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관리자는 업무와 스케줄을 '관리'하지만, 리더는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바꿔 말해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만든다.
관리자 : "왜 그렇게 했어요?"
조직에서 관리자의 말이 늘 정답이었다. 관리자는 답을 정해놓고 의견을 물었다. 그와 반대되는 주장은 실수가 되었다. 지적받고 평판 점수가 깎이기 마련이었다. '팀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다시 수정했어요.' 팀원들은 점점 관리자 앞에서 말실수를 할까 봐 두려워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처럼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속 편했다.
리더 : "그 실수를 통해 뭘 배운 것 같아요?"
리더는 실수에 대해 '왜 그렇게 했어요?'가 아닌 '그 실수를 통해 뭘 배운 것 같아요?'라고 질문을 했다. 조직에서 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하는 리더 앞이라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은 서로의 경험을 통해 배우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 더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리더십은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이 아니라, 변화를 먼저 배우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난 팀장들 중에는 관리자가 더 많았다. 일정 기한, 보고서 문구, 성과 자랑, 의전 등 그 모든 것을 잘 조절하는 ‘관리의 달인’들이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과 일할 때 마음은 늘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본보기’보다 ‘반면교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그 다짐이 내 리더십의 첫 출발점이었다. 사람은 못난 사람에게도 배운다. 배움은 감탄에서만 오지 않기 때문이다. 부끄러움과 후회에서도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순간, 오히려 스스로를 바꿀 힘이 생긴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어느 날, 후배에게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이번에 제대로 혼나야 다음엔 실수를 안 하지 않을까?’ 마치 나를 과하게 혼냈던 관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후배의 성장이 아니라 나의 분노를 합리화한 것이었다. 그 후배의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눈빛을 본 순간,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아마 그동안 나도 화를 내는 관리자 앞에서 수없이 그런 표정을 지어왔을 것이다. 속으로만 답답한 가슴을 쥐고 외쳤을 것이다.
그날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음, 큰일 날 일은 없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 지속시키는 길이라는 걸 마음에 새겼다.
그 이후로 나는 팀원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 대신, 상황을 설명하고 내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 팀원들도 자신의 마음을 열었다. 그 대화는 단발적 해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신뢰로 이어지게 되었다.
리더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이다. 관리자는 사람을 움직이려 하지만, 리더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린다.
어떤 사람들로 모았는가 보다 어떻게 소통했는가가 더 강력했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최강 팀을 꾸리는 비법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다. 성과가 좋은 팀들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어떤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는지를 주목하였다. 그러나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내성적인 사람들끼리, 외향적인 사람들끼리, 남녀 비율을 똑같이도 시도해 보았으나 '누구였는가'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보다 팀원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중요했다. 서로의 실수를 용인하고 각자의 실험이 인정될 수 있어야 다양한 아이디어가 소통되고 팀워크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관계의 리스크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이다. 팀장이 팀원들과 서로 신뢰하고 존중할 때, 본인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을 때 생긴다. 두려움 없는 조직으로 모든 팀원들이 본인의 실수와 걱정을 자연스럽게 모두와 공유하는 문화이다.
그러나 팀장은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 방어적이고, 팀원들은 팀장과의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솔직하기가 어렵다. 직장인 대상 문제 제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대상자의 85%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업무 관련 상사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문제가 과제의 성패를 흔드는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건이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팀원들이 팀장을 두려워할 때, 팀은 침묵의 조직이 되어 망가져 가게 된다.
리더는 팀원을 과제 수행자가 아닌, 성장하는 주체로 인식한다.
팀원들은 시킨 것을 제대로 하는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팀장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만드는 팀장을 원한다. 이를 위해 팀장은 감독보다는 코치로 접근해야 한다. 일방적이고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팀원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팀장의 '관심'의 시선을 '과제'가 아닌 '팀원'으로 옮겨야 한다. 팀원이 과제를 수행하는데 어떤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지, 팀원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팀원이 어떤 방향성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팀원을 과제 수행자가 아닌, 성장하는 주체로 인식하여 '어떤 방식이 더 나을지 함께 고민해 나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좋다. 팀원의 성장을 지원하면 성과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성공한 결과를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자율성을 보장할 때 팀원은 비로소 자발적으로 일하게 된다.
관리자는 '무엇(What)'을 해야 하는지를 지시하고, 리더는 '왜(Why)' 하는지를 공유한다.
20-30대 직장인들에게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회사에서 커리어 성장 기회'로 나타났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뿐 아니라 왜 이일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팀원들은 나의 조직이, 내가 맡은 일이 왜 중요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또한 그것이 나의 성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주목한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팀장이 비전과 방향성을 보여줘야 팀원이 불안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기부여를 끌어낼 수 있다. 비전은 우리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의미한다. 팀원이 비전과 방향성을 이해할 때 팀장의 시각을 이해하여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고, 조직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오너십을 키워갈 수 있다.
팀원은 성장을 원하는데, 당신은 여전히 관리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과제 보다 팀원에게 더 관심을 갖고 있는가. 그럼 당신의 리더는 어떠한가? 당신과 소통하면서 주로 공유 대신 지시를 하고 있는가. 혹은 당신의 성과보다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다음장에서는 ‘팀장의 질투는 조용하다, 그러나 팀의 성장은 멈춘다’는 주제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