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행복, 경쟁심, 속상함, 칭찬 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즈음부터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엄마랑 만족스럽게 신나게 놀다가 “엄마가 좋아.” 라고 말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지적을 받거나 혼나서 엄마가 자신에게 조금은 실망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엄마의 마음을 다시 끌어당기고 싶을 때도 “엄마가 좋아.” 라고 먼저 말하기도 한다.
언젠가 아이랑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지에 대해 장난치듯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나: 엄마가 준이를 더 많이 사랑할까? 준이가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할까?
준이: 준이가 엄마 더 많이 사랑해.
나: 엄마가 준이 더 많이 사랑하는데?
준이: 아니야. 내가 더 많이 사랑해.
나: 정말? 고마워. 사랑해.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사실 이 대화를 처음 나눌 때는 아이가 말을 배우는 시기에 가까워서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표현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런데 여섯 살인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내가 더 많이 사랑해.” 라는 말을 갑자기 툭 해주는 아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사람이다. 나를 많이 사랑해 주는 남편 덕분에 아이 덕분에 사랑하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고, 표현하는 능력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의식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래야 좋다고 하니까. 왠지 사랑을 많이 받으면 사랑스러운 아이로 클 것 같아서. 그런데 언어의 마법인지 타고난 사랑둥이인지 아이가 정말로 사랑스럽게 자라고 있다. 나는 참 복 받았다.
대부분 행복한 우리 아이
첫 영유아 검진을 받던 날. 의사 선생님께서 방글방글 웃고 있는 우리 아이를 보며 “넌 참 행복한 아이구나!” 나도 남편도 이 말이 참 듣기 좋았다. 그 날 이후로도 아이는 행복하게 자랐고, 엄마, 아빠에게도 그 감정을 나눠줄 줄 아는 아이로 자랐다.
햇살이 유난히 좋았던 지난 가을. 아이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니까 “엄마때문에 안 행복한 때가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해 주었다.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형, 누나들과 술래잡기 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그 날도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눈 대화이다.
웃을 일이 아니야!
언젠가 등원할 때 한 살 형이 먼저 뛰기 시작했다. 절대적으로도 형이 더 잘 달리기도 하고 먼저 앞선 지점에서 달리기 시작했으니 준이가 달리기를 이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역시나 준이가 유치원 문에 늦게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울어버렸다. 선생님들은 귀여워서 웃으셨고 나도 살짝 웃었는데... 준이는 “웃을 일이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더 속상해 했다. 나는 바로 웃음기 제거 하고 웃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진지하게 준이의 속상한 감정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했다. 금방 울음을 그치고 들어갔다. 준이 입장에서는 많이 속상했을 것이다.
이 날 이후로도 형을 마주치면 달리기 경주를 하곤 했다. 다행히 요즘은 형한테 져도 울지 않는다. 2등도 할 수 있다면서.
나 귀엽지 않아?
아이가 언젠가부터 귀엽다는 칭찬을 참 좋아하기 시작했다. 어떤 칭찬이 기분이 좋냐고 물어보면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치원 바로 옆 초등학교 형,누나들도 동네 분들도 우리 아이를 귀여워 해주셔서 그런가보다. 어느 날 한 누나가 준이를 너무 귀여워 하면서 계속 따라 다닌 적이 있다. 칭찬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우쭐해 보였다. 오분 뒤쯤 다른 장소에서 누나들이 무심하게 지나갔다. 아이에게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왜 이 누나들은 나한테 귀엽다고 안하지 싶었는지 괜히 다가가서 존재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 누나들은 끝내 조용히 지나갔다. 자신에게 관심없는 누나들에게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가만히 두었다. 살다보면 조금은 민망한 감정도 종종 느끼게 되니까.
칭찬해줘!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모두 그러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지만. 어린 아이들은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칭찬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선생님께서 어떤 친구에게 칭찬해주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도 마음 속으로 ‘나도 이렇게 잘 했으니까 선생님이 칭찬해 주시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칭찬을 못 듣는 경우도 있을테니.
여러 아이들이랑 함께 놀 때 다른 친구가 칭찬을 받는 것을 보면 나한테 와서 “칭찬해줘!”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