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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을 만든 사람은 ㅇㅇㅇ

초등학교 일 학년 생인 미스블루 이야기

by 미스블루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시험이라는 것을 보았다.

꼬맹이들의 시험이지만 중간고사라는 이름이 붙어있던 진짜 같은 시험을 치르고 채점이 된 시험지를 가지고 집으로 왔다.

집안의 꼬마가 처음 치러본시험에 가족들은 신기하고 기특하고 뭐 그런 기분이었나 보다.

내 시험지를 가운데 놓고 가족모두가 구경을 하고 있었으니까...

가족들이 시험지를 쭉 훝어보던 중 갑자기 왁 하고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냥 웃는 것이 아니라 모두들 배를 잡고 방바닥에서 뒹굴면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틀린 시험문제 때문에 기분이 개떡 같았고 식구들이 왜 웃는지도 잘 몰랐다.


시험 문제는 이것이었다.

왜 지금도 이 시험문제가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요?

그리고 문제 옆에는 세 글자를 써넣을 수 있도록 네모난 칸이 세 개 있었다.

주관식이었다.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세 글자의 답을....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세 개의 칸에 대부분 이 순 신이라고 적으셨을 것이다.


나는 그 문제를 틀렸다.

하얀 줄을 당기면 색연필을 감싸고 있는 살색의 종이가 둘둘 풀리며 심이 나오는 두꺼운 빨간색 색연필로 답이 틀렸다고 매몰차게 사선이 쭉 그어져 있다.

나는 거기에 답을 이렇게 적었다.


기 술 자


나도 알았다.

초등학교 일 학년 꼬맹이인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거북선과 이순신장군의 관계를..

거북선 하면 바로 이순신장군 하고 외쳐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러나......

초등학교 일 학년인 미스블루는 시험 보는 시간에 학교책상에 앉아 시험문제를 앞에 두고 골똘히 생각하였다.

당연하지 이순신 장군...

그런데... 어떻게 이순신 장군 혼자서 그 큰 배를 만들지?

나무도 잘라야 하고 못도 박아야 하고 멋지게 색깔도 칠해야 했을 텐데...

에이 무리다 무리

이순신장군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 큰 배를 혼자서 만들었겠어?

보나 마나 기술자들이 와서 도와줬겠지..

오호라 네모난 칸이 세 개가 있네

기 술 자

라고 쓰면 되겠구먼!!!!


아빠는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그래 맞지 맞아 기술자 아하하하'


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면 일부러 먼 길을 돌아 걷는 시간을 늘렸다.

걸으며 생각하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상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또 다른 세상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고 싶지가 앉아서 걷고 또 걸었다.


지금은 이곳의 특성상 차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아서 운전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즐긴다.

그러다 길을 놓치는 적이 많아서 생각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와야 한다.


오늘은 연재글을 올려야 하는 날

떠오르는 생각들을 잠자리채로 잡아서 채집용 상자에 잘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상자를 급하게 열다가 잘 데려온 생각들이 날아갈까 봐 상자의 문은 일 센티미터씩 조금씩 열어야 한다.

한 자 한 자 글자로 박제를 한 다음에야 숨을 내쉬며 생각들이 날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남들보다 생각이 많았던 아이가 이제야 이곳에 숨을 토하듯 머릿속 생각들을 글로 쏟아낸다.

사실은 아직도 기술자 라고 적은 내 답이 틀렸다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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