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 엄마와 함께
한 달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쉬는 3개월 동안 가장 편안했던 순간이 제주 여행이었기에 다시 제주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엄마와 함께였다.
12년 전 박사 학위를 받고 싱가폴/베트남 여행 이후에 참으로 오랜만에 엄마와 둘이 비행기를 탔다.
애석하게도 아빠가 없는 엄마는 엄청나게 밝고 들뜬 모습이다.
그에 비해 크게 동요 없는 내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대하는 마음도 그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소녀같이 웃는 엄마 모습에 그래도 같이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부모님이 항상 편하지만은 않다.
5분마다 이어지는 내 걱정,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빠의 모습,
엄마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아빠의 표정,
배가 불러도 계속 먹을 것을 챙겨주는 엄마.
더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지만,
진짜 나의 모습을 말할 수 없는 것도 부모님이다.
지난 여행에서 나는 작은 은방울꽃 문신을 했다. '
다시 찾은 행복'.
꽃말이 좋아서 가끔 힘들 때 쳐다보면 슬쩍 미소가 지어질 것 같아서, 약간은 즉흥적으로(?) 발목에 새겨 넣었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자랑했지만, 정작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했다.
'타투하면 아프고, 피부 망가지고, 나중에 지울 때 힘들어, 그런 거 하지 마'
혹시라도 타투할까 봐 걱정을 하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네가 그런 마음으로 했구나, 잘했네, 네가 요샌 이런 기분이구나, 우리 딸 힘들었겠다'
이렇게 말해주길 바라는 건 아마도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
엄마처럼 들뜬 마음이 아니라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며칠 발목 긴 양말 신고 다녀야겠지만...ㅎㅎㅎ
지난번 제주 여행에서 동생과 돈독해졌던 것처럼,
엄마랑 좀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
허양의 남편이 해외에 간 사이 서울에서 적적하게 있기도
싫고 좋았던 기억을 다시 느끼고 싶어 허양은 제주를 다시 가기로 했다.
지난 일기에 썼듯, 제주의 마법을 다시 느끼고 싶달까?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허양을 방문해 주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아서 남편은 장모님과 가기를 추천했다.
모녀간의 여행도 오래되었고 이를 계기로 좀 더 ‘솔직한’ 관계로 발전하기 바랐기 때문이다.
‘솔직한’ 관계가 꼭 유쾌하거나 재밌는 관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속상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솔직하다면 그 관계는 무엇보다 단단하고 끈끈할 거라 허양의 남편은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지난 15년간 허양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람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직장상사도 아니고 박사과정 담당교수도 아니고 바로 그녀의 가족이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그래서 더 솔직할 수없다는 허양의 모습을 볼 때면 남편은 처음에는 의아했고 그다음에는 안타까위했으며 가끔은 그 가족들이 서운했다. 그렇지만 허양이 간곡하게 요청했기에 한 번도 처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말한 적이 없었다.
‘허양의 가장 큰 고민의 근원이 가족이에요.’라고..
지난 제주 여행에서 자매애를 찾았기에
이번엔 새로운 모녀관계가 이루어지길 남편은 기대했다. 꼭 즐겁진 않더라도 더 솔직하게. 허양이 얼마나 아픈지 무엇이 필요한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장모님이 이해하길.
그런데 문득 남편은 생각했다.
괜찮을까 이 여행? 괜찮겠지? 뭐가 되든 새로울 거야.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거야..라고
먼 스페인에서 걱정 반 기대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