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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레카 Oct 22. 2023

4살 조카한테 한 소리 듣고야 깨달은 것.

며칠 전이었어요. 

본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한 두어시간 동안 조카를 혼자서 돌보게 되었어요. 

다행히 이 녀석은 혼자서도 잘 놉니다. 

큰 조카는 늘 함께 놀아달라 조르거든요.

둘째 조카는 맘에 드는 장난감 하나면 만사 OK.

그래서 조카가 늘 가지고 놀던 장난감 박스를 내려줬습니다. 

하지만 그날 따라 형아의 장난감을 원했나봐요. 

아무도 간섭할 사람이 없으니 그럴만도 했어요. 

그런데 혼자 찾아도 안보였었는지 애타게 절 찾습니다.

한두번 못 들은 척했어요. 

장난감 많네?~ 있는 거로 가지고 놀아~~

쇼파와 한 몸이 되어 있던터라 움직이기가 싫었거든요. 

거실이 어질러지는게 싫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문득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어요. 

조카는 2020년 1월 1일에 태어난  코로나 베이비입니다.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요. 

태어난 지 열흘 만에 10시간의 대수술을 견뎠습니다. 

가슴을 열어둔 채 심장을 드러내 놓고 3일을 지냈습니다.

심장이 잘 뛰는지, 수술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려면 그래야한다더라구요. 

온 가족들이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태어난 후에도내내 가슴 졸이며 기도했습니다. 

다행히 한 달이 지나 퇴원을 했어요. 

모두들 한 마음이었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필 그 해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엄마 아빠 다음으로 배운말이 마스크입니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집 밖으로는 나가지않으려했어요.

그래서 큰 조카에 비해 밖에서고 안에서고 많이 놀아준 기억이 없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좋지않았어요. 

그럼 우리 같이 찾아볼까~

조카가 원하는 장난감을 함께 찾기 시작했습니다. 

박스 두개를 열어봐도 없습니다. 

슬쩍 조카의 관심사를 다른데로 돌려봅니다. 

"우리 과자먹을까?"

"장난감부터 찾을래!"

요지부동입니다. 

박스를 엎어서 뒤지니 이미 거실이 엉망진창이에요. 

집에서 타는 자동차 트렁크를 뒤져도 없구요. 

"아이구 장난감 없는것 같아~ 그냥 이거로 놀자"

"안돼. 나 꼭 그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어. 찾을 수 있어"

그러다 갑자기 업무관련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다른 박스하나를 밀어줬습니다. 

"잠시 통화 할 동안 여기서 찾아보렴!"

다행히 마지막 박스 안에서 조카가 원하는게 나왔어요!

의기양양하게 장난감을 손에 쥐고 조카가 말합니다. 

"이것 봐, 포기하지 않으니까 찾았잖아."

"근데 왜 자꾸 포기하려고 했어"

"다음부턴 포기하지말고 나처럼 끝까지 해봐"

하.. 4살 꼬마한테서 저런 소릴 듣다니요. 

근데 반박도 못합니다. 

사실이었거든요. 

귀찮아하는게 녀석에겐 포기로 비춰졌나봐요.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바른 말이니 새겨듣습니다. 

"응, 다음부턴 빨리 포기하지않을께!"

"그래! 포기하지 않으면 다 할 수 있다구!"

아, 너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났겠구나.

그렇게 포기하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우리 곁에 있구나.

정말 고마워. 정말 감사해.

포기하지 않아줘서.

조그만 주먹을 꽉 쥐고 흔드는 모습이 이쁩니다.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요.

때로는 이렇게 4살짜리에게도 배웁니다. 

그 덕분에 요즘은 뭔가 그만두고싶을때마다 조카녀석의 말이 자꾸  떠올라요.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4살짜리가 알려준 소중한 교훈이거든요. 

요  며칠 무리했더니 심한 독감이 찾아왔습니다. 

정신력으로  버티기엔 한계입니다. 

수액과 영양제를 맞았어요.

링거 두통에  해열 진통제 주사를 4개나 같이요.

블로그 글쓰기가 생각났습니다. 

오늘 그냥 놔버리면 1일 1포스팅이 끊어집니다. 

그냥 쉴 수도 있죠.

이게 뭐라고. 

근데 잠시 쉬려고 휴게실에 누웠는데요.

몸은 힘든데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고요.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에요.  

자꾸 그 녀석 말이 귀에 맴돕니다. 

그래서 게으름과 몸살을 핑계삼으려했던 마음을 버려요.

20분 만에 글을 써냈습니다. 

이런 일로 포기 운운하긴 좀 우습지만. 

오늘도 블로그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카의 잔소리 덕분에 깨달음을 얻은 조레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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