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칭찬
수많은 감정 중 우울함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우울증 환자들은 마치 햄버거를 세트로 먹는 사람들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가끔 한다. 메인인 햄버거(우울증)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콜라, 프렌치프라이, 어니언 링, 콘 슬로 등(불안 장애, 조울증, 공황장애, 건강 염려증 등)을 야무지게 오가는 사람들.
나도 그렇다.
우울증에 불안 장애는 기본 중의 기본 옵션인 콜라처럼 늘 함께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옵션 메뉴인 프렌치프라이의 자리는 건강 염려증이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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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볼 만큼 크게 건강을 챙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즈음 아버지가 갑자기 큰 병으로 진하게 인사 나눌 틈도 없이 세상을 떠나셨고, 나는 건강 염려증이라는 프렌치프라이를 갖게 되었다. 프렌치프라이는 중독성이 강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짠맛과 기름 냄새의 유혹처럼 소리 없이 내 몸 안에 기생하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에서 시작된 것일 거다. 나도 아빠처럼 되면 어떡하지, 그래서 나 마저 엄마와 식구들을 남기고 훌쩍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우울도 분명 일부는 거기서 오는 것일 거다.
그 후 난, 검진 때가 다가오면 심리적 불안감이 매우 커지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상에 시달리곤 한다. 누가 아프다 하면 나도 아픈 것 같고, 심하면 소화만 안 돼도 큰 병은 아니겠지 하며 상상의 끝을 달린다.
생각해 보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그리움과 허전함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소리 없이 든든한 존재였단 것을 내 건강 염려증으로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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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경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얼마 전 겪은 극심한 건강 염려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 먹다 남은 항우울제를 찾아 새로운 약들과 함께 먹었다고도 했다. 속으로,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으니 약을 또 늘리자 하시겠지... 짐작을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특유의 물개박수를 쳐 주셨다.
"너~무 잘했어요. 먹던 약 찾아 먹기. 차분하게 스스로 대처하는 능력치가 한 단계 더 올라갔어요. 건강 염려증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제일...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아! 못생긴 애들 중에 제일 예쁜 애!"
"네?"
"건강 염려증 걸린 사람들 중에 제일 멀쩡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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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을 따라가 보면 아마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따른 그리움과 허전함이 이유일 것이라 거창하게 짐작한 나의 건강 염려증은 그렇게 반전의 평가를 받았다.
못생긴 애들 중에 제일 예쁜 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도 찜찜함이 남지만 그래도 예쁜 애들 중에 제일 못생긴 애가 될 확률은 높아졌다 하니 조금은 반갑다.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나는 못생겼지만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