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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Mar 03. 2022

부러진 칼의 신념

부러지지 않는 신념과 유연한 방만함 사이의 간극

  내가 규정하고 추구해왔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에 괴리가 있을 때, 자신에게 반문하면서 본인의 원래 영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점에서 본인에 대해 재고하여 다시 펑가를 내리고 변한 상황에 맞춰나간다.

  두 방식에는 장단이 있다. 전자의 경우, 자신이 관철하는 것을 밀고 나갈 강단이 있는 것이며, 그 과정은 험난할지언정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표리부동의 형태로 볼 수 있겠다. 후자의 경우, 맞닥뜨린 상황에 따라 본인의 신념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심도 있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여기도 저기도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다 보면, 본인과 세상의 경계가 약해지고 역으로 자아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다. 나는 무엇이며, 어째서 남들과 다른 나인지에 대한 정의 자체가 흐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시변통 인생이다.


  부러질지언정 본인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무사의 칼이 될지, 부엌에서 쓰면 조리도구고 거실에서 쓰면 사무용품이고 밖에서 쓰면 작업용 공구가 되는 정체모를 가위 같은 날붙이가 될지의 문제다. 물론 둘 다 양극단의 사례이기 때문에, 중론인 양쪽 성향 모두 적당히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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