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라는 건 설레면서도 무서운 것이다.
첫사랑은 나에게 첫 번째 트라우마를 남기고
첫 책은 나에게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남기고
첫 집은 나에게 기준을 남긴다.
처음이라는 것은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첫 번째에서 그치면 그것은 편협한 나의 우물이 된다.
사랑도 한 번만 해서는 상처 투성이가 되기 십상이고
책도 한 권만 읽어서는 한 가지 생각에만 갇히게 된다.
여러 번째 마주하는 "그것"은 더 이상 설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신 폭넓은 나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보상이 된다.
설렘만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순간들이 인생에는 더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