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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Apr 05. 2018

늙는 것이 아니라 세련 되어 지는 것....



겨울 지나면 다시 봄 

연일 봄 날씨이다 보니 거리의 사람들 옷차림도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져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십 대.. 이십 대의 청춘들은 대충 입은 듯한 특별할 것 없는 옷차림으로 청바지에 티셔츠 그위에 카디건 하나 걸치고 지나다닐 뿐인데도 어쩐지 화사 하니 예쁘다.

바람결에 흐트러지는 윤기 나는 긴 머릿결도 발캉 하니 핑크빛 감도는 피부도 무엇이 그리 재미난 지 까르르 웃어 젖히는 웃음 가운데 뿜어져 나오는 젊음의 활기... 그 싱그러움 만으로도 어여쁘다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기 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내게도 언젠가 저렇게 나이만으로도 예쁠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때의 나 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내게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 란다 라는 말씀을 종종하시던 그때의 친정 엄마보다 더 나이 든 내가 있으니... 물 흐르듯 지나가는 시간 속에 이렇게 겨울지나 봄이 오듯 하루하루 나이 들어가는 것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순리 이리라.  


내게도 분명 저 아이들처럼 생기발랄하던 때가 있었는데...로 아련아침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으며 이제는 까만 머리 사이로 드문드문 이 아니라 수두룩 빽빽한 흰머리들이 보이던 것이 떠오르자 늦잠 자다 깨어난 것처럼 두 눈 부릅뜨고 화장품 코너를 기웃거린다.


흰머리와 마스크 팩

장보기 위해 앞뒤로 빼곡히 적어 온 메모지 한 손에 그러 쥐고 영양 크림 중에 세일하는 거 뭐 없나? 팩 중에는 새로 나온 것이 있나를 확인하는 나는 "그래, 로션 필요하잖아 그 김에 필요한 거 이것저것 담으면 10퍼센트짜리 마트 쿠폰도 쓸 수 있잖아" 라며 알뜰 장을 보기 위한 이유인 것처럼 로션과 40대 부터 50대 60대를 위한 이라고 쓰여 있는 안티 에이징 크림 그리고 마스크 팩을 담는다.

얼핏 보면 한국에서 화장품 살 때 끼워 주던 샘플 팩 같이 생긴 얇디얇은 것들이 독일 에선 하나에 삼천 원 돈이 다 된다.

그래도 팩을 사다가 펴 바르고 나면 왠지 내 피부를 위해 많은 일을 한듯한 뿌듯함 이 들기도 하고..

씻어 내고 나면 여전히 잘 보이는 숭숭 뚫린 모공들과 자글자글한 잔주름이 옅어진 착각이 들면서 왠지 피부가 뽀샤시 해진 위안을 받는다.

특히나 오늘 같이 그새 흰머리가 더 늘었구나 싶은 날에는 말이다.


독일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솜사탕처럼 하얀 머리의 노인 들을 자주 보게 된다.

모양내느라 이색 저색으로 물들이는 이들은 있지만 나이 들어 자연스레 하얘진 머리를 애써

염색 하는 독일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하얀 머리가 늘어도 염색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피부에 라도 신경을 써 줘야겠구나 하는 본능? 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간다 라는 것은....

어쨌거나 까만 머리보다 흰머리가 많아지고 있는 나는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그 나이에 맞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하는 부자연 스런 모습이 아니라 깊게 파인 주름도 멋스러운 자글 자글 한 잔주름도 사랑스러운 그 나이 다운 그만큼의 모습으로 그렇게.....


P.S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독일에서 인사드립니다.

얼마 전 남편과 이런 글을 읽었어요. " 나이 들어간다 라는 것은 늙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세련되어 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어로 읽은 문장 이였지만 왠지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그렇게 세련되어 지기 위해서 요즘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 생각 들을 여러분과 나누려 해요. 우리는 누구나 똑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 시간이 누구에게는 어제였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 에게는 내일일 수도 있으며 그 누군가 에게는 언젠가 일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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