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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다 8시간전

'음-파.' 숨이 뭔가 이상하다.

들이마시는 건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자유수영 한 명이요.”





    지난 강습시간, 얼굴이 물속에 잠겨 있는 채로는 절대 숨을 쉴 수 없었다. 난 인간이었기에 얼굴 옆에 아가미가 달린 물속 생명이 아니고 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호흡하는 자세를 만들기 위해 몸통을 돌려 자연스레 고개를 물 밖으로 꺼내어주라 했지만 동작을 신경 쓸수록 더욱 부자연스럽게 목만 치솟아 올라갔다. 살겠다는 몸부림과 같았을까, 그럴수록 힘이 들어간 내 몸은 더 가라앉았고 그렇게 숨을 한 번도 제대로 쉴 수가 없으니 나의 자유형은 팔 젓기 몇 번 만에 산소가 부족해서 멈추어야 하는 마치 연료 없는 배, 고작 3미터의 허우적거림 일 뿐이었다. 


    코와 입이 밖으로 나오려면 그저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L과장 및 온라인 수영인들의 조언에 주말 낮 시간 밀린 잠을 뒤로한 채 자유수영을 찾아왔다. 생각보다 수영중인 사람은 적었고, 밤엔 보이지 않았던 벽면의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수영장 물속까지 그대로 비추어져 파란 풀장의 색이 좀 더 화사하고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북적거리고 에너지가 넘쳤던 저녁 강습 시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모습이었다. 


    여태 수영을 못해 수영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사람이었기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여행지에서 수영장을 찾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싶었다. 여유로운 호캉스의 맛 이란 게 이런 분위기인 것일까? 이와 비슷한 것이었다면 더 진작에 수영을 배워볼 걸 싶은 아쉬운 후회 조금 섞인 설레는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이제 내가 들어갈 레인을 찾아보자. 가운데 두 개의 레인은 상급자 팻말이 세워져 있었고, 그 바로 양옆의 레인들은 중급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수영장 제일 양끝의 두 레인은 초급이겠지? 초급 레인 두 곳을 재빠르게 스캔하여 나와 비슷한 실력의 사람이 있는지 먼저 체크했다. 6번 레인에는 킥판을 사용해 킥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았고 나머지 1번 레인에는 킥판 없이 연습 중인 초급자 두 명만 있었다. 


    그 순간 나의 자신감이라는 녀석이 ‘넌 킥판을 쓰지 않으니 1번을 가야 해.’라고 속삭이었는데, 그걸 들은 뻔뻔함이라는 녀석 또한 ‘그래 그게 맞지.’라며 1번 레인을 향해 내 발을 앞장세우고 있었다. 고작 3미터 수영을 하는 내가 킥판 잡고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쭐거리는 꼴이라니. 상급자들이 봤다면 이 생초보가 옛 생각 못한 채 어이없이 나댄다고 웃을 일이다.



    아무튼 1번 레인으로 들어가 평소에 하던 것을 그대로 해보았다. 왼쪽 팔 젓고, 오른쪽 팔 저으면서 몸통 열어 호흡하기. 같은 문제는 계속 이어졌지만 되던 안되던 이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되는 때가 있다고 했다. 몸이 가볍게 뜨는 그 순간이 온다고 했다. 입과 코가 물속에 있으면 그냥 숨을 참고 가다가 더는 못 참겠는 순간에만 잠시 서서 두어 번 호흡하고는 바로 입수하여 연습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30분 넘게 지났을까, 가끔 입이 수면에 아주 초 근접으로 머무르는 때가 생기더니 한 번씩 물 밖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었고 아주 어쩌다 한 번, 그러다 세네 번에 한 번. 



‘와 이게 나아지긴 하는구나.’



    숨이 매우 차는 와중에 벅찬 마음이 올라왔다. 입꼬리가 숨길 수 없이 올라왔다. 연습하면 된다고 하던 그 지루했던 말들이 사실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머리로 하는 공부는 해도 안 되는 게 있던데 그와 다르게 몸은 하면 결국 되는 건가!


    그럼 이제 타이밍 맞게 ‘음-파’를 도전해 보자 싶어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전진했다. 수영강습 시작 날부터 배워왔던 그 ‘음-파’ 호흡법. 물속에서 ‘음-.’ 소리를 내며 코로 공기를 보글보글 빼 내고, 물 밖으로 나와 ‘파.’ 하며 가진 모든 숨을 내뱉으라고 배웠던 그 호흡법. 하지만 여태 딱히 써볼 수 없었던 그 호흡법을 이제야 드디어 해보는구나.


    느낌이 왔다. 이번 타이밍에는 코와 입이 물 밖으로 올라갈 것 같았다. 수면으로 고개를 돌리기 전에 ‘음-.’ 소리를 내며 배운 대로 공기를 보글보글 빼내어 주었다.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입이 수면 밖으로 나왔고 이때다 싶어 ‘파!’ 소리와 함께 숨을 힘차게 뱉어 냈다. 그리고 내 고개는 더 이상 그 자세를 유지시킬 여유가 없었고 바로 물속으로 돌아왔다.



‘???’



    뭔가 이상했다. 내보내는 숨은 다 내보낸 것 같은데 들어오는 숨은 어디서 들어오는 것이었을까. 숨 쉬라고 배웠던 그 동작 내에서는 들이마실 시간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숨을 들이마시는 건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음-파’ 에서 들숨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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