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인생 가장 떨리던 날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중부 헤센주는
8월 15일 화요일 인
오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습니다.
이제 어엿한 4학년이 된 우리 막내는
갗입학하는 병아리 같은 초등학교 1학년 동생들을
환영해 주러 입학식 행사에 참석합니다.
수업 대신에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어서 신이 났지요.
1학년들 안에는 친구인 헨리의 동생 레아도,
말테의 동생 마라도 들어 있답니다.
덕분에 저는 우리 막내의
떨리던 입학식 때가 두둥 하고 떠올랐어요. 몇 년 된 사진들이지만 보고 있으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입학식 현장 이랍니다.
정말 엊그제 같은 그날이에요.
함께 들여다보실래요?
세상을 살다 보면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마다 경우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순간 들 말이다.
그것이 누구는 결혼 서약의 순간 또 누구는 직장 면접, 다른 누군가는 대학 입학시험 이 될 수도 있겠다.
독일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던 순간 중에 하나가 초등학교 입학식이다.
우리 막내의 초등학교 입학식 아이보다 내가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세 번째 씩이나 되면서도 말이다.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식은 보통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일가친척 들을 모시고
학교 근처 교회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비어 있는 책가방이지만 슐란젠 Schulranzen가방 들고 꽃 대신 저렇게 고깔 모양의 커다란 통을 들고 입학식에 참여한다.
이 통은 Schultüte, 슐튜테 또는 Zuckertüte 쭈커튜테 라고도 부르는데 그 안에 사탕, 초콜릿, 젤리부터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선물 들이 다 들어 있다.
저렇게 슐튜테를 들고 슐란젠을 메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의 전형 적인 모습이다.
입학식은 먼저 입학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 일가친지들이 모두 함께 입을 모아 입학을 축하하는 축복의 노래 몇 곡을 같이 부르며 시작되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커다란 보물 상자를 앞에 두고 입학 예배가 진행되었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원하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은 입학예배는 생략하고 입학식 순서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 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물건 들을 담아 놓고 손을 들어 원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하나 씩 보석함에서 물건 들을 꺼내 보였다.
그 안에는 아이들이 아끼는 장난감, 인형, 가족들 과의 추억이 담겨 있는 가족 앨범, 책, 어린이 성경 등 하나하나씩 그 물건들이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아이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오늘 입학할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 모아서 모두 축복해 주고 작은 보물 상자 하나 씩을 축하 선물로 나누어 주며 모든 아이들이 세상에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보석 같은 존재 들이 되라는 목사님의 축도를 끝으로 입학 예배를 마쳤다.
입학 예배가 끝난 후 자리를 옮겨서 입학할 아이들을 맨 앞자리에 앉혀 놓고 여름 방학 동안 힘들게 연습했다는 4학년 형아 누나 들의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그때 저렇게 앞자리에 앉아 넋을 빼고 공연을 보던 쬐그맸던 우리 집 막내가 오늘은 4학년이 되어 1학년 꼬맹이들을 위해 열심히 노래와 율동을 할 예정입니다.)
삑사리 나는 노래에 동작 다 틀린 율동 이였지만 아이 들은 독일스럽게 순박 하니 사랑 스러 웠다.
연극에서는 대사를 틀려서 애드리브 도 나오고 보다 못한 선생님이 무대 밑에서 대사를 알려 주기도 해서 지켜보던 어른 들을 박장대소 하게 해 주었다.
모든 입학식 순서 가 끝이 나고 각 반의 담임 선생님이 그 반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팻말을 들고 반 아이들을 모은다.
우리 반은 1 학녀 b반 까마귀 반. 독일에서 까마귀는 길조 다. 작고 귀여운 까마귀가 그려져 있는 팻말을 든 담임 선생님을 따라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예쁜 색 색의 꽃 종이를 들고 흔들며 축하해 주는 선배들이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오늘 4학년인 우리 막내가 수업 대신할 일 중에 하나 에요. 입학하는 1학년들을 위해 열심히 꽃 종이 흔들기..)
이제 막 유치원에서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 작고 귀여운 아이들은 열렬히 환영받는 꽃길을 따라 쑥스러운 듯 미소 띠며 어미 오리 따라가는 새끼 오리들처럼 종종 거리며 담임선생님 뒤를 따라 각반으로 향했다.
각 반으로 흩어진 이제 1학년이 된 아이들이 한 시간 가량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을 소개받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부모님과 친척 들은 학교 뒤뜰에서 학부모 육성회 주최로 준비된 조각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는 커피 타임을 가졌다.
같은 반 다른 학부형 들과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 한잔도 좋았지만 부엌 한 구석에서
열심히 설거지하고 계시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 또한 인상적 이였다.
교실 에서의 예정된 시간 이 모두 지나고 드디어 빈 가방을 둘러맨 아이들이 쪼르륵 밖으로 나왔다.
각 반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가방을 메고 고깔 모양의 통을 든 아이들을 나란히 세워 놓고
학급 사진을 찍었다.
모든 학부형들이 카메라, 핸디, 할 것 없이 다 꺼내 들고 서는 유명 영화제의 포토 존에서 기자들이
취재 경쟁하듯 마구 마구 찍어 댔다. 잘 나온 사진 건질 때까지....
역시나 남는 것은 사진 이므로....
그렇게 해서 긴장이 되어 그전날 잠도 설쳤던 막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무사히 끝이 났다.
무슨 큰일 하나 해낸 것 같이 "휴우~~" 하고 내뱉은 긴 한숨 끝에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학교 현관 정문에 올해 입학하는 아이들 나라별 국기가 걸려 있었다. 자랑 스런 태극기도 걸려 있었다.
우리 아들이 이 학교 역사에서 멋진 한국 아이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한컷 남기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몹시도 가벼웠다.
몇 년 전 이야기인데도 그때의 울렁거리던
마음이 새삼 떠오릅니다.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