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스타트업 스캐터랩
스캐터랩(scatterlab)이란 회사에 대해 아시나요? 스캐터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AI챗봇' 이루다를 운영하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입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이루다의 이용자는 약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하죠.
아마 200만 명은 지금까지 이루다를 이용해 본 숫자이고, 실제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숫자는 그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분명 올해 초까지만 해도 AI챗봇의 전망은 밝아 보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가 미래에 등장할 트렌드 중 하나로 AI친구 '에친'을 말했었죠. 그때 제가 말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외로움의 증가, (2) 자기중심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확산, (3) AI 기술의 고도화, (4) 인공지능과의 관계에 대한 친밀감 증가 총 4개였죠.
집단주의 문화가 붕괴하며 개인은 자유를 찾았으나, 동시에 자유에 대한 책임이 따라왔습니다. 사람이 사귀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사귀는 것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는 능력에 따른 관계의 격차를 가져왔습니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싸'가 되었지만, 누군가는 친구가 없는 '아싸'가 되었습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사람도 있겠으나, 원하지 않은데 비자발적으로 고립된 사람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 변화를 볼 때 스캐터랩의 비전인 인공지능을 통해 '누구나 소중한 관계를 갖는 세상을 만든다'는 명확하고 멋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캐터랩은 모두를 위한 친구를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이루다'였죠.
그런데 스캐터랩의 비전을 통째로 흔드는 변화가 올해 중순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전 국민이 쓰는 SNS 메신저 '카카오톡'의 패러다임 전환이었죠.
올해 5월 카카오톡은 '오픈채팅'을 3번째 탭으로 신설했습니다. 그동안 오픈채팅은 두 번째 탭인 ‘채팅 탭’에 위치했으나, 세 번째 탭으로 위치를 바꾸며 사용성과 주목도를 높였습니다.
원래 세 번째 탭에는 '카카오뷰'가 있었습니다. 카카오뷰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콘텐츠를 구성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뷰가 오픈채팅으로 대체된다는 것은 카카오 플랫폼의 초점이 '콘텐츠'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가 생각지도 않게 AI챗봇 이루다의 미래를 흔들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AI챗봇을 찾는 니즈를 '오픈채팅'이 모두 충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AI챗봇이 구현하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말이죠.
오픈채팅은 AI챗봇처럼 철저히 비대면으로, 내가 원할 때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행동패턴을 학습한 AI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기 때문에 AI가 가지는 어색함과 단조로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취향별로 오픈채팅방이 구성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었죠.
이전까지 사람들에게 AI챗봇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소통 욕구'였습니다. 그런데 오픈채팅방을 통해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되면서 B2C의 영역(일반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서 존재 의미가 상실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스캐터랩은 최근 B2B 시장의 진출을 시작하였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면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캐터랩은 AI 챗봇 ‘이루다’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도입 컨설팅 및 운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AI 캐릭터의 구현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왜 스캐터랩은 B2B 서비스를 시작했을까요? 관계자 인터뷰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딱딱한 어투의 챗GPT와 달리 개성 있는 페르소나의 소셜 AI와 나누는 감성 대화는 몰입감을 주고 이용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 다양한 산업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다"
2023년 챗 GPT 등장을 계기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자, 그들을 대상으로 보다 생생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 AI챗봇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인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스캐터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제 생각에는 '현재의 상태로써는 부정적'입니다.
왜냐하면 우선 B2C 기반의 '이루다'는 처음부터 수익 모델이 애매했습니다. 카카오톡의 사례를 볼 때, 메신저 서비스는 충분한 사용자를 모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래야 다른 부가서비스로 확장을 하거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이루다는 충분한 사용자를 끌어모으기도 전에, 오픈채팅방이라는 큰 암초를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시작한 B2B 서비스를 통해 활로를 뚫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관계자만 알겠지만, 일단 확실한 것은 많은 난관이 있을 거라는 겁니다.
이루다가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기업의 경영에 '본질적'으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당장 마케팅, 홍보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AI 챗봇'을 구축하는 것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괜찮은 서비스입니다.
물론 어떤 기업에서는 고객 대응의 관점에서 'AI 챗봇'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굳이 '소셜 AI화'로 해야 하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애당초 비본질적 서비스인데 거기에 옵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느낌인 것이죠.
과연 스캐터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부정적인 결론에도 불구하고 저는 '누구나 소중한 관계를 갖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스캐터랩의 비전은 강력하게 응원합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말한 전망이 틀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 생각과는 달리 B2B 서비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거나, B2C 서비스의 수익화가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죠. 후에 제가 다시 스캐터랩에 대한 글을 쓸 때, 제 발언을 철회하고 제 식견의 짧음을 한탄하면서 스캐터랩의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