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불량의 기억
가장 큰 단점이 공감능력 떨어지는 것인 사람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또는 그녀가 스스로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늘 공감능력을 꼽는다는 것이다. 난감함을 감추기 어렵지만 감춰야만 했다.
그 또는 그녀는 어느 날 좋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 '날씨 조~타!'라며 감탄하는 나에게 '그래서 어쩌라고?'라 말했다. 취업이 되지 않아 너무 힘든 시절엔 '좋겠다. 내일 회사 안 가도 돼서'라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문법의 대화라 늘 당황스러웠던 나는 잘못도 없이 괜히 풀이 죽어 '그냥 그렇다고...' 또는 '어. 몸은 편하지'라며 민망해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이유 없이 짜증을 낼 만큼의 짜증 나는 일이 있거나, 기분이 좋지 않아 실수한 것이겠지라고 말이다. 물론 그 한 마디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뒤끝에 남아있을 만큼 강렬했지만, 나는 그렇게 그 순간들을 넘어갔다. 장점 또한 많은 사람이기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가자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감당할 수준을 넘을 만큼의 무례한 말을 들을 때면 남들은 버럭 화를 낼만한 일에도 나는 오히려 당황하며 그 상황을 벗어나려 애썼다. 친절하고 상냥한 친구들과는 그렇게 잘 내뱉는 애드리브가 순식간에 쏙 들어갔다.
하지만 이젠 달라지자 애쓴다.
좋기만 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숨겨 체하지 말고 밖으로 뱉어내자 마음먹었다.
'그냥 날씨 좋다고. 그게 뭐 잘못이야?', '지금 그게 취업 안 돼서 고민하는 사람한테 할 소리야?'라고 내뱉자 다짐한다.
또 한 번만 그래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