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하냐면 최근 들어서 좋은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거구요. 가만히 면밀히 보니까 저 사람이 좋은 행동을 했어. 어 3일 전에도 저 사람이 저렇게 좋은 행동을 했네? 그러면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 이동진 영화평론가, 최성운의 사고실험 중 -
완벽한 팀장, 완벽한 인간은 없다. 사람은 늘 유혹을 마주하고 마음이 흔들릴 수 있기에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좋은 행동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뿐이다.
팀장이 제시하는 방향의 크기와 그릇의 모양에 따라 팀원들은 움직이기도, 멈추기도 한다.
내가 경험했던 '리더의 눈치를 보는 조직'은 언제나 긴장 속에 있기 마련이었다. 팀장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배제된 경험을 한 번이라도 보거나 가졌던 팀원이라면 리더의 시선을 먼저 살피는 모습이었다. 이때 팀원들에게 일의 목적은 성과가 아니라 생존으로 바뀌게 된다.
“팀장이 찾을지도 몰라서 미리 해뒀어요.” 그 말은 칭찬 받을 일이 아니라 조직의 비효율을 여실히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는 걸, 많은 리더들이 모르고 있다. 결재판 위에 몇 달째 묵혀 있는 보고서처럼 팀원들의 열정도, 아이디어도 그렇게 식어간다.
이런 문화에서는 의전이 실력처럼 보인다.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아무런 혁신의 뿌리가 자라지 않는다. 모두의 시선이 팀장 한 사람의 머리와 가슴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 한계 안에서 팀의 성과 또한 자라지 않는다.
반대로, 잘한 일에 대해 팀원들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리더가 있었다. 그는 이메일 루프를 활용해 팀원의 용기 있는 도전과 소통이 잘 된 결과를 모두가 볼 수 있게 공유했다. 새로운 관점과 시야를 제안하는 팀원에게는 “이건 좋은 아이디어에요!”라고 기꺼이 즉시 반응했다. 그리고 위 레벨에서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섬과 동시에 담당자의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충분히 지원해 주었다.
그가 만든 팀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성장했다. 팀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아이디어는 팀장의 권한을 넘어 조직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리더는 방향만 제시하고, 팀원들이 그 길을 완성했다.
조직의 분위기는 늘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리더가 팀원을 믿을 때, 팀원도 리더를 믿는다. 칭찬과 신뢰가 오가는 조직은 의전보다 아이디어가 빛나고, 눈치보다 대화가 빠르다.
팀장이 만든 문화가 결국 팀의 성과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문화의 출발점은 언제나 리더 한 사람의 말투, 표정, 반응에서 시작된다.
다음 세 팀장의 사례들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그려보자.
'경쟁' 보다는 '화합'의 조직문화가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든다.
A팀장은 공정한 상대평가를 위해 팀원들 개인 경쟁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팀 내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성과를 평가받고 개인 별로 순위가 정해졌다. 초기에는 팀원들이 치열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무실에서 각각의 자리를 비춰 보면 쉼 없이 일하는 모습이다. 통화 소리나 자판 소리들로 오디오가 채워지기도 했으나 점차 침묵의 비중이 높아져갔다. '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누군가 채가는 게 아닐까?', '내가 도와주면 결국 내가 밀리는 건데.', '보고서에 내 이름을 먼저 넣어도 될까.' 지원과 도움을 주저하던 팀원들 조차 자연스럽게 침묵에 동참하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팀 내 정보 공유는 줄어들었고 서로 모르게 중복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팀원들 사이에는 책임을 떠 넘기거나 성과를 가로챈 사례에 대해 험담을 하는 일이 생겼다. 결국 팀 내 신뢰는 낮아졌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면서 팀 전체 성과 하락으로 이어졌다.
MIT Sloan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쟁 중심 조직이 화합 기반 조직 대비 생산성이 32% 낮았다. 이직률은 50% 높았다. 반대로 팀원끼리의 경쟁이 아닌 화합이 활발할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문화와 조직의 방향성이 맞아야 성과도 살아난다.
B팀장은 빠른 시간 내 여러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개발뿐 아니라 디자인, 데이터 분석 기능을 포함한 통합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B팀장은 지난 개발 프로젝트 성공 경험 그대로 구체적은 목표나 우선순위 설정 없이 '일단 해보자.'라는 태도로 프로젝트를 빠르게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 담당자는 정확도가 낮으면 고객의 신뢰를 잃을 거라고 개선 시간을 추가 요청했다. UX/UI 담당자는 아무리 좋은 기능도 고객이 사용하기 쉬워야 하므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원했다. 개발담당자는 우선 빠르게 출시하고 이후 업데이트 하자고 속도를 우선하였다. B팀장은 이러한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기보다 모두 자기 맡은 일을 잘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던 성공 경험을 믿고 말했다. "일단 각자 최선을 다해보자." 그 결과, 충돌은 수 차례 발생했고 결국 일정이 지연되었다. 팀원들은 팀장이 제시한 방향대로 내가 맡은 부분은 제대로 했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열심히 한 거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아 의욕을 잃게 되었다. 각자 맡은 영역을 빠르게 잘 개발하면 성공했던 방정식이 협업이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잘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B팀장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했다. 팀원들과 프로젝트 초기 최우선 목표를 함께 논의하였다. 그리고 기능 정확도, 사용자 용이성, 출시 속도 중 무엇이 핵심인지,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함께 설정했다. 이는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되어 업무 충돌을 예방할 수 있었다. 결국, 해당 프로젝트 기간 동안 '각자' 개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팀이 아니라 '같이' 공동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팀을 만들 수 있었다.
조직문화는 매일매일 쌓아 가는 것이다. 팀장이 매일 하는 말 한마디가 조직문화를 만든다.
C팀장은 회의에 들어오자마자 "이번 주 목표는 어떻게 되었어?"라고 업무 이야기부터 꺼냈다. 하지만 전날 늦게까지 야근한 팀원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회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무거워졌다. 팀원들은 '여기는 사람보다 일이 먼저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C팀장과의 회의가 끝나면 참여자 모두 바로 흩어졌다. 팀원들은 '여기는 그냥 기계처럼 일하는 곳이구나.'라고 느끼며 팀장과 더 거리감을 갖게 되었다.
이와 달리 D팀장은 팀원과 마주했을 때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컨디션은 괜찮으세요?" 안부 인사를 건네면서 건강에 대한 스몰 토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팀원들은 '내 상태에 관심을 갖는구나.'라는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 팀원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 리더의 작은 배려가 쌓여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였다.
"건강이 최우선입니다."라는 팀장의 말 한마디는 팀원에게 무리하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가 되었다. 구성원들이 건강해야 지속적으로 몰입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팀장이 만드는 조직문화는 매일매일 쌓이는 소소한 행동과 일상적인 배려 속에서 형성된다.
지금, 당신 또는 당신의 팀장이 하는 말 한마디는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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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장에서는 '팀장이 흔들리면 조직이 무너진다'는 주제로 팀장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 것임을 함께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