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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11. 2020

독일 에서 가장 많은 반려동물은?

이상한 기념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주말 아침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 함께 아침 일찍 산책을 다녀온 남편은 마치 혼자 대단한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게 물었다.

나는 웬 일로 그런 질문을 한데 하는 표정으로  "글쎄.. 뭔날인데?"라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에게 기념일이란 365일 중에 하루일 뿐이다.

결혼기념일 도 잊어버려 놓고는  "나한테는 매일이 결혼기념일이야 "라는 말로 빠져나가기 일쑤고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로즈 데이, 블랙데이, 뭔데이... 해대는 수많은 데이는 그에게는

그야말로 뭔데이(뭔 놈의 데이의 준말) 일뿐이다


나는 도대체 무슨 날이기에 저러나 싶어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도 모르는 것을 혼자 알고 있는 자신이 되게도 기특하다는 듯이 부심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는 내게 말했다.

"10월 10일 오늘이 세계 강아지의 날 이래 검색해 봐 "


평소 울 멍뭉이 나리는 남편 에게는 어찌나 살갑게 붙어 애정을 마구 표현하는지. 그냥 하트가 쏟아진다!. 내게는 빵이나 들고 있어야 슬며시 다가 오지만 말이다...

그래? 하며 나는 검색을 해 보았다 속으로는 마누라 생일도 왔다 갔다 하는 분이 강아지 날 같은 소리 하시네 하는 말을 마구 날려 주시며 말이다. 흥, 칫, 뿡이다!

그런데,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검색해 본 결과 웃기는 것이 한국 검색창에도 그 어디에도 오늘이 세계 강아지의 날이라는 말이 없는 것이다.

한국,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3월 23일 공식적으로 세계 강아지의 날을 지정하고 있었다.


온리 독일 넷상에서만 오늘 10월 10일이 세계 강아지의 날이라고 나오고 강아지 사료 상점 등에서 행사들을 한다고 광고를 하고 SNS에 축하 메시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지? 싶어 조금 더 자세히 검색을 해 본 결과 알아낸 재미난 사실 하나,

독일의 이 세계 강아지의 날은 누가, 언제, 어떻게 지정되었는지 아무도 정확히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중에 언젠가 미국에서 10월 10일 뚱뚱한 강아지들을 위한 날을 지정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잘못 번역되어 독일로 들어오면서 그냥 세계 강아지의 날이 되었다는 썰이 유력했다.

그럼에도 이 이상한 기념일을 독일 사람들은 강아지의 날로 지내고 있었다.

*사진출처:www.zzf.de

독일에서 가장 많은 반려동물 은?

어쨌거나 이요상 한 기념일 덕분에 검색하다 재미난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보통 독일을 강아지의 천국이라 부르기도 하고 산책 다니다 보면 수없이 많은 강아지를 만나기 때문에 반려 동물 중에 단연 1등이 강아지 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에서 가장 많은 반려동물 1등은 강아지가 아니라 고양이였다.

독일에 2019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반려 동물 1등은 고양이로 독일 전체 14,7만 마리나 되었다.

그리고 2등인 강아지는 10,1만 마리 3등인 토끼는 5,2만 마리 4등인 새는 4,0만 마리 5등인 열대어는 1,6만 마리 등이었다.

그중에 한 종류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45프로로 가장 많았고 아이가 있는 가정의 반려인 이 그중 61프로였다. 또 두 종류 이상의 반려 동물은 15프로였다. 그리고 한 명의 반려인 인 가정이 30프로 두 명의 반려인 가정이 35프로 3명 이상의 반려인 가정이 35프로 되었다. 또 반려하는 사람들을 나이로 나누어 29세까지의 20대가 17프로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이 24프로였다.


즉, 이 데이터를 종합해 보자면 독일에서는 한 종류의 반려동물을 60세 이상의 한 사람 기준의 가정이 반려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는 이야기다.

정리하자면 독일에서는 60세 이상의 혼자 사시는 노인 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 그렇구나... 그래 혼자 사는 노인 분들에게 지금처럼 코로나 시대로 사람 만나기 더 어려워진 외로운 때에 어쩌면 꼭 필요한 위로와 사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남편은 세계 강아지 날을 맞아 특가 세일을 한다는 강아지 용품점의 세일 전단지를 본 것이 틀림없다.*사진출처:Tierisch gut ,Fressnapf Prospekt
털북숭이들이 주는
말없는 위로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였다. 어느새 나도 이 뭉실 뭉실 한 털을 가진 친구들이 주는 말없는 위로가 어떤 것인지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날도 이런저런 걱정으로 힘이 쭉 빠진 날도 어제와 똑같은 얼굴로 슬며시 다가와서 옆에 철퍼덕 주저앉거나 무릎 위에 살짝 고개를 얹고는 하는 나리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변함없는 천진함과 뭉글함이 다른 생각 할 새 없이 잔잔한 위로가 되어 다가온다.

그 어떤 순간에도 그대로 일 것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이제 며칠 후에는 대학에 입학하는 딸내미도 베를린으로 이사를 간다. 어느 날 아이 셋에 우리 부부 다섯이던 식구 속에 나리가 들어와 여섯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아이들 중 둘이 대학생이 되어 빈자리를 남기며 셋이 될 것이다. 나리까지 넷...

그리고 또 그 언젠가는 막내도 어디론가 대학을 가며 집을 떠날 것이고 우리 부부 둘만 남게 되는 그 순간에도 우리 옆에 언제나 나리 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는 나리가 있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리, 해피 강아지 데이 우리와 함께인 지금 너는 행복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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