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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ug 03. 2018

스페셜,스페셜 서머


더워도 너무 덥다

보통 독일에서 여름이라 하면 수시로 비 오다가 반짝 며칠 덥고 다시 비 오고 선선해지고 그러다 며칠 덥고 를 반복하며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서 얇디얇은 샬랄라 한 여름옷을 사면 몇 번 입어 보지도 못하고 가을이 되어 버리고는 한다. 

때문에 햇빛 짱짱하고 한여름 더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으로 여름 날씨 사냥이라도 가듯 휴가를 떠나는 독일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여름 선풍기, 에어컨 없이 지내는 가정집이 많고 학교와 관공서 사무실 그리고 전차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에도 냉방시설이 없는 것이 일반 적이다.

워낙 여름인지 봄가을 인지 헛갈리게 덥지 않은 날이 많기 때문 이기도 하고 근검절약하는 독일 사람들의 특성 때문 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여름 날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날씨가 30도를 훅 하고 넘어가는 날들이 연속되면 학교 들은 힛제 프라이라고 해서 방학도 아닌데 더위로 인해 수업이 없기도 하고... 예전에 비해 점점 무더워지고 있는 요즘은 버스나 전차에도 냉방 시설이 늘어 가고 있는 추세 이기는 하다.


그런데...
덥다 덥다 이번 여름처럼 유난스레 무더운 날들이 계속 되기는 처음이지 싶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2003년에도 이렇게 덥고 가물었다고들 하는데 내 기억에는... 지금처럼 30도를 넘다 못에 37도 38도 폭염에다가 비가 오지 않아 심각한 가뭄이 들 정도는 아니었던 같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나무들이 허물을 벗어 내듯...

특별하게도 올여름 내내 높은 온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다 보니 집 정원에 있는 나무뿐만 아니라 길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 들도 수분 부족으로 껍질이 벗겨지다 못해 허물을 벗듯 홀라당 벗겨져 내려 나무들의 속살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떨어져 나온 나무껍질들이 길마다 수북이 쌓여 밟으면 버석버석 둔탁한 소리를 내며... 파릇파릇하던 잔디들 도 말라비틀어져 뉘렇게 된  곳 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동네는 당분간 공원 등에서의 야외 그릴이 금지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하루 종일 땡볕 받아 달구어진 집안은 사우나 가 따로 없고 밤늦은 시간에도 식을 줄 모르는 열기 때문에 창문을 열지 않고는 그대로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여기나 저기나 폭염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곳은 부지기 수고... 매해 세계적으로 폭염의 최고치가 새로이 경신되며.. 한국도 열대야로 이곳이 아프리카 던가 싶게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 무더운 여름이 된 지 한참이니 그것이 무에 그리 특별할까 만은 여기는 비가 흔하디 흔한 독일 이라는데 있다.


스페셜 하고도 스페셜 하도다...

원래 독일의 여름은 장마는 없어도 그에 못지않게 수시로 비가 내려 주시니 여름 아이가 두 명이나 있는 우리 집 은 생일 파티를 해 주려고 해도 언제나 날씨 걱정을 했어야 했다.
한여름에 햇빛 받으며 그릴을 하다가도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우산 쓰고 고기 굽던 적도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침에 해가 짱짱해서 이불 빨래 베란다에 털어 널고 시장 갔다가 그사이 내린 비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불 다시 세탁한 적도 더러 있다.
그러니  독일에서 여름 이어도 학교나 직장 등에서
야외 행사를 계획할 때 혹시 모를 우천 시를 대비해
장소와 프로그램 들을 고민 해야 하는 사항은 언제나 옵션이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여기가 독일이 맞단 말인가 싶게 연일 무더위에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이 스페셜 한 더위가 마냥 좋았다.
만나지는 거리의 사람들 표정과 발걸음은 옷차림보다 더 밝고 가벼웠으며 가끔 쌓이기도 하는 빨래도 빨아 널고 나면 번쩍번쩍이고 큰마음먹고 산 등판 과감하게 후딱 파진 샬랄라 한 여름 원피스에 햇빛 가려 주는 챙넓은 모자는 마르고 닳도록 입고 쓰고 할 수 있었으며...
그 차림으로 노천 아이스 카페에 앉아 과일 빙수 대신 아이스크림 위에 과일 소복이 담겨 있는 사발?(유리컵이라 하기에 넓고 크다) 하나 받아 들면 그대로 이탈리아로 휴가 온 것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하루 이틀이라고
저녁 9시가 넘어도 훤하게 밝은 여름에 연일 낮기온 32도 34도 37도 넘어가다가 밤이 되도록 29도 30도 식을 줄 모르는 폭염은 저절로 "비 한번 내려 줄 때 됐는데..."를 읊조리게 한다
비 내리는 날이 남고 쳐지는 독일에서
비를 기다리는 여름 이라니.... 스페셜 하고도 스페셜 하지 아니한가...

그 덕분에...
씨 뿌려 키운 깻잎 몇 장 쌈 싸서 먹어 보지도 못하고 생으로 마른나물 되어 버렸고.. 수분 부족은 나무와 꽃들 뿐만 아니라 중년 아줌마인 내 피부도 버석버석 소리를 내게 만들었으며....
 안 들고 조금이라도 시원한 구석을 용케 찾아 자빠져 계신 우리 집 나리처럼 나를 오늘도
집 안에서 그늘진 곳을 찾아 어슬렁 거리며 젖은 물수건 하나 머리에 이고 찜질방이라도 온듯한 비주얼로 중얼거리게 한다.

"흐미 더운 거.... 덥다... 겁나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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