤가 밀었네.. 얘가 욕했네... 지지고... 볶고 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업그레이드된 남자아이들의 티격태격하는 소리들이 집을 몇 번은 들었다 놓았다.
우리는 이 아이들의 넘치는 힘을 빼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비도 오지 않으니 볼링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볼링장 가는 길은 작은 골목길 들로 차도 자주 다니지 않고 좁은 길이라 아이들을 줄 세워 가기도 좋아 집에서 보다 평화?롭게 볼링장으로 향했다.
한 명 , 두 명, 세명........ 열하나, 열둘 숫자 세는 것을 잊지 않은 체 말이다.
그런데 요 녀석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골목길 끝으로 몰려 가기 시작했다.
그 골목길 끝에는 같은 반 여자 아이들 칼라와 마라 가 사는데..
아이들은 재빠르게도 그 집들에 벨을 차례로 누르고 도망을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도 어릴 적에 많이 하던 남의 집 벨 누르고 도망가기 를 독일 아이들도 한다.
아이들의 놀이 방법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하는 것 같다.
우르르르 달려가 남의 집 벨을 누르고 열심히 도망 나오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어릴 적 생각도 나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 웃으며 서 있다가 이러다 무섭기로 소문난 마라네 엄마가 씩씩 거리며 뛰어나올까 싶어 아이들을 정리해서 오리 떼 몰듯 몰아서 얼른 그 골목을 빠져나왔다.
볼링장에 가서도 주말이라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두 팀으로 나누어 볼링공을 힘껏 던져 대던 아이들은 여전히 힘들이 넘쳐 났고..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신나게 볼링을 친 아이들을 데리고 볼링장 옆 음료수 마트로 갔다.
마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각자 원하는 음료수 하나 가지고 와라 했더니 여기 우르르 저기 우르르
뛰어다니며 골라 대기 바쁜 거다.
오마이 갓뜨... 다행히 음료수만 파는 마트라 다른 손님들이 별로 없어서 민폐를 덜 끼치고 나올 수 있었지만 한학급의 반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도 쩔쩔매던 우리는 평소 담임선생님의 고충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베개 싸움과 수다로 잠들지 않는 밤
온 동네를 휘젓고 집에 돌아왔음에도 아직도 팔팔한 12명의 남자아이들은 2탄으로 영화를 함께 보고 나서야 11시가 다 된 시간에 잠자리에 누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소파를 복도로 내 보낸 막내의 방에 원하는 자리에 각자 가져온 매트 위에 침낭을 깔고 베개까지 얹어 두고는 위아래 세 군데의 욕실로 나뉘어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고 취침 준비를 마친 아이들은 이제 요 녀석들 좀 피곤하겠지.. 하는 생각은 체력이 바닥이난 우리의 희망사항이었고...
뉘어 놓고 스탠드 하나만 켜 놓았어도 여전히 종알 종알 키득키득 놀고 있었다.
그러던 아이들은 애절한 눈빛으로
딱 10분 동안만 베개 싸움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베개 들의 위험 요소는 없는지 상태를 확인하고 '그래,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이 밤이 새도록 놀고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겠나' 싶어
"오냐 좋다 대신에 딱 10분이야 "라며 시간을 재며 지키고 서서 노는 것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먼지 나게 실컷 놀고도 아이들은 잠들지 않았다.
바로 옆방이 우리 침실이고 조마조마 한 마음에 아이들의 소리가 조금만 커지면 수시로 문을 열고 조용히 시키며 들여다보았고 그러고 나면 잠시 조용하다 다시 소곤소곤 키득키득 종알 종알.....
그렇게 아이들의 잠들지 않는 밤은 비몽사몽간에 흘러갔다.
거의 밤을 새운 듯 소곤소곤 킥킥 거리며 잠들지 않던 아이들의 소리에 잠에서 깬 우리는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고 6시 40분을 가리 키는 시계를 보며 이제 아침만 먹이면 파티는 끝나는 거야 를 외치며 일어났다.
빵으로 아침을 먹고 각자의 짐을 다 싸 놓고 난 아이들이 남편과 농구를 하며 놀고 있는 동안
한 명, 두 명,......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을 찾으러 우리 집으로 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파티가 어떠했으며 밤새 어떤 일이 있었고.. 등등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며 별일 없이 파티가 끝난 것에 마음을 놓으며 하하호호 웃어 댔다.
독일에서 아이들의 생일 파티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 간에도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게다가 집에 가는 아이들 에게 이번 파티 중에 뭐가 제일 재미있었느냐는 남편의 질문에
아이들은 "모두 다요"라는 만족스러운 답을 해 주었고 비록 아이들 감시하고 살펴보느라 잠 부족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어서 피곤 하지만 이제 10살이 된 우리 막내 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두고두고 이야기할 추억들을 만들어준 생일 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