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학교가 되고 자연이 책이 되는날
이번 주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 가
학교가 아닌
특별한 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학부모 들 중에
보조 교사로 선택? 받은 나는
강습 스케줄을 조절하고
모자 쓰고 배낭 메고 따라나섰다.
아침 7시 45분
보통 같으면
학교에서 정규 수업 이 시작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 들은
책이 들어 있는 가방 대신
망치, 보호안경, 장갑, 도시락 등이 든
배낭 하나씩을 둘러메고
버스를 타러 줄지어 이동했다.
아이들을
둘씩 셋씩 짝을 지워
줄 세워 데리고
중간에
잃어버리는 아이 없게
교사 들과 보조 교사 들이
앞뒤로 서서는 버스를 타고
산꼭대기에 있는
울창한
숲 속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오늘은 숲이 학교가 되고
자연이 책이 되는 날
숲 속 학교로 들어
가는 길목에서
아이들은
아름드리나무를
잘라 놓은
나무 둥치의 나이테를
들여다 보고 담임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요리조리
관찰해 보고
만져도 보고
나이도 추측해 보며 각자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질문 들을
쏟아 냈다.
또, 아이들은
깊은 숲 속에서만 만나 지는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들 사이를
뛰어놀며
들려오는
청아한 새소리
맑은 공기
온통 볼거리와 모험이 가득한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높고 굵은 나무들 사이로 난
아기 자기한 오솔길을 지나
드디어
숲 속 학교로 입성
이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중부 카셀
시에서 운영하고 시민 들이 후원하는
곳으로
신청한
학교 또는 유치원 등
아이들 교육 용도 로만
사용되는 체험장이다.
보조 교사로 함께 갔던
헨리의 아빠도
예전 초등학교 다닐 때
이곳을 다녀 갔단다.
아빠와 아들이
같은 장소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에게
멋지고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숲 속 학교
안에는
여러 개의 교실과 넓은 정원
으로 나뉘어 있었고
반 별로 배정 받은 교실 안에
배낭 등 소지품을 넣어 두고
아이들은
파란 잔디밭 위에서
동그랗게 모여
노래도 부르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다양한
활동 들을 했다.
자연 안에서....
그중 에 하나
독일어로 블린데 쿠우(장님 소)
라 불리우는 이 놀이는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명씩 천으로 눈을 가리고
다른 한 명이 길을 안내하는
역할 놀이를 맞바꾸어 가며
했다.
눈이 가려진
아이들은 각자 손잡고 있는
친구 에게
"이제 어느 쪽으로 가면 돼?"
라고 물었고
손을 잡고 길을 안내하는 아이들은
친구가 무엇인 가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치치 않도록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
"너의 바로 앞쪽 에는 축구 골대 가 있어
오른쪽으로 다섯 걸음쯤
더 가면 나무가
만져질 거야 "
눈을 가린 아이는 전적으로 친구의
설명 만을 의지 해서 보지 않고
걸어가며 사물을 만지고
느껴며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믿음과 배려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글자 그대로의 뜻과 의미를
연필 들고 노트에 또박또박
적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듯
서로의 마음 안에
자연 스레 그 뜻과 의미를 담았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파란 잔디 위에 하얀 탁자 보를
깔아 놓고
가운데 물이 담긴 유리컵을 올려
놓은 후에
이렇게 선생님과 반 전체 아이들이
물컵이 엎질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동시에 함께 들어 올리는 것을 했다.
모두가
서로 에게 조금씩 보조를 맞춰
같은 속도로 탁자보를 들어 올려야
그위의 물컵이 쏟아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몇 번의 물을 쏟으며
햇빛에 눈이 부셔도 몇 초 간의 참음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움직임이 맞추어지는
것을 통해
여러 사람들 간의 조화를
배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활동 들을 하고
우리 반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정받은 숲 속 학교의
작은 교실에서
아이들은
각자 배낭 안에 넣어 온
도시락과 음료수 통을 꺼내 들고
친구들과 나누어 먹고,
또는 바꾸어 먹기도 하며
휴식을 취한 후, 숲 속 학교의 하이라이트 인
돌 캐는 언덕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산 귀퉁이 전체가
자연산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언덕이다.
이곳을
아이들이 안전 안경과 장갑을
착용하고
망치 질을 해서 직접
돌들을 캐어 낼 수 있도록
체험 학습장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은
돌 들이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양
조심조심
망치질을 해서
하나 둘 캐어 내고
오가며 돌을 캐는데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도와주며
많은 아이들의 발길로 제법
미끄러운 길 들 한 옆으로
돌계단을 놓아주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하는 마음을
아이들은
돌을 캐듯 캐낸다.
뚝딱뚝딱
숲 속 가득
동화 백설공주의 난쟁이들처럼
귀여운 아이들의 작은? 망치질
소리가
새들의 지저귐과 한데 어울려
경쾌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숲 속 학교
일정이 끝나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아이들 에게
오늘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이야기해 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제일 좋았던 것
재미있었던 것 기억에 남는 것들에 대해
앉은 순서대로 차례로 이야기했다.
마치 나뭇가지 위에 앉은 종달새 들
처럼....
끝으로
모두 눈을 감고
일분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숲의 소리를 그대로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짧은 순간
우리는
바스락바스락 나뭇잎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움직임
바람결에 실려 오는 향긋한 나무 향
그리고 숨소리
눈과 코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소리 없이
숲의 작은 일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