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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Nov 04. 2023

일기를 솔직히 쓰기 시작했다

한 연예인의 고백


내가 맹물 같은 사람이 되어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새로 만들어가자 각성할 수 있었던 건 어느 남자 연예인의 한마디가 결정적 계기였다.


새해를 맞아 어느 TV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모여 새해 결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제 일기를 솔직히 쓰기로 결심했어요."

"네? 일기는 원래 솔직히 쓰는 거잖아요?"

"그렇죠. 근데 그거 아세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조차 솔직하게 쓰지 않아요. 어느 날 돌아보니 저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마음속 진심을 그대로 쓰지 않고 마치 누가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화시키고 있더라고요."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은 물론 나 또한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듯했다.

그렇다. 몇 년 전 가열찬 다짐을 하며 3년도, 5년도 아닌 10년 일기장을 구입하여 (다행히!) 며칠 빼고 모든 날들을 기록해 온 나도 그 이야기에 마음 한 구석이 확 찔려왔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기분 나쁜 친구 A의 망언을 들은 날, 나는 그래도 너른 마음으로 감싸 안자며 나 자신을 달래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스트레스를 라면과 과자로 풀며 의자에 붙어살았던 3개월 사이 몸무게가 무려 8kg가량 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날, 나는 곧 다이어트에 성공할 것처럼 긍정의 말들만 적어 놓았었다.

그 연예인의 말대로 나는 그날의 속 마음을 솔직히 쓰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고 있었다.



한 달에 한번 가는 신경 정신과에 도착한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면 심리 검사를 먼저 했다. 그동안 심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면으로 묻고 답하며 점수를 매기는 검사다.

검사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그런데 언제나 생긋 웃어 맞아주던 선생님의 미간이 내 천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점수가 높아졌지?"

"사실 저 이제부터 검사에 진짜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그래서 나빠졌나 봐요."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선생님에게 일기를 솔직히 쓰게 된 계기와 일기처럼 지면 검사도 진짜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말했다. 일기만큼 나는 검사에서도 솔직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에게 4배로 많아진 약 처방과 함께 스스로 득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의 가면을 드디어 벗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기 어렵다면 새로 만들어가자 마음을 먹고   벌써  가지 실행을 시작했다.

솔직하게 일기 쓰기, 장기 기증 신청하기, 그리고 맹물 같은 사람 되기.


과정을 다 말로 풀자면 나 스스로도 복잡한 시간들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삶의 의미 새로 만들기를 계속해 나아갈 생각이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 같아 뭔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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