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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스러기

추억의 유통기한

"그래서 추억은 늘 좋은 기억으로 맛있게 남아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by 조준호

지금

이 찰나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싶다는 간절함은

이 순간이

언젠가 기억 속에서

영원히 퇴색 되어 버리지 않을까하는

앞서간 두려움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꺼내본

그때의 기억은


사실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라

그랬었지 않았나 하는

희미한 추측에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한 양념을 살포시 더 해

존재하지 않았던

소설 속 드라마틱한 기억으로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마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그렇게 찾아온 기억의 데자뷰는

이미 너덜 해져 버린 추억을 현실로 끌고 와

생명을 다한 유통기한에

생기를 불어 넣어

깔끔한 신제품으로 회생시켜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추억은 늘 좋은 기억으로

싱싱하게 남아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기분 좋은 회상의 여유는

나도 모를 미소를 머금게 하는

위로의 알약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추억의 알약을

평생

싱싱하게 간직하며 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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