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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Jun 24.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33)

퇴사를 하다

허양은 제주도를 다녀오고 며칠 뒤 공식적으로 퇴사를 했다.

마지막 날 회사에 인사를 가기로 했는데 그전까지 뭔가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다시 그 공간으로 가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걸까?


퇴사하는 날, 월요일.

허양의 남편은 그녀에게 별 일은 없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걱정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다음에 또 만날 약속을 하고

‘그녀’에게도 마지막 악수를 청하고 집에 돌아온 허양은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막상 회사에 가니 힘들지 않았고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회사와의 관계가 끝나고 허양은 자유인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동안 묵은 것을 토해내듯 일기로 감정을 발산했는데 지금은 그렇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어차피 이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는 ‘회사원’에서 탈출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끝내면 되는 걸까?

30회 이상을 쓰지 못하는 브런치북 때문에 애매하게 1/2부로 나누어 연재했는데 2부를 몇 회 올리지 않고 끝맺음을 해야 하나?

지금 이 글은 ‘프롤로그’여야 할까?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허양도 허양의 남편도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당장 허양은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4월의 제주에서 보름은 다시 웃을 수 있게 해 주었지만 5월의 제주에서 보름은 너무 외로웠다고 한다.

같이 가잔다. 남편도 같이 가자고.

남편은 허양이 혼자 갈 수 있다고 말해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환자인데. 아픈 사람인데. 말로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정작 생각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배우자 없이 혼자 갔던 제주가 마냥 편하지는 않았을 거다.

당장 날짜를 정했다 7월에 3주 정도. 숙소도 잡았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맘에 드는 곳들은 예약이 되었거나 날짜가 여의치 않다.

3곳을 예약해 이동하며 지내기로 했다. 제주 북쪽, 서쪽 그리고 남쪽.

특히 마지만 남쪽에서의 5박은 허양이 처음 제주 살기 가서 동생과 지내며 만족한 대평리의 그곳.

숙소 주인과도 친해졌고 그 동네 가게분들과도 다시 가면 술 한잔 하기로 했단다.

그 장소에서의 느낌을 남편과 같이 느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허양과 허양의 남편은 제주 살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의 회사는 어떻게 할까?

가족 돌봄 휴직이란 것이 있다. 가족들이 아플 때, 돌볼 사람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최소 사용기간이 30일이고 원칙적으로 회사는 직원의 휴직사용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다른 형대의 근무 등으로 조율, 협의는 가능하다.

‘가족 돌봄 휴직’은 무급이다.

허양의 남편은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3주간 제주에서의 재택근무를 요청했다. 재택근무가 어렵다면 휴직을 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지금 가장 최우선 과제는 아내의 회복이다. 돈도 일도 다른 사람도 아니다. 눈치 볼 이유가 없다.

회사에서도 판단하겠지. 3주간의 업무 연속성이 중요하고 직원을 믿는다면 재택근무에 동의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편과 회사 서로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서로가 필요한 건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될 터이다.

회사는 남편의 재택근무에 동의했다. 남편은 이를 회사의 ‘배려’라고 표현하지 않기로 했다.

흔히들 ’ 회사가 배려해서 제주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라고 표현할 거 같은데, 이건 ‘배려’가 아니라 서로 간에 ‘합의’이다.

각자의 필요에 맞게 협의한 결과이고 일방이 손해를 감수한 것이 아니니까 ‘배려’라고 쓰지 말자.


앞으로 연재글은 제주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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