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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7. 2020

독일 주택에서 가장 애용되는 겨울 난방

독일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가을이 오면....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으로 시작되는 고전? 가요 옛 시인의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 지는 가을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가을이 찾아오면 저절로 감성이 풍부해진다.


내게도 있었던 20대의 한국에서는 그 마른나무 가지에서 작은 잎새 하나가 또로록 떨어질세라..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잎새 들을 하나둘 주워 책갈피에 넣고 곱게 말리고는 했었다. 그런데..지금 50대.. 독일에서는... 차디찬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아직 가을색으로 채 물들지 못한 손바닥만 한 잎새들이 마당에 널부러 질 때면 오마이 가뜨 저것들을 언제 다 치운다냐 하며 빗자루로 쓸어 담기가 바쁘다.

독일 주택가에서 가을 낙엽 이란?

그러나...

가을을 맞이 하는 감성이 조금 다른 빛깔을 띨 뿐 여전히 감성 부자임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독일에서 겨울나기와 난방


요즘, 독일은 거리에 나뭇잎들이 가을색으로 물들기도 전에 불어오는 찬바람에 떨어져 내린 낙엽들이 바닥을 뒹굴고 가을이 미쳐 익어 가기도 전에 쌀쌀해진 날씨는 다가올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독일의 겨울은 길다. 조금 뻥을 보태면 일 년의 반은 겨울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다. 그렇게 어둡고 으슬으슬하게 추운 겨울이 한참이나 간다. 그도 그럴 것이 해나는 이 많지 않아 어두침침하고 비가 자주 내려 온도는 그리 낮지 않으나 습하고 냉하게 춥기 때문이다.

독일에 겨울이 오면 우리의 방바닥이 뜨끈 뜨끈해서 눕기만 해도 온몸이 노곤해 지는 온돌방이 한없이 그리워 진다.

(*물론 독일에도 간혹 보덴 하이쯍 이라 해서 바닥에 불이 들어 오는 집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보편적이지 않을 뿐더러 우리의 온돌방 과는 다르지요.3층에 저희집 아이들 방도 바닥에 불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주로 물흘러 가는 길이 따뜻해 지다 보니 방과 방 사이 복도 바닥만 제일 따숩고 맙니다. 그렇다고 애들을 복도에서 재울수도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ㅎㅎ)


독일 집과 건물의 난방은 주로 하이쯍 이라고 불리는 전기 또는 가스 히터로 되어 있다.

독일의 전기로 또는 가스로 데워지는 하이쯍 Heizung  히터는 요렇게 생겼어요.


집 크기와 언제 지어졌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된 하이쯍 인지, 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하이쯍만 가지고 춥지 않게 겨울을 나려면 전기요금 또는 가스요금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주택으로 이사 오고 첫해 아무리 하이쯍을 틀어도 따뜻해 지기는커녕 그 자리를 벗어나면 냉기에 휩싸이기가 일쑤였다 어디서 바람은 그리도 많이 들어오던지..집에서 설겆이 하다 동상 걸려 보았는가?분명 집안 이건만 계단에서 말하다 하얀 입김을

보고 놀라 보았는가?잠 잘때 이불 밖으로 내놓은 얼굴이 시려 보았는가?천장 높은 클래식한 독일집에 살다 고품격으로 얼음 될뻔 했다.해서 우리도 모르게 자꾸 하이쯍을 세게 틀었던지.. 그해 겨울 나고 어마 무시한 가스요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집에서도 추우면 무조건 잠바 꺼내 입고 포근한 겨울 실내화 속에 겨울 양말을 두 개를 신고 뜨거운 물 끓여 담은 핫팩, 또는 체리 씨앗 등의 마른 씨앗을 담은 주머니 핫팩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데워 가며 끌어안고 살았다.


*사진출처:www.amazon.de
독일 주택 에서 가장 애용 하는
겨울 난방은 벽난로


무튼, 기나긴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독일 주택에서 가장 애용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나무 떼서 쓰는 벽난로 다.

겨울에 독일에서는 길 지나가다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과 그 집 마당에 한옆으로 잔뜩 쌓여 있는 땔감 나무들을 보면 아.. 이 집에 벽난로가 있구나 하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 얼마나 그런 집들을 부러워했던가... 주택으로 이사 오기 바로 전에 살았던 우리의 빌라 같은 보눙에서는 벽난로가 있었다.

주택보다 훨씬 작기도 했었고 성능이 아주 훌륭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나무를 떼어 열기를 만드는 것은 느낌만 으로도 따뜻함을 선사해 주었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이 되면 겨울 오기 전 벽난로 하나 놓는 것이 소망이었건만 독일에서는 벽난로 하나 놓는 것도 그냥 되는 게 없었다.

우리가 우리 집에 벽난로를 놓기에도 그냥 사다가 설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적 사항이 남아 있었다. 

독일에서는 집에 벽난로를 놓으려면 우선 굴뚝 전문가에게 굴뚝 상태를 확인하고 그 집에 벽난로 설치가 가능 한지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환경오염과 대기오염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어 독일법도 계속 바뀌고 있다. 요몇년간 집 밖으로 연통만 연결하면 되던 간단한 벽난로 들도 이제는 굴뚝을 통해서 이웃집과 몇 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빠져나가야 한다는 세부 조항들이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독일 김여사네
벽난로 놓기 프로젝트


거기에다가 우리 집은 원래 가정집이 아닌 레스토랑이었고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몇 년간 비워져 있어서 손보아야 할 것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지붕으로 나가는 창문이었는데... 다른 급한 수리들을 먼저 하다 보니 거기까지 할 여력이 없었다.

정리하자면 집에 벽난로를 놓으려면 굴뚝 전문가를 불러 야 하는데 그 전문가가 굴뚝으로 나가야 하는 지붕의 창문이 고장 나 있어서 우리는 몇 년에 걸쳐 그 창문부터 수리를 하고 이사 온 지 5년 만인

작년에 드디어 굴뚝 전문가를 불러 굴뚝을 보일수 있게 되었던 거다.

그놈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았을 것 같은 작은 지붕 창문 하나 고치는데 2000유로가 넘게 한화로 약 26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결전의 그날 5년이 걸려 벽난로 건으로 섭외된 굴뚝 전문가는 높은 나무 사이들을 날아 다니던 림의 타잔 못지 않은 날렵함으로 우리 집 지붕에 올라 굴뚝을 들여다본  우리 집은 일반 가정집들과는 달리 굴뚝이 3개나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중에 하나는 업소용 에어컨이 연결이 되어 있어 사용하려면 그 모든 것을 떼어 내는 공사를 크게 해야 한다고 했다.우리 집에 당용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때 처음 알았다.물론 알았다 한들 전기값 무서워서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용하지 않는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벽난로 가 딸내미 방에 하나 있는데 그 벽난로와 연결되어 있는 굴뚝은 너무 낮고 짧아 요즘 벽난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했다.

그러나 다행히 하나 거실 끝에 벽을 타고 높이 달려 있던 굴뚝은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 그 굴뚝을 벽난로 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굴뚝 전문가의 허가가 났다. 

할렐루야 앗싸라 비아~~!


워낙 손발이 차고 냉한 데다가 여러 가지 불내성을 가지고 있는 나는 겨울이면 혈액순환 장애는 옵션처럼 딸려 왔고 어느 때는 밖의 온도와 비슷한 집안에서도 추위와 싸워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벽난로를 놓을 수가 있다. 추우면 금세 따뜻해지는 벽난로를 놓을 수가 있다는 생각에 상상 만으로도 따뜻해 왔다.

그런데 모든 일이 생각처럼 착착 진행된다면 세상사 걱정할 것이 하나 없지 않겠는가.

언제나 실전은 생각보다 늘 간단치 않았다.



작년 여름 우리는 굴뚝 허가가 났으니 벽난로만 사다가 척하니 놓으면 만사 오케이구나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어떤 벽난로를 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했다.

독일에는 생각보다 너무나 다양한 벽난로의 종류와 시설 업체들이 있었다.

우리 집의 상황과 가격 대비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지는 벽난로를 고르기 위해 많은 곳을 다녀야 했고 심지어 박람회까지 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그런데 시간 지나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그것도 작년이니 가능했지 올해 라면 코로나 때문에 그 모든 일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힘들었던 그 모든 것이 감사함으로 남는다.


샅샅이 조사하고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슈발름 슈타트(우리의 친절한 이웃 슈발름 씨네는 이 동네에서 오신 분들이다 그래서 성도 슈발름)에서 오랫동안 벽난로 업계에서 일해온 업체를 찾아 우리 집과 맞아 떨어지는 벽난로를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작년 겨울 세 번의 굴뚝 전문가 와의 만남 그리고 벽난로를 설치하기 위해 네 번의

다른 날들을 통해 드디어 우리 집에 벽난로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여름에 계약해 놓은 벽난로 업체에서 설비사가 나온 것은 가을 어느 날이었다.

집안의 크기를 재고 확인하고 우리가 선택한 벽난로가 확실히 설치가 가능한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 가을 두 번째 약속된 날에 두 명의 설치 기술자들이 나와서 벽에 구멍을 뻥 뚫어서

벽난로가 오면 바로 연통을 꼽을 수 있도록 시설을 하고 갔다.

그런데 그 벽난로가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데 까지 시간이 예상 시간보다 더 걸려 우리는 뻥 뚫린 벽으로 두 달을 살아야 했다. 물론 그 구멍에 오래된 담요와 천 등으로 막았지만 들어오는 바람은 벽이 시원하게 뚫려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가 벽난로를 계획한 지 5년 만에 자세한 절차 상의 문제가 결정된 지 반년 만인 작년 12월 어느 날 벽난로는 우리 집 거실에서 빨간 불길을 피워 내며 우리에게 행복한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벽난로 설치가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뭐든 미리미리 해야 하는 독일에서 우리는 땔감 나무 주문 시기를 놓쳐 버렸다.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갈 수도 없고... 우리의 땔감 나무 확보를 위한 요절복통 고군분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벽난로의 연통을 연결하려고 미리 뚫어 놓은 구멍
딸내미 방에 작은 벽난로를 막는 공사를 따로 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거실에서 사용할 벽난로가 연결된 다른 굴뚝에서 연기와 가스가 거꾸로 딸내미 방으로 들어오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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