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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05. 2018

올여름 더이상 월드컵은 없다


온동네가 월드컵 축구 열기로
 가득 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 되면서 독일 중부의 중소 도시인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 에서는 포더레 베스트 라는 지역 전체 건물 앞 마다 월드컵 참가국 들의 국기를 내다 걸고 빵집 마다 월드컵 특설 케익 들을 내어 놓고 몇몇 비어가르텐 에서는 독일 경기가 있는날 독일이 승리 하면 정해진 양의 맥주를 공짜로 공급 하겠다는 광고를 내어 걸고...

자동차 에는 독일 국기를 달고...또는 독일 국기 색과 똑같은 악세사리를 차에 입히고?...

초등학교 독일어 수업 시간에는 작문 테마로 월드컵 축구 가 등장 하고 ...은행,관공소, 병원 등의 직장 정문에 커다란 독일 국기와 나라별 국기들로 장식을 하고....

거리에서도...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독일은 그야말로 온 동네가 월드컵 열기로 가득 했었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한국:독일의 경기가 있던날
우리는 막내와 독일 친구 두명을 데리고 동네 영화관으로 갔다.

우리동네는 베를린 이나 프랑크푸르트 처럼 한국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아니여서 함께 모여 응원을 한다거나 하는 곳도 찾기가 어렵고...집에서 우리끼리 보자니 왠지 월드컵 축구 응원 하는 기분을 기가 어려울것 같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아이들 붉은 악마 티셔츠 까지 한국에서 택배로 받아 입히고 경기장 나들이 까지 하며 대한민국 을 외쳤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러시아 까지는 못가도 어디선가 커다란 화면을 앞두고 환호성 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응원 할수 있는 곳을 찾아 보기로 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흥미진진 하게도 한국과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의 경기가 아니던가?


우리는 어디선가 열띤 응원을 하며 함께 경기 방송을 볼수 있는 곳을 찾다가..

식당이나 비어가르텐 보다는 아이들 데리고 가기도 좋고 적진에서? (독일 사람들 가운데서 )아군을 (한국을 )힘차게 응원 하기에도 덜 눈치? 보이는 영화관 이벤트를 선택 했다.


극장에서 보는 축구경기

우리동네 에서 가장큰 영화관인 씨네스타 에서는 독일이 월드컵 축구 경기를 뛰는 날에는 200석이 넘는 영화관 하나를 비워 그 시간에는 영화 상영을 하지 않고 큰화면에 라이브로 경기를 내 보내는 이벤트를 했다.

물론 공짜로... 대신에 자리가 다 차면 더이상 들어 갈수 없고 언제 자리가 마감 될지 아무도 모르니 당일 일찌감치 영화관 에서 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그런데 영리?하게도 10유로 짜리 (한화로 만이천원 가량)팝콘 메뉴 라는 것이 있었다.
그 쿠폰을 사면 표를 미리 받을수 있고 앉고 싶은 자리 까지 미리 예약도 가능 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영화관 오면 아이들 팝콘은 사주게 되어 있는데 당연히 이거다 싶어 팝콘메뉴 쿠폰을 사고 미리 맨 뒷자리 가운데 줄로 다섯 자리 를 예약 했다.


우리는 그렇게 그 전날 미리 자리가 확보된 표 까지 받아 놓고 대한민국을 외칠 막내와 도이칠란트를 (독일)외칠 두명의 친구 들을 데리고 씨네스타로 갔다.

경기는 독일시간으로 오후 4시 였지만

이동 거리와 경기 시작전에 아이들이 마시고 싶은 음료수,팝콘,나쵸 등을 미리 사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 오려면 조금 일찍 도착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서둘러 나갔더니 표를 받기 위해 일찍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는 누가봐도 "나 오늘 축구 열라 응원 하러 왔어요 말리지마 " 라고 이야기 라도 하듯  애어른 할것 없이 독일 축구 유니폼 을 걸쳐 입고 독일 국기 색인 빨간색 검정색 노랑색이 줄무늬 처럼 수놓인 수건들과 머리에 꼿고 뛰실 꽃술? 까지 곱게 달고 말이다.

그렇게 독일이 이길 것이라 확신 이라도 하는듯 단단히 응원할 준비 태세를 갗추고 기세등등한 독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빨간 티셔츠 골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칠 준비를 하고 있던 우리는 함께 자리에 앉았다.


기대 그 이상의 경기


보통 때라면 영화가 상영 되고 있을 커다란 화면 가득 늠름한 우리 선수들이 입장 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니 콧끝이 찡 한것이 화면으로 만나는 경기 실황 이지만 두근두근 설레임이 배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고 콘서트에서나 봄직한 야광봉 흔들어 대며 짝짝 소리 나는 손바닥 모양 채로 요란을 떨며 독일팀을 응원 하던 관람석에서는 안되 ,오 마이 갓 ,에휴..가
가사 처럼 차례로 쏟아 졌고 ...급기야 막내 친구들은 한국이 훨씬 더 잘한다며 대한민국을 따라 외치고 한국팀이 한골을 넣자 박수를 치며 환호 했다.


경기를 지켜 보는 동안 내심 혹시나 하는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 쥐었던 독일 팀 이 그리 호락 호락 골을 내어주지 않으리라 싶어 한국팀이 승리 할거라는 예상은 쉽게 나오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키도 체격도 그동안의 전력도 훨씬 우세 했던 독일에 한골도 내어 주지 않고 있던 우리 선수들 그리고 골키퍼가 정말 대단하다며 연신 박수를 보냈고 이대로 비기기만 해도 잘 한 경기라 생각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꿈같게도 멋진 한골이 독일 골문을 강타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서 정말 이지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 벌어 지고야 말았다.

급한마음에 원정?까지 나오신 독일의 골키퍼 노이어가 넉넉하게 골문 까지 열어 주신 덕분에

독일을 상대로 깨끗하게 번째 골이 들어갔다.


기막힌 광경에 도이칠란트를 외치며 응원 하던 독일 사람들은 망연자실 했고 몇몇은 쌍욕을뿜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누가 보아도 반박의 여지가 없는 한국팀의 쾌거 였다.


세일 들어간 월드컵 용품 들과 식어 버린 열기

그렇게 한국 대 독일이 2:0 이라는 참패를 하고

80년 만에 월드컵축구 예선 탈락 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나서 독일국가대표팀은 러시아를 등지고 씁쓸이 당일 귀국했다.

당연하다는듯 경기가 끝나고 Whatsapp 으로 독일 친구 들의 축하 메세지가 이어 졌고

그다음날 에는 만나는 사람 마다 축구 이야기와 다양한 인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독일 사람들 중에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래 이번에 독일이 너무 못했어 거기에 비해 한국은 정말 잘했어 놀라워 "

라는 사실적인 반응이 많았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축구 경기도 대전운이 따라야 하는데 이번엔 독일이 운이 없었어" 또는 "그렇게 이겼어도 한국도 결국 16강 못갔잖아" 라는 등의 반응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 일수록 승부에 집착 하고 예선 탈락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받아 드리기 힘들어

하는 모습 이였다.

그런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촥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역시나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독일이 경기 에서 이기면 공짜술을 내겠노라 혹은 음식값의 절반만 받겠노라

가게 앞에 광고문을 내어 건 비어가르텐 과 식당들... 그리고 독일팀의 월드컵 축구를 응원 하기 위해 필요한 깃발,티셔츠,모자,스티커 등등을 판매 하는 백화점 등이다.
올여름 더이상 월드컵 축구 에서 독일이 승리할 일이 없으니 가게 에 내다 걸은 광고 포스터 들은
재빠르게 내려졌고..더이상 월드컵 에서 독일팀을 응원 할일도 없으니 월드컵 축구 응원때 필요한 용품 들은 몽땅 세일에 들어 갔다.
독일은 그렇게....뜨겁던 월드컵 축구의 열기는 그런게 있었나 싶게 하루아침에 식어 버리고 30도를 넘나드는 햇볕 따끈한 여름 날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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