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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8. 2019

설탕 필요 없는 엄마의 단호박 수프


 "엄마 오늘 저녁 뭐 먹어?"

만 나이로 스물두 살, 열아홉 살, 열두 살의 우리 집 세 아이들은 각기 개성이 뚜렷한 만큼 식성도 각각이다.

그래서 메뉴를 선택할 때 에도 집에 어쩌다 한 번씩 들르대학생 큰아들이 와 있을 때는 아들 위주로 그리고 아직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지만 그래도 간혹 여기저기 다니시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내미 가 어디 가기 전에는 딸내미가 좋아라 하는 메뉴로 그리고 키는 엄마만 하지만 집에 함께 있을 날이 제일 많은 막둥이는 나머지 날들에.. 서로 다른 좋아하는 메뉴 들로 엄마의 집밥 메뉴를 짜게 된다.


아마도 일상에서 아이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엄마 오늘 저녁 뭐 먹어?"일 것이다.

식구들이 다 모여 앉아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로 저녁 시간이다 보니 그날의 메뉴는 뭐가 되었든 저녁은 주로 엄마표 집밥 대령이다.


오늘의 우리 집 저녁 메뉴는 낼모레면 영국 런던으로 떠나게 될 딸내미가 가장 좋아라 하는 엄마의 단호박 수프 되겠다.

먹성 좋은 우리 집 막둥이는 별로 환호하지 않는 메뉴이지만 낼모레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영국으로 열 시간도 넘게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누나에게 메뉴 선택 권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단호박 수프 재료 준비


시장에서 고르고 고른 단맛 많은 사과 2알 감자 5-6알, 양파 한 개  그리고 단호박 한 덩이 면 우리 식구 모두 맛나게 저녁 식사를 하게 될 단호박 수프 재료 준비가 끝이 난다.

가을이라 동네 장 서는 날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음) 예쁜 오렌지 색의 단호박을 비교적 착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데다가 사과도 제철이라 단맛이 많이 돌고 독일 사람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감자 또한 바로 수확한 것들이라 삶아 놓으면 포근포근 하니 식감이 더 좋다.

물론 감자 대신에 고구마를 넣어도 좋다. 대신에 감자 또는 고구마는 전분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너무 많은 양 을 넣으면 주인공인 단호박의 맛이 감소되니 중간 크기의 감자 5-6알 정도가 적당 하다

단호박 수프는 이렇재료 준비도 간단하고 요리하기도 쉽지만 조금 번거로운 것이 있다.

바로 요 딱딱한 호박 껍질 벗기는 일이다.

그러나 딸내미가 두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으

 "우와 호박 수프다!"라고 외칠 것을 생각하면 요 정도 귀찮은 것쯤이야..

게다가 그동안 아작? 낸 호박만 해도 몇 통인데 나름의 노하우도 있지 않겠는가?


뭐 별것 아니지만 나름의 노하우를 살짝 공개하자면...


우선 배구공 만한 호박을 반으로 쩍 자르면 속이 꽉 찬 씨앗들과 요렇게 실한 오렌지 속살들이 나온다.


요 호박씨 들을 잘 훑어 내고 호박을 깍두기 크기로 작게 작게 자른 후에 껍질을 잘라 낸다.

호박 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큰 덩어리를 한 번에 욕심 내서 잘라 내다보면 손을 비거나 손가락 사이에 작은 물집 들도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렇게 작게 작게 깍두기처럼 썰어낸 호박 조각 들을 세워 놓고 칼 끝에 힘을 주어 한번에 껍질을 잘라 내면 일이 훨씬 수월하고 안전하다.

감자, 사과, 양파도 호박과 같은 크기로 작게 썰어 끓는 물에 순서대로 넣어 한소끔 뽀르르 끓여 주면....

요렇게 자작자작 물이 줄면서 재료들이 포옥 익는다.

설탕 필요 없는 단호박 수프의
포인트 레시피

솥에서 푹 익은 호박 재료의 물을 살짝 따라 내고 그위에 코코넛 밀크 250ml

소금 (깎은)한 큰 술

후추 작은 술 넣고 믹서로 골고루 갈아 준다.

요것이 레시피의 전부라 하겠다.

단호박과 사과, 감자, 양파에서 단맛이 이미 우러나온 데다가 코코넛 밀크의 달콤하고 뭉글 함이 합쳐져서 설탕도, 밀가루나 전분도 전혀 필요 없는

엄마표 단호박 수프가 나온다. 어떻게?

요렇게 달콤하고 예쁘게...

깨알 꿀팁

수프가 만들어지는 동안 작은 그릇에 올리브 오일을 붓고 마늘 두 알을 작게 잘라서 두면

빵에 발라 구울 때 사용할 근사한 마늘 오일이 만들어진다. 요 마늘 오일이 남으면  채소를 볶거나 누들 요리할 때 넣어도 아주 그만이다.


오렌지 빛깔 단호박 수프를 하얗고 오목한 접시에 담아내고 그위에 마른 호박씨와 잣으로 꽃그림을 그려 주면

설탕 필요 없는 엄마표 단호박 수프 완성..!


거기다 바게트 빵을 잘라서 김에 참기름 바를 때 쓰는 작은 솔로 마늘 오일을 솔솔솔 발라 180도로미리 예열해둔 오븐에 5분만 넣었다 빼면

바삭하고 맛난 곁들이 빵을 함께 낼 수 있다.



그날 저녁 따끈하고 달콤한 단호박 수프를 두 그릇이나 뚝딱 해치운 딸내미는 여행 가방을 차곡차곡 잘 챙겨 들고 영국 런던을 향해 떠났다.  

엄마의 사랑과 비타민이 듬뿍 들어 있는 수프를 먹고 갔으니 제법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환절기에 독일보다 더 비가 자주 내리는 런던에서 지만 감기 걸리지 않고 잘 있다가 6주 후면 집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또 묻겠지 "엄마 오늘 저녁 뭐 먹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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