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내가 만난 팀장 중 한 분은 팀원의 ‘강점’보다 ‘약점’에 더 민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팀원들이 잘하는 일보다 못하는 부분을 더 자주 언급했고, 보고 자리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도 오래 물고 늘어졌다. 그의 말에는 늘 “이건 네가 아직 부족해서 그래”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는 면도 그 사람에게는 고쳐야 할 약점이었다.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팀원에게는 “한국어 단어 선택이 어색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그 장면이 쌓일수록 팀원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결국 그 팀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났다. 이상하게도 그가 팀장이 된 조직은 늘 작아졌다. 숫자도, 에너지도, 사람들의 눈빛도 예외가 없었다. 팀원들은 그 안에서 더 이상 꿈꾸지 않았다. 그저 탈출을 계획했다.
그때 깨달았다. 리더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팀의 성장 방향이 된다.
약점을 찾는 리더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움츠러든다. 그들의 잠재력은 숨고, 결국 조직은 스스로 작아진다. 반대로, 강점을 보는 리더는 팀의 시야를 확장시킨다. “이건 너의 장점이야.” 그 한마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사람들은 그 말 한 줄로 스스로를 믿게 된다.
상대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어려운 건 사실 리더 자신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정이야말로 팀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존중이다. 요즘처럼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는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지 않는 마음가짐’보다 ‘모르는 걸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가 더 큰 힘을 가진다.
팀장의 질투는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팀의 성장을 멈춘다. 리더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이 조직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경쟁자는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니다
A팀장은 시니어 팀원이 우수한 성과를 내어 기분이 좋았던 찰나, 실장과 다른 팀장들이 시니어 팀원을 주목하자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감정이 들었다. 더 이상 시니어 팀원이 주목받지 않게 화제를 돌렸다. 미팅에서도 팀원들이 시니어 팀원의 의견에 귀를 더 기울이는 것 같았다. 실장 또한 시니어 팀원에게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이때 A팀장은 '내가 왜 그러지? 축하해 주고 더 잘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게 내 역할인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할 겨를 없이 시니어 팀원을 깎아내리려는 행동만 했다면 분명 본능에 충실한 사람일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질투를 악한 감정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 감정 자체가 드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감정과 행동은 다르다. 사람은 감정대로만 행동하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질투의 감정은 들더라도 A팀장은 시니어 팀원의 성과를 인정하고 지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팀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의 선한 의도가 담겨 있는 행동이었다. 결국 시니어 팀원은 A팀장의 지원을 받아 더 큰 책임과 역할을 맡게 되었다. 시니어 팀원의 성장은, 곧 팀의 성장이 되었고 이를 이끈 A팀장도 역시 리더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질투심을 우선하는 관리자는 자리를 지킬 수 있더라도 조직을 성장시킬 수 없다. 그러나 팀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리더는 결국 더 큰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중간관리자에게 팀원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이 되고, 팀원들이 성장할수록 리더의 역할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내가 키웠다'는 착각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B팀장은 과거의 자신과 닮은 Z팀원을 유능하게 키웠다고 자부했다.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도 맡기면서 2년 후 Z팀원은 빠르게 성장했고 위에서도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잘 가르친 덕분이군." 그러나 Z팀원은 B팀장의 의도대로만이 아니라, 의도와 상관없이 닮고 배우고 스스로의 노력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유관 동료들과의 협업,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전문성을 쌓은 것이다. B팀장은 본인 없이는 Z팀원이 독립적인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Z팀원이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자 오히려 그의 성장을 불편해하면서 주의를 줬다. "키워 줬더니 너무 나서는 것 같다." 결국, 이직을 결심한 Z팀원은 퇴직 의사를 밝히며 말했다. "팀장님께 배운 게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의 성장은 제가 택한 길이고 제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이었습니다."
팀원은 리더의 의도와 상관없이 닮고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가르칠 생각보다는 팀원이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진정한 리더는 팀원의 잘못이 아니라 팀원의 감정을 포용한다.
C팀장이 팀원의 실수를 발견하였다. 실수 자체의 Fact에 우선하다 보니 생각이 돌고 돌다가 '관리를 못한 나의 책임일까?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또 실수를 한 팀원의 책임일까? 내가 더 강하게 얘기하면 될까. 여기서 더 강하게 어떻게 얘기하지? 그냥 두면 또 실수를 할 텐데 잔소리를 하는 건 나도 싫다.' 결국 답 없이 시간은 흐르고 팀원의 실수는 재발하였다.
C팀장은 실수를 한 팀원의 감정을 헤아려 보았다. 본인도 속상하고 답답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리더로서 Fact로 접근했던 모드를 Needs로 전환했다. 실수를 했다는 결과보다는 실수를 통한 성장 욕구를 방향성으로 정했다.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계획을 함께 세우는데 도와주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팀원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주목했다. 결과만 봤을 때는 몰랐는데 그 과정에서 팀원의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팀원은 자신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주고 방치가 아닌 지원(계획 수립, 중간 점검)을 해주면서 기다려 주는 팀장이 전 보다 의지가 되었다. 결국 실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팀장과 팀원 모두 성장을 이뤘다.
리더가 팀원의 잘못을 다 감싸주고 덮어주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겠지만, 진정한 리더의 포용은 팀원의 잘못이 아니라 팀원의 감정을 포용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신뢰 관계를 양쪽에서 쌓으며 조직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당신의 리더가 성장한 팀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팀원님이 성장한 덕분에 팀도 발전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당신은 팀원에게 또는 당신의 팀장은 당신에게 성장의 다리인가 혹은 벽인가. 지금, 조직이 성장하는 중인지, 멈춰있는 중인지 잠시 떠올려보면서 생각을 함께 나눠 봐도 좋겠다.
다음장에서는 '팀원이 떠나는 이유, 직장 보다 팀장이 더 중요하다'라는 주제로 중간관리자의 영향력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