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렇게 벽난로가 우아한 자태를 뿜어대며 우리 집 거실에서 멋지구리 하게 자리하게 되는 것을 월매나 기다렸던가.. 그때가 12월 하고도 10 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벽난로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는 바람에 우리는 과연 올해 안에 벽난로를 설치할 수 있기는 한 건가? 에만 집중하던 나머지 땔나무를 미리 신청했어야 한다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독일은 허가된 숲에서 벽난로용으로땔나무들을 베어 말려서 가정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뭐든 미리미리 해야 하는 독일에서 그것도 크리스마스 전에 나무를 예약도 안된 집에다 싣어다 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이건 마치 자동차 사놓고 기름 넣을 곳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어찌할까 하다가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도끼 들고 숲으로 갈 수도 없고 일단 독일의 건축 자재 상가인 바우 막에서 파는 벽난로용 나무 들을 몇 자루 사다가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요 양파 망태기 만한 곳에 달랑 나무 몇 개 들어 가 있는 것이 한 자루에 2유로 74센트 한화로 삼천 오백 원 정도 하는데 한번 헐면 너무 헤프게 줄어들었다. 불 붙이는데 들어가는 나무만몇 개인데당연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저 나무 몇 자루로는 택도 없고 그렇다고 자린고비 굴비 매달아 놓고 먹은 셈 치듯 벽난로만 쳐다보며 불 안 피워도 겁나 따뜻한 느낌 이야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루에 헐어 쓰는 나무 자루가 몇 자루식이면 이거 뭐 가스요금보다 비싸게 들 판인 거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바우 막에서 판매하는 벽난로용 나무를 박스로 사기로 했다.(보통 평방미터로 계산해서 벽난로가 쓰이는 공간과 시간 등을 계산해서 미터 당으로 쌓아 놓은 나무 박스들이 있다)
아무래도 건축자재 상가에서 판매하는 나무들은 땔 나무 회사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나무 상태도 그보다 못하지만 상황상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단박에 문제가 해결된다면우리 집이 아니지... 어느 구독자님이 댓글에도 달아 주셨듯 독일 김여사 네는 뭐만 했다하면 파란만장하다.ㅎㅎ
독일의 건축자재 상가 인 바우 막으로 달려간 우리는 가격 대비 큼지막하고 튼실해 보이는 벽난로용 나무 박스 들을 골라 집으로 배달을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아주 담담한 어조로 배달은 내년 2월 지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쒸뜨...
끝에 2유로 69는 나무 석탄 , 독일의 벽난로 중에는 석탄 난로들도 있다. 한 박스에 125유로 또는 97유로였다. 우리는 125유로짜리 2박스를 가져왔다.
독일은 배달도 다 되는 것이 아닌 데다가 가구나 이런 나무 들을 구매 한 곳에서 배달을 시키려면킬로미터를 따져 배달요금을 따로 내야 하고 배달되는 시간 또한 예약해야 한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이삼주 걸린다.
독일 식으로 보면 그리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가 12월인데 2월이 지나 서면 나무 없이 가장 추운 겨울을 벽난로는 데코로 새워 놓은 체 그냥 지내라는 소리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마빡에 힘이 들어가며 "2월 지나면 겨울 다가는 데요"라고 했다.(분명 얼굴에는 미친 거 아님? 이 쓰여있었을 테다 )
그랬더니 직원은 다소? 황당한 눈으로 누가 지금 오래? 진즉 하지? 하는 얼굴로 마치 핸디에서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이 나오듯 땔 나무 주문 배달은 이미 예약이 꽉 차서 2월이 지나서야 가능하다는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망연자실한 내 표정이 조금 안되어 보였던지 직원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선심 쓰듯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배달은 예약이 2월까지 꽉 차 있어 그보다 빠르게는 가능하지 않지만 우리가 바우 막에서 짐차를 빌려 직접 실어 나른다면 1월 초에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행히 남편은 1종 면허를 가지고 있어짐차를 운전하는 것도 가능하고 벽난로가 있어도 나무가 없어 겨우내 벌벌 떨며 보내느니 우리가 직접 실어 나르는 게 났겠다고 용감하게 모든 것을 예약하고 그 상황에 우리에게 대책을 간구 해준 직원분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벽난로용 봉지 나무들을 사다가 숫자 새어 가며 아껴 쓰고는 이제나 저네나 기다렸다 그날이 오기를..
드디어 약속된 1월 2일이 왔다.
해 바뀌자마자 이제는 나무를 마음 놓고 쓸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생각에 한달음에 건축자재 상가로 뛰어갔는데..
어마 어마 하게 커다란 트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가 빌려서 나무를 직접 운반해야 하는 짐차는 작은 용달이나 봉고도 아닌 이삿짐 운반할 때나 쓰지 않을까? 싶은 커다란 트럭이었다.
짐차라고 해서 우리는 자동차보다 조금 큰 용달차 정도를 생각했다. 아무리 남편이 가지고 있는 면허가 1종이라지만 이렇게 큰 트럭을 운전해 봤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그날 남아 있는 차를 빌려 주는 거라는데...'이렇게큰 트럭이란말 안 했잖니? 우리 한테 대체 왜 이래?'라고 물을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엄동설한에 찬바람 맞으며 트럭을 앞에 두고 우리는 정말이지 난감 허네.. 를 외치고 있었다.
그놈의 트럭은...
나같이 다리 짧은 사람은 어찌 타라고 그렇게 높은지 타기도 쉽지가 않았다.
트럭을 탔다기보다 기어올라 갔다고 해야 할 나는 앉자마자 엄청 높은 승차감으로 불안이 배가 되었다.
직원에게 트럭의 열쇠를 건네받고 시동을 걸던 남편도 그 순간은 나 못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날 그 대단시러운 트럭으로 어떻게든 시간 내에 안전하게나무 박스를 집까지 운반해야 했다. 바짝 긴장한 상황 속에서도 중요한 것을 놓치는 법이 없는 남편이 트럭 밖의 차 상태는 자기가 찍어 두었으니 안의 상태는 나더러 찍으라고 했다.
차 상태 사진 한 장 찍어 두라고 해서 찍는다는 것이 얼이 반쯤 나간 나는 얼결에 셀카를 찍었다.
그 사진 속에는 추운 날씨에 목도리 둘둘 감고 털모자까지푹 눌러쓰고 꼬라지가 말이 아닌 아주마이 하나가 무지막지한 트럭에 식겁한 표정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욜라 리얼하게...
우리는 트럭을 타고 주차장을 돌아 나무 박스를 차에 얹어 준다는 바우 막 뒤편에 있는 창고로 향했다. 멀리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운전면허 학원에서 연습 난 온줄 알았을지도 모르게 조심조심하며...
어떤 나무 박스를 몇 개 등의 것이 기재되어 있는 영수증을 창고에서 일하시는 직원에게 보여 드리니 저렇게 생긴 차로(위에 사진) 나무 박스를 실어 높디높던 트럭 위로 사뿐히 들어 올려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나무 박스들을 이렇게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만 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물론, 트럭을 타고 가면서 커브를 틀어야 할 때마다 큰 차의 쿨렁 쿨렁 한 느낌은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의 거시기한 기분 그대로를 연출했다.. 무게 중심이 기우는 듯한 얄딱구리한 느낌이 들 때면 저 안에 나무들은 잘 고정되어 있는 거겠지 하며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 그시간에 차들이 많지 않아서 무사히 집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집 앞에 주차된 트럭을 보며.. 이런 큰 트럭을 타고 이렇게나 많은 나무들을 실고 집까지 잘 왔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런데 역시나 아직 끝나지 않은 김여사네 네버 엔딩 스토리.. 저 나무 박스를 트럭으로 올릴 때는 기계로 가뿐히 들어 얻어 주었지만 집에 도착하니 트럭에서 저 무거운 나무박스 들을 내릴 방법이 없. 었. 다.
그래서 박스는 트럭 위에 그대로 얹어 두고 나무 하나하나 빼내어 마당으로 옮겼다.
우리 집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던가 아이들이 셋이나 되다 보니 일단 쪽수가 많지 않던가..
우리는 마치 응답하라 시절 한국에서 연탄을 나르듯 온 가족이 줄 서서 나무 하나씩을 전달 전달해서 마당으로 던져 넣고 차곡차곡 쌓았다.
그날 오밤중까지 나무를 쌓느라 비록 몸은 이삿짐 나른 것만큼 너덜너덜 해졌지만 아이들과 캠핑하듯 마당에 모닥불도 피워 놓고 깔깔 거리며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더 쌓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쌓여 있는 나무들을 보며 푸근해지는 건 덤으로 얻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