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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Dec 27. 2023

병원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나의 불면증


심각한 불면증으로 인해 올해 크리스마스도 , 내 생일도 모두 병원에서 보냈다. 입원 한지도 벌써 곧 두 달 차.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들떠 있는 이날을 병원에서 보낸다고 해서 속상하거나 슬프지는 않다. 다만 나의 깨진 저금통이 밉다.


 뭐가 그렇게 알고 싶었던 걸까.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나는 프로그래밍, 원어민 1:1 영어과외, 미술, 힙합댄스, 각종 운동 등등 미래가 없는 것처럼 돈을 버는 족족 비싼 자기 계발에 썼다.

 

문제는 아플 줄 몰랐던 내게 불현듯 찾아온 입원이다. 입원이 한 달, 두 달 계속되면서 소중한 걸 하나씩 잃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마케터였고 내 일을 사랑했다. 내 손으로 광고를 만들고 대표님과 소통하고 가게를 돕는 일. 입원 기간이 자꾸만 길어지자 회사에서 자진 퇴사 처리가 되었다. “자진퇴사 처리 됐대.” 이 말을 어머니한테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속상하고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설상가상, 내가 살던 자취방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되었다. 40만 원씩 쑥쑥 빠져나가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내 첫 자취방을 나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무너져가는 내 일상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더 슬펐다.




 병원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모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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