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어깨만 무거워졌지 받는 돈은 그대로인데."
"리더십 교육 같은 거 한 번도 받은 적도 없으니까."
팀장이 된 것을 축하할 때 불만부터 나오는 케이스들이 흔하다. 완벽한 팀원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완벽하게 준비된 팀장은 없다. '당신은 좋은 팀장인가?'라는 질문을 바꾸면, '당신은 좋은 팀장이 되고 싶은가?'이다.
팀장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리더십’이라는 단어는 책 속에서 배울 때보다, 현실 속에서 훨씬 낯설고 복잡하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 나는 마치 첫 연애를 시작한 사람처럼 서툴렀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지만, 방향은 늘 조금씩 어긋났다. 조직은 빠르게 돌아갔고, 사람의 마음은 그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때 상황은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 같았다. 위에서는 조직 구조가 크게 흔들렸고, 동시에 여러 선배들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났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나는 세 단계나 뛰어올라 버린 자리에서 단숨에 ‘리더’가 되어야 했다.
누군가에겐 ‘운이 좋았다’고 보였겠지만, 실상은 운보다 더 큰 무게였다. 매일 매일이 사건이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있을 일들이 하루에도 두세 번씩 일어났다. 나의 작은 결정은 큰 파급력으로 다가왔다. 웃고 울 일이 뒤섞였고, 그 사이에서 팀은 조금씩 흩어졌다.
위에서는 신뢰를 잃고, 아래에서는 마음을 잃어갔다.
그때 나는 문득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총학생회장이 되었던 것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퇴와 혼란 속에서, 내게는 갑자기 ‘위로 올라갈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무(無)에서 시작했기에 하나하나를 직접 쌓을 수 있었다. 천천히 쌓은 탑은 단단했지만,
급히 세운 탑은 바람 한 번에도 흔들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차이를 느낀다. 리더십은 ‘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는 것을 몸소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팀은 건강하다. 팀원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나는 그 곁에서 살짝 거들 뿐이다. 리더로서 외롭지 않다.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기에.
이 책은 그 여정의 이야기다. 팀장이 되고, 흔들리고, 결국 단단해지기까지의 모든 기록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리더십은 더 이상 내 입에서 시작하는 ‘결정’이 아니라 나와 마주한 이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관계’의 기술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바로 지금, 팀장이 된 순간, 당신은 조직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팀원에서 팀장으로의 역할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조직에서 요구하는 기대치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팀원들의 만족도 또한 놓치게 되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팀장이 된 후 꼭 알아야 할 역할 변화는 무엇일까. 그 첫걸음을 함께 나아가 보자.
여기 당장 팀장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세 사람이 있다. 이중에 당신은 어떤 방향성을 선택하겠는가.
'그냥 늘 하던 대로 열심히 일하면 다 잘 될 거야.'
팀원이었을 때처럼 똑같이 일을 해냈다. 일의 폭과 양이 늘었을 뿐이다. 내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더형이 된 것이다. 담당자가 했던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다 보니 팀원들은 담당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은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의존적으로 변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팀원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팀장의 일은 더 늘어만 갔다. 결국 일에 파묻힌 팀장은 건강이 악화되고 원치 않는 번아웃을 맞이했다.
'팀장은 일을 잘 시키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
팀장을 하다 보니 지시하는 스킬이 늘었다. 팀에 쌓인 업무들이 분배되는 대로 착착 진행되는 게 신기했다. 그러나 팀원들은 시키는 일만 하는 모습으로 점점 수동적으로 변하였다. 팀 분위기는 기계로 가득 찬 공장처럼 차갑고 경직되어 갔다. 초기에는 목표만큼은 꼭 채웠던 성과인데, 이제는 그 또한 아슬아슬해 보인다. 뭐가 잘못된 걸까 고민이 깊어진다.
'팀 성과를 높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야.'
성과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애썼다.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야근과 특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팀원들도 그런 팀장을 믿으면서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스케쥴링과 진도 체크에 더 집중했다. 결국 팀의 성과가 좋게 나왔다. 팀원들도 모두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직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성과가 잘 나오면 모든 게 다 잘 될 줄 알았다. 이 찝찝한 기분은 뭐일까.
완벽한 팀장도, 완벽한 인간도 없다. 팀장이 되었다면, 가장 먼저 팀원이 리더로 변화하는 세 가지 차이점을 잘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팀도 성장하고 리더인 당신도 성장할 수 있다.
① 동료와 관계의 변화 : 동료였던 팀원이 이제 내 팀원이 된다. 수평에서 수직적인 구조로 관계가 달라진다.
② 일하는 방식의 변화 : 일을 직접 하는 것만이 아니라 팀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③ 성과 책임의 변화 : 이제 나의 성과가 아니라 팀의 성과가 중요하다. 이제는 팀원들의 성과도 책임져야 한다.
팀장이 되면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팀장이 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리더로서의 역할'을 이해해야만 한다.
당신은 팀원을 신뢰 기반으로 '지지하는 스폰서'이다.
조직 구조상으로는 위계를 갖는 수직적인 관계로 탑에 위치하지만, 이 자리는 오히려 팀원들이 기댈 수 있는 또는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그게 부담스럽고 나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안 해도 되는 역할이 아니다. 팀장의 자리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팀장이 하지 않으면 조직은 기댈 곳이 없이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고 팀장이 늘 불리한 것처럼 극단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스폰서 역할을 잘 수행할 때 팀원과의 신뢰가 쌓이게 되고, 당신은 팀원으로부터 존경과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조직의 비전, 전략, 목표를 '설계할 수 있는 파워'를 갖는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코멘트 한 문장이 팀원에게는 조직의 방향성이 될 수 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 보면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의견들인데,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팀원들에게는 조직의 방향성이 획-획- 바뀌는 헷갈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그림을 진지하게 앉아서 고민하고 그려보는 역할은 누구나 할 수는 있을지라도 누구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그것은 팀장의 고유한 권한이자, 팀장에게 요구되는 선택이 아닌 필수 역할과 책임이다.
당신은 팀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키'를 쥐게 된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의 커리어 성장에 대한 고민은 공식적으로 나눌 수 있는 팀장과의 면담이 기회가 될 수 있다. 팀장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어떨까. 프로젝트를 배분할 때 나의 커리어 성장을 고려한 역할을 매칭해 주고, 업무 성격에 따른 몰입도나 숙련도, 속도를 리뷰할 때 오해 여지를 줄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나뿐 아니라 업무 결과와 조직의 성과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팀장은 팀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팀원의 선호 업무, 강점, 희망 커리어는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맡은 일에 대한 마음의 변화는 실시간으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당신은 팀장이 되고 여전히 팀원처럼 나의 일만 신경 쓰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당신의 팀원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가. 당신의 리더는 어떠한가? 당신과 소통하면서 당신의 성장을 돕고 있는가.
당신이 팀장이 되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는가. 지금 가장 고민되는 건 무엇인가. 그 질문에 솔직히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성장의 문 앞에 서 있다. 리더십은 타이틀이 아니라 관계의 기술이며, 마음의 끌림이다. 오늘 당신의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될 수 있다.
다음장에서는 당신이 왜 관리자가 아닌 리더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