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리다 Nov 15. 2024

숨은 어떻게 쉬는 걸까요?

얼굴이 아직도 물속에 있는데요.





꼬로록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앞서 배웠던 ‘음- 파’ 호흡을 하라고 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숨을 쉰다는 건 공기를 마시고 뱉는 것이라 알고 있는데 그럼 콧구멍이든지 입이든지 간에 둘 중 하나는 물 밖에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리 용을 써서 고개를 돌려보아도 얼굴이 물속에 그대로 있다. 코와 입이 전부 잠수 중인데 어떻게 ‘음- 파’하고 숨을 쉬라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회원님, 힘을 좀 빼세요.”



    역시 또 힘이 문제라고 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 캐릭터처럼 수영에 대한 어떠한 질문을 던져도 매번 같은 말이 돌아온다. 힘을 빼라는 그 말. 수영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3개월의 시간 내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래요 알죠 물에 뜨려면 힘을 빼야 하죠. 그런데 지금은 물속에 잠겨 있어서 숨을 못 쉰다고 하는 건데 힘을 빼라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같은 잔소리를 수십 번 듣기도 했고 연습한 시간도 꽤 길었기에, 내가 봐도 지금은 예전보다 덜 긴장하고 수영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곤 했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빠른 속도로 물속에 침몰하는 그 통나무 같던 내 몸이 이제는 맥주병 정도로 발전하여 오르락내리락 변수는 많아도 물에 제법 뜬다 싶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가끔 입에 물이 들어와 뚜껑이 열린 맥주병이 되는 때에는 그대로 가라앉아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은 지금 또 힘을 빼라 함은 이번에는 어디가 문제라는 것일까. 호흡하는 것과 그게 관련이 있는 걸까.



“아니, 얼굴이 물속에 있는걸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회원님 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니까 가라앉는 거예요.”



    티가 날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좌우로 갈피를 못 잡는 흐리멍덩한 내 눈동자를 캐치한 강사님이 이해를 시켜주겠다며 출발해 보라고 했다.


    물속에서 앞으로 전진 중인 나의 옆에서 강사님이 내 몸통을 단단히 잡아 수면 가까이 떠 있는 것처럼 유지하게 해 주시고는 호흡을 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혼자 앞으로 물을 차고 나가는 것보다 흔들림 없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왼팔을 한 번 휘젓고 오른팔을 휘저으며 동시에 고개를 한껏 위로 올려 숨을 쉬려고 시도했다.



‘음- 파’



    와, 이게 숨을 쉬는 거구나! 강사님이 몸을 잡고 있어 준 덕분에 물속에 있던 그 얼굴이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힘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숨을 쉴 수 있던 나는 신이 나서 두세 번 더 호흡을 해 보았다.



“회원님이 이렇게 하니까 가라앉죠.”


“네??”



    지금 두 번 세 번 호흡 잘만 하던 것을 보셨지 않나. 물론 강사님이 잡아 주셔서 성공한 것이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개를 그렇게 들어 올리면서 숨 쉬려고 하면 가라앉아요.”



    강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내가 숨을 쉬겠다고 정수리부터 꼿꼿이 세워 물 밖으로 얼굴을 꺼내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부자연스럽게. 내가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여태 그런 모양새로 물을 먹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고개를 돌린다는 느낌이 아니라 몸통을 돌리는 느낌으로 해보세요.”



    얼굴 하나만 돌려 숨을 쉬라고 해도 많은 집중과 힘이 들어가는데 몸통을 돌리라니 말이 쉽지. 침몰이 예정된 출항과 같았다. 엄청난 이 미션을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아득했다.


    다음시간에는 타이레놀을 한 알 더 먹고 와야겠네.




이전 11화 제일 느린 수영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