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리더는 지위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나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잠재력에 기회를 주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 브레네 브라운 -
'리더의 용기'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브레네 브라운은 저서의 첫 번째 챕터에 '취약성 인정하기'를 배치했다. 리더가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는 용기를 끌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녀의 연구는 리더가 스스로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소통할 때 팀원들과 공감과 신뢰가 형성되고, 조직의 성과와 혁신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팀장도 고행을 마주하고 겪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급함에서 오는 불안이나 공격에 대한 방어 본능으로 인해 어느 순간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 순간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이 불안을 숨기는 것보다 솔직히 인정하면 어떨까. 오히려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진짜 단단한 리더는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존경했던 한 팀장은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솔직히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았고,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솔직함은 팀에게 불안이 아니라 신뢰로 이어졌다.
그는 마치 자기 결함조차 예술로 승화한 태로도 상징되는 인물인 '앤디 워홀'처럼 약점을 가리거나 포장하지 않았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결함조차 감추지 않는 그의 태도는 리더십이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시작된다는 걸 보여줬다. 팀원들은 그런 리더를 보며 스스로의 전문성을 발휘해 그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그 순간, 팀은 여러 전문성이 모여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더의 부족함을 감추지 않는 용기가 팀 전체의 집단 지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반대로, 모든 걸 아는 척하는 리더도 있었다. 팀원들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자신의 고민이 가장 숭고하다고 믿는 리더. 그와의 대화 속에는 늘 ‘벽’이 있었다. 팀원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막힐 테니까.” 그 침묵이 쌓일수록, 팀의 전문성은 봉인되고 관계의 온도는 식어갔다. 팀이라는 존재감은 사라지고, 함께 일하는 의미도 점점 희미해졌다. 결국 그 팀은 흩어졌다. 리더가 모든 걸 안다고 하는 순간, 팀은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진다. 약점을 숨기는 리더십은 강해 보이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팀은 완벽한 리더보다, 진짜 사람인 리더를 믿는다. 리더가 흔들릴 때, 그 흔들림의 빈자리를 함께 채워주는 게 바로 팀이다.
위기의 순간, 리더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팀장의 작은 불안은 조직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팀장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숨겨 온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을 바라본 팀원들은 그로 인해 흩어지거나 또는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다.
A팀장은 늘 자신감과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의사 결정을 명확히 하는 점에서 탁월한 리더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슈가 터졌고 조직의 존폐 위기를 마주하자 A팀장의 진짜 모습이 등장하고야 말았다.
급하게 소집된 팀원들과의 미팅에서 A팀장은 초조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말을 뱉었다.
"담당자들이 왜 있나요? 지금, 이 이슈를 나보고 책임지라는 건가요? 문제가 커지기 전에 가져왔어야죠!"
팀장으로부터 쏘아진 비난의 공은 본인 책임은 회피한 채, 당신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당신을 겨누고 탓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로 번졌다. 동시에 팀원들 마음속 신뢰의 탑은 무너져갔다. 다들 이슈를 해결하기보다는 책임에 대한 공방만 커져 갔고, 결국 문제 해결의 타이밍을 놓쳐 버린 채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리더의 흔들리는 말 한마디가 팀의 방향과 성과를 무너뜨린다.
B팀장은 팀의 방향성을 자주 바꾸는 편이었다. 한 달 전에는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경쟁사에 대한 뉴스 기사를 보고 빠른 속도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금주 아침에는 실장님으로부터 질책을 들었는지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는 무엇이 중요할까?'
팀원들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또 바뀔 테니까.
업무의 방향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헷갈리다 보니 성과는 물론, 팀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느 한곳에 집중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냥 눈치 봐서 그때그때 따르는 척해야겠다.'
팀장이 흔들리게 되면 팀원들은 핵심 목표가 아닌 팀장이 걱정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모든 것을 쏟는다. 정작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과 노력이 다른 곳에 낭비될 수 있다는 말이다.
흔들리지 않는 리더는 '불안' 마저 솔직하게 다루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팀장이 '흔들림'을 인정할 때 오히려 팀이 뭉친다.
C사 프로젝트 팀은 예상치 못한 큰 이슈가 터지고 나서 조직의 존폐 위기를 마주했다. 팀원들에게는 불안감과 우려감이 가득하였고 어떻게 해야 할까 싶어 팀장을 찾고 있었다.
때마침 등장한 팀장은 평소처럼 자신감으로 차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저 또한 당황스럽네요. 당장 선택할 정답이 없다 보니 불안감도 크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조급한 마음이 들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제가 평정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찾았어야 했는데 쫓기는 사람처럼 행동한 거에 반성을 했습니다. 팀원 여러분들께 미안합니다. 우리 혹시 각자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 같이 꺼내 놓고 함께 의견들을 모아 보면 어떨까요."
무겁기만 했던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팀원들의 표정도 살짝 밝아졌다. 팀장도 불안할 수 있다는 솔직함은 팀원들에게 공감과 신뢰를 주었다. 그로 인해 팀원들이 속에 감추었던 걱정거리와 아이디어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푹 가라앉았던 분위기였는데 팀장의 인정과 반성이 조직 내 열띤 토의가 펼쳐지게 만드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팀원들은 더 단단하게 뭉칠 수 있었고 위기를 맞설 수 있었다.
'탁월한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을 공개한다'는 김보영교수의 칼럼에 따르면 리더가 구성원에게 자신이 극복해야 할 점을 솔직히 얘기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할지라도 이러한 취약성 공개가 자연스러운 팀 문화를 만드는 데 좋은 시작점이 된다고 한다. 물론 팀장이 자신의 피드백을 팀원에게 공유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뒤따른다.
조직은 팀장의 모습 그대로를 닮아간다. 당신은 또는 당신의 리더는 위기 앞에서 어떤 모습인가? 촛불처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흔들림을 숨기기에 급급한 건 아닐까. 혹은 흔들리는 모습을 들키는 데 개의치 않고 불빛이 꺼지지 않는데 집중하고 있는가.
다음장에서는 '똑똑한 리더가 아닌, 다정한 리더가 되려면'이라는 주제를 함께 탐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