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토요일 아침, 음악을 들으며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짧은 글을 읽다가 읽던 페이지를 엎어놓고 잠깐 울었다. 글의 내용은 미국공항에서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방송을 듣고 찾아가니 팔레스타인 할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고 있었다는.. 당황한 항공사 직원이 통역을 부탁하자 시인은 일단 할머니를 한쪽팔로 감싸 안으며 그다지 자신 없는 아랍어로 더듬거리며 말하고, 아랍어를 들은 할머니는 울음을 그치게 된다. 비행기가 단지 몇 시간 지연된 것을 완전히 취소된 줄 알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급한일로 엘패소에 다급히 가야 했었나 보다.
시인은 할머니의 아들과 통화하며 할머니를 안심시켰고 곧 아랍어가 유창한 자신의 아버지와 통화하게 한다. 아버지와 신나게 이야기하던 할머니는 서로 아는 지인을 열명이나 찾아내고, 기분이 좋아지자 가방에서 중동의 전통 쿠키인 마물쿠키를 꺼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러나 설탕범벅으로 먹기 번거로운 쿠키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쿠키를 거절하지 않는다. 보고 있던 항공사 직원은 항공사 냉장박스에서 주스를 꺼내 모두에게 나누어 준다.
다른 나라에 살다 보니 그들에게 배우는 것들이 있다. 바로 타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 웃어 주는 것이다. 이제는 버릇이 되어 일단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씩 웃게 된다. 그 사람은 누구든 상관없다. 뭔가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가도 앞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살짝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는 기다리는 게 힘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치과에 가서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도 옆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일단 웃는다. 치과 진료를 기다리며 긴장하는 같은 처지의 사람끼리의 다독거림이 아닐까도 싶고 이러다 보니 우리 집을 방문하신 시아버님이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가 당신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려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즐거워 바라보고 계시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 멋쩍어하시지만 나는 시아버님께 일단 웃음을 날린다. 아버님은 더 환한 웃음으로 답을 하신다. 말이 필요 없다. 소리 내지 않는 웃음과 웃음을 주고받고 나면 그 사람과 나는 서로의 마음을 잠시 안아준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생전 처음 보는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가져오고.. 모두의 손은 설탕범벅이 되지만 아무도 할머니의 쿠키를 거절하지 않고..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 공항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모두 안아 주고 싶었다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이런 세상이라고..
어제까지 이상하게 세차게 불던 바람이 멈추고 햇살이 쩅한 토요일 아침이 따뜻한 눈물과 함께 시작되었다.
오늘은 누구를 웃음으로 안아줄까?
나도 이런 세상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두 팔로 가득 껴안아주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