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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11. 2018

김치의 세계화 가능 한가?


한국요리 강습을 시작하기 전
습관처럼
수강생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한국음식을 먹어 본 사람은? 먹어 보았다면 어떤 음식 인가?

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은? 그렇다면 어떤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았는가?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요즘 들어 어떤 경로 이든 ( 한국 친구 또는 직장 동료 한국식당 등등..) 한국음식을 접해본 독일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번 다른 강습이기에 그때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한 반의 강습 인원 16명 에서 18명 중에 세명에서 네 명 많게는 다섯여섯 명 정도는 한국음식을 먹어 보았고 한두 명 이상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들은 어떻게
김치의 매력에 빠졌을까?

김치를 담는 남자 파비안

지난번 강습 때의 일이다. 그날 도 어김없이 예의 질문들을 던졌는데 손을 자신 있게 드는 독일 남자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경험상 주로 독일의 젊은 층의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국요리를 만들어 보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머리가 허연 중년의 노신사가 자신 있게 손을 높이 들킬래 나는 궁금증에 눈을 반짝이며 

 "어떤 한국요리를 해 보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옆에 앉아 있던 그분의 아내 가 "우리 남편의 김치는 예술이에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날 강습 중간중간에 이 재미난 부부의 김치를 만나게 된 스토리 신바람 나게 들었다.

그들이 처음 김치를 맛본 것은 한국 여자분과 결혼한 옛 직장동료의  생일파티에서였다고 한다.

잡채, 불고기 등의 요리들도 맛있었지만 김치의 매콤하고 알싸한 맛에 반해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물었고 그 직장동료의 부인은 시원스레 웃으며 친절히 알려 주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배추를 사다가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데 그렇게 맛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독일 아저씨가 배추를 사다가 소금에 절여서 김치를 버무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귀찮지 않으냐?"물었다.

그랬더니 아시아 식품점에 포장되어 있는 김치를 판매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여러 종류를 맛보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것만 맛이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 주부들 중에도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독일의 중년 아저씨가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파는 것과 만든 것의 맛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내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문득 번거로움도 마다 하고 직접 담는 김치를 그 부부가 어떻게 먹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해졌다.

파비안은 이야기했다. "김치는 여러 곳에 어울려요. 독일의 고기 요리들 과도 아주 잘 어울리죠.

어느 때는 자우어크라우트 대신 김치를 곁들여 먹어요".


나는 강습 중에 집에서 담을 때도 고춧가루를 이 정도 넣는 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빨간 김치를 만들고 있는 파비안을 쳐다보며 맵거나 자극 적이지 않느냐 물었더니 "아시아 식품점에서 구한 한국의 고춧가루는 색은 빨갛지만 태국의 작은 고추보다 훨씬 맵지 않고 뒷맛에 단맛이 돌고 김치를 담은 후 냉장고에 넣어 익혀서 먹는데

시간이 지날 때마다 더 맛이 깊어지고 좋아지는 것이 김치의 놀라운 점 중에 하나 에요.라고 했다.

내가 지금 한국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독일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김치에 매력에 빠진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실비아라는 40대의 여성이 한국요리 강습을 받은 후 시어머니에게 오이김치를 만들어 주었는데 70대의 독일 할머니가 그 오이김치를 그렇게 맛있어해서 샐러드로 자주 애용 중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20대 후반의 남성 필립은 요즘 인터넷이나 방송에서도 김치에 대한 것을 자주 접할 수 있고 주변에서도 김치를 먹어 보았다는 사람들이 꽤 된다며 김치는 독일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트렌드 중에 하나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연 김치의 세계화 가능할까?


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왜냐하면 첫째 외국 사람들이 김치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중소도시 어디에도 빠짐없이 있는 중국 뷔페에 김치가 나온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은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런데 하루에 몇백 명이 찾는 유명한 중국 뷔페에 김치가 나온다. (밑에 사진들) 먹어본 사람이 그 음식을 알게 되는 것이고 찾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먹는 김치와는 맛이 같지 않다 훨씬 덜 맵고 액젓, 마늘 등의 양념 맛도 덜 강하다.

그러나 우리도 피자를 어디서 처음 접했는가? 한국에 들어온 피자집 에서가 아닌가?

그 피자 맛은 이태리 본토의 피자 맛과 같던가? 그렇지 않다 초밥도 마찬가지 요즘은 유럽 동네마다 있는 초밥도 일본에서 먹는 것과 당연히 맛이 다르다.

그러나 어느 나라 사람이 만들던 피자는 이탈리아 초밥은 일본 음식이다. 그러니 이런 음식이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사람들은 낯선 음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광고를 하여도 먹어 보아야 그 음식이 맛난 것인지 좋은 것인지 알 수 있다.


둘째 이제는 한국 식재료 들을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그리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편하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일반 마트에는 배추, 마늘, 생강, 파 가없을 때가 거의 없고 아시아 식품점 등에는 한국의 고춧가루 액젓, 다 구할 수 있다.

(위에 사진 들은 강습을 위해 자주 장을 보러 가는 아시아 식품점 내부 사진인데 아예 한국 식재료 들만 모아서 코너를 이루어 놓았고 가공식품, 양념들 외에도 만두, 떡국떡, 떡볶이 떡 등의 냉동식품 과자류, 주류할 것 없이 한국에서 바로 수입되는 수많은 식재료 들을 만날 수 있다)


셋째 인터넷에 김치만 검색하면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을 수가 있으며 친절한 레시피와 요리 동영상들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이 만든 초밥 와 김치

*중국 사람들이 만든 새우튀김과 김치 소스


그럼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노력해야 할까?

김치의 세계화를 이루려면 우리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들이 먼저 우리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독일에서 독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요리 강습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묻고는 했다.

"좋은 일 하시네요 그런데 독일 사람들이 김치를 먹어요?"

그 질문 안에는 모두는 아니지만 "나도 잘 안 먹는 구만... 또는 "외국인이 김치 같은 걸 먹어?" 하는 마음들이 슬며시 녹아 있다.

우리에게는 흔한 먹거리 인 김치 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좋은 점을 놓치고 있는지 도 모른다.

마치 여행을 떠나고 나면 손바닥 만한 집이라도 내 집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좋은 곳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듯이 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기획 상품으로 나온 식품들 중에 중국에서 만든 새우튀김과 김치소스라는 것을 독일의 마트에서 보고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영문으로 크게 쓰여있는 김치 소스  Kimchi sauce 나는 그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집에 와서 새우를 튀기고 함께 담겨 있던 빨간 소스를 그릇에 담았다.

냄새부터 김칫국물이다. 튀긴 새우와 함께 찍어 먹으니 새우의 비린맛을 잡아 주고 바삭한 식감에 매콤함을 더해 준다. 맛있었다.


우리의 김치 얼마든지 시장성 있고 세계화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김치 제품들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그것에 앞서 김치는 한국 것이라는 것을 꾸준히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 먹어본 김치가 중국집 뷔페에 샐러드 바에서였다 해도 그 김치가 한국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는 날이 진정한 김치의 세계화가 되는 날이 아닐까?

어느 나라 사람이 만들어도 피자는 이탈리아, 초밥은 일본 이듯이 말이다.

한국요리 강습을 한번 해 보았다고 해서 한국음식을 척척 만들어 낼 수 있는 독일 사람들은 거의 없다.

때로는 그저 한국음식 한번 해 먹어 보았다 라는 것이 다 일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한국요리 강습의 가장 본질 적인 목표는 강습 때 해보았던 한국음식 중에 단 하나라도 집에서 직접 해 먹어 볼 수 있게 한다 라는 것이고 독일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보고 먹어 본 그 음식들을 통해 한국음식이 오래 기억되게 하는 데 있다.

김치의 세계화, 한국음식의 세계화 그날은 머지않았다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요리 강습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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