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다
제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대평리이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 좁고 푸르른 도로를 지나고 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아래 마을. '우와'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이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지난 제주 여행 때 맺게 된 소중한 인연들이 살고 있는 곳.
고작 일주일 지내는 동안 손님과 사장님으로 만났던 것뿐인데, 오래 알고 지낸 양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준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꽃과 같이 나도 활짝 웃는다.
새로 오픈한 근처 카페에서 차도 얻어 마시고,
묵었던 숙소 사장님은 기꺼이 본인의 공간을 내준다.
유명세를 탄 정원들처럼 화려고 웅장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정원이 있는 포근한 그 공간에 한참을 머무르다 돌아왔다.
오늘, 다시 그곳을 찾았다.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기자기한 정원에서 꽃을 꺾어서
그때 그 카페에 앉아 꽃을 다듬어 꽂아 장식해 두고, 차를 마시고, 카페 사장님이 준비해 준 간식을 먹으며 육지 출신 제주살이에 대해 풀어놓는다.
'여기라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한번 살아보고 싶다'
왠지 이 커뮤니티에 속할 수 있다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주도는 그런 곳인 것 같다.
한국이지만 외국에 있는 듯한 자유로움, 편안함, 섬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여행하는 것과 진짜 '사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왠지.. 잠시라도 여기 살다 보면,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바람에 흘려보내고, 넓은 들과 바다를 보며 욕심을 비우고, 우뚝 솟은 산을 보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시작이 힘들었던 이번 여행의 막바지,
사람들의 따뜻함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위로를 받았다.
다시, 제주에 오고 싶다.
다시, 대평리 그들을 만나러 오고 싶다.
그럴 때가 있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필요할 때.
나를 모르기에 오히려 섣불리 나에 대해 재단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허양의 여행 막바지.
초반에 장모님과의 시간의 여파로 내내 힘들어하던 제주 여행 막바지 그녀는 힘을 얻었고 다시 한번 제주의 마법에 빠지게 되었다.
제주에 내려가면 어때?라는 허양의 제안
남편은 한 번도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삶의 방향에 여러 가지 옵션들이 생길 것 같고 지금의 태도도 바뀔 것 같다고 상상했다.
회사는 어떻게 할지, 집은 어쩔지, 수많은 짐들은 어떻게 할지 실질적인 고민은 있겠지만 시기와 기간만 정한다면 내려가서 생활해 보고 싶다고 남편은 생각했다.
사실 최근 그는 서울살이에 지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꽉 막힌 도로, 높은 빌딩들.
30년을 살았는데, 잠시 경기도에 살 때는 그렇게 돌아오고 싶었는데,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서울인데, 그곳의 중심에 살고 있는데도 서울의 모든 것이 지겨워졌다.
아파트 주차장에 가면 포르셰가 흔하고, 거기에 꿇리기 싫어 10년이나 된 외제차를 계속 가지고 있고.
다들 어찌나 멋지게 차려입고 잘 나가는지, 필요도 없는데 명품을 사고 나만 뒤처진 건 아닌가 하며 불안해하고 남과 비교하는 서울살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삶의 태도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이 제주살이 가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며 막연히 기대해 본다.
일단,
한 달만 같이 내려가 볼까? 안되면 3주라도?라고
허양의 남편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