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볼릭 윈도’는 과학인가, 마케팅인가?
운동이 끝나고 나면, 헬스장 안팎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하나 있다.
“단백질 빨리 먹어야지, 30분 안에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오늘도 트레이닝 중 한 회원님이 내게 같은 질문을 던지셨다.
“코치님, 운동 끝나고 30분 안에 꼭 단백질 파우더를 마셔야 해요?”
이 질문은 트레이너로서 수도 없이 들은 질문 중 하나다.
그리고 내 대답은 항상 같다.
“꼭 30분 안에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운동 후 30분 골든타임’ 이론은,
사실 1990~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개념이다.
운동 직후, 근육이 단백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극대화된다고 알려졌고,
이때 단백질을 먹지 않으면 회복이 늦어지고 근육 성장이 줄어든다는 식의 주장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의 스포츠영양학 연구들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 직후 30분 이내’라는 숫자는 과학이 아니라 마케팅에 가깝다.
특히 단백질 보충제 회사들이 제품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아나볼릭 윈도’라는 개념이 퍼지면서,
운동 직후 보충제를 허겁지겁 챙기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럼 언제 먹는 게 좋은가?
운동 후에는 실제로 근육 단백질 합성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이 효과는 단 30분 만에 사라지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 후 최소 24시간 이상 단백질 합성이 증가된 상태가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먹느냐’보다는,
운동 전후로 얼마나 꾸준히 단백질과 에너지를 섭취해왔는가다.
하지만 회복과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운동 후 1~2시간 이내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하는 것이
근육 회복, 에너지 리필, 염증 억제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즉,
“30분 안에 먹지 않으면 망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운동 후 1~2시간 내에는 식사를 챙기자”는 원칙을 기억하면 된다.
단백질 쉐이크가 정답일까?
한 끼 식사가 더 좋을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 후에는 무조건 단백질 쉐이크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빠르고 간편하게 흡수된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꼭 파우더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 닭가슴살과 고구마
• 삶은 계란과 밥
• 그릭요구르트와 과일
이런 한 끼 식사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중요한 건 단백질의 양과 질, 그리고 함께 먹는 탄수화물의 역할이다.
쉐이크는 시간이 없을 때, 혹은 입맛이 없을 때
하나의 선택지일 뿐,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그만큼 회복도 신경 써야 한다.
단백질은 회복의 핵심이고,
적절한 타이밍의 식사는 근육 성장과 다음 운동 퍼포먼스를 위한 연료가 된다.
하지만 이제는 ‘30분 안에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는,
운동 전후의 전체 식단과 일상 속 영양 균형에 더 주목해야 할 때다.
운동이 끝났다면, 1~2시간 내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포함된 식사를 잊지 말자.
그것이 진짜 효과적인 보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