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의 고백
내가 맹물 같은 사람이 되어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새로 만들어가자 각성할 수 있었던 건 어느 남자 연예인의 한마디가 결정적 계기였다.
새해를 맞아 어느 TV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모여 새해 결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제 일기를 솔직히 쓰기로 결심했어요."
"네? 일기는 원래 솔직히 쓰는 거잖아요?"
"그렇죠. 근데 그거 아세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조차 솔직하게 쓰지 않아요. 어느 날 돌아보니 저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마음속 진심을 그대로 쓰지 않고 마치 누가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화시키고 있더라고요."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은 물론 나 또한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듯했다.
그렇다. 몇 년 전 가열찬 다짐을 하며 3년도, 5년도 아닌 10년 일기장을 구입하여 (다행히!) 며칠 빼고 모든 날들을 기록해 온 나도 그 이야기에 마음 한 구석이 확 찔려왔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기분 나쁜 친구 A의 망언을 들은 날, 나는 그래도 너른 마음으로 감싸 안자며 나 자신을 달래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스트레스를 라면과 과자로 풀며 의자에 붙어살았던 3개월 사이 몸무게가 무려 8kg가량 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날, 나는 곧 다이어트에 성공할 것처럼 긍정의 말들만 적어 놓았었다.
그 연예인의 말대로 나는 그날의 속 마음을 솔직히 쓰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고 있었다.
한 달에 한번 가는 신경 정신과에 도착한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면 심리 검사를 먼저 했다. 그동안 심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면으로 묻고 답하며 점수를 매기는 검사다.
검사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그런데 언제나 생긋 웃어 맞아주던 선생님의 미간이 내 천자를 그리고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점수가 높아졌지?"
"사실 저 이제부터 검사에 진짜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그래서 나빠졌나 봐요."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선생님에게 일기를 솔직히 쓰게 된 계기와 일기처럼 지면 검사도 진짜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말했다. 일기만큼 나는 검사에서도 솔직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에게 4배로 많아진 약 처방과 함께 스스로 득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의 가면을 드디어 벗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삶의 의미를 다시 찾기 어렵다면 새로 만들어가자 마음을 먹고 난 후, 난 벌써 세 가지 실행을 시작했다.
솔직하게 일기 쓰기, 장기 기증 신청하기, 그리고 맹물 같은 사람 되기.
과정을 다 말로 풀자면 나 스스로도 복잡한 시간들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삶의 의미 새로 만들기를 계속해 나아갈 생각이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 같아 뭔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