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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n 11. 2019

 맨땅에 헤딩 ,갈수록 태산

독일의 시간별 일자리 구조


독일의 일자리 구조를 시간별로 크게 나누면...

1. 일주일에 30시간 에서 38시간 일하는 풀타임을 Vollzeit Arbeit라고 하고

2. 일주일에 20시간에서 25시간 을 일하는 반띵?을 Halbzeit Arbeit 라 하며...

3. 일주일에 8시간 에서 12시간 세금을 안 낼 만큼만 일하는 알바를 Mini Job 또는 450이라고 부른다.(한 달에 맥시멈 450유로를 벌 수 있다.)


물론, 직업군과 자리에 따라(독일은 포지션이 높을수록 일을 더 많이 한다)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시간 외 근무 Überstunden 라 해서 정식 휴가 외에 자유시간으로 받던가 시간 외 수당으로 받는다.

또 직업과 회사에 따라 Dreiviertelzeit Arbeit라는 1번과 2번의 중간쯤 되는 간 3분의 2시간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독일에서 우리 같이 의사 한 명으로 일하는 개인병원에서는 일주일 내리 일하는 풀타임 두 명을 쓰고

450 한두 명을 교체 인원으로 두거나 풀타임 한 명에 반띵 한 명 그리고 450 세명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해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 근무 진료 파트 당 최소한 두 명씩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병원은 오픈 당시 화요일 수요일 오전 일주일에 8시간만 나오던 450 MiniJob 한명이 전부였다.

거기에 그분은 정년퇴직을 3개월 미뤄 주신 거라 삼 개월 뒤면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리에겐 당장 직원 채용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였다.


맨땅에 헤딩


혹자는 독일은 서류에서 시작해서 서류로 끝난 다라 하기도 하며 독일을 서류의 천국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독일에서 살다 보면  정말이지 개인이 때에 따라 처리해야 할 서류 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한 분기(삼 개월) 진료 환자의 수가 천명이 넘는 가정의 병원 Hausarzt Praxis에서 매일 작성되어 야 할 서류 들의 종류와 그 양은 로 어마 무시하다. 


수십 명의 스텝 들과 각 파트별 전문가들이 오더를 기다리고 있던 대학 병원에서 서류 처리 등 다른 것은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환자 에게만 집중하던 남편 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도 매일 쏟아지던 서류들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노동청에 이미 채용 공고를 내어 놓고 남편의 인맥을 통해 다른 병원 들에도 직원 급구라는 우리 상황을 널리 알렸건만 당장 급한 우리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지원자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동동 거리던 모습들이 안타까웠던지 환자로 왔던 한 명이 Minijpb으로 일해 주겠노라 선뜻 팔을 걷어붙여 주었고 어느 환자분의 소개로 육아 휴직 중인 한 명이 더 Minijob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번갈아 가며 교대로 파트타임 직원들 명과 거기에 경험도 없는 비전공자 마누라는 용케 하루하루 살아 냈지만 그럼에도 날마다 작성되어야 할 서류 들은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진료 시간 이후에 늦게 까지 병원에 남아 예전에는 해 본 적도 없던 서류 처리 들을 해야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고....

그렇게 한동안 주말도 반납한 체 부부가 나란히 앉아 서류 작성하는 일들에 매달리 보니 집안 꼬락서니가 엉망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아이들 입에서 이젠 피자와 중국음식이 먹기 싫어요 소리가 나올 만큼 배달 음식에 의지해 끼니를 연명? 하며 살고  있었다.


갈수록 태산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노동청 Arbeitsamt에 내어 놓은 직원 채용 공고를 통해 날아들던 수십 통의 이력서 들을 중에 고르고 골라 십여 차례 면접을 보고 난 후 역시나.. 하며 한숨을 뿜어 대던 날이었다.


그날 마지막 지원자가 아마... 원래는 병원에서 직원으로 일 했었는데.. 지금은 평일엔 옷가게에서 주말엔 약국에서 알바 중이시라며 자기 바쁜 사람이니까 채용할지 안 할지 그 자리에서 빨리 답변을 달라던... 현장에서

일하신 지 오래되어 그런지 혈압계 조차 거꾸로 들고 사용하시며 성격마저 급하시던 50대 아주머니를 힘들게 면접했던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일할 수 있는 직원을 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라며... 별 다른 기대 없이 메일로 들어온 지원서 들을 하나 둘 보고 있던 순간 ,

대충 그까짓 거 하고 끄적거렸나? 싶게 적혀 있던 기존의 허술하고 무성의하던 이력서 들 과는 달리 제법 반듯한 모양새를 갖춘 이력서와 똘똘해 보이는 증명사진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고민할 것 없이 바로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그날 이후...

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현장에서 근무 한지 이삼 년 된듯한 참신해 보이는 그녀의 프로필과 면접 때 느껴지던 친절하고 총명해  보이던 인상은 우리가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며 그녀를 선택하도록 했고,


온갖 서류에 치여 주말 도 없이 살고 있던 우리에게 그녀가 가뭄에 단비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여름 휴가비, 크리스마스 선물 비등의  보너스 지급과 두배 오른 연봉을 내어 걸고 우리의 작고 정신없는 개인병원 으로의 입성을 확정 지었다. 


한 달 후에 가뭄에  단비는 개뿔!이라는 소리를 허공에 외치게 될지는 꿈에도 모른 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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