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과로를 했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고요.
코로나 때 보다 더 버티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하루하루 막막하지만
하루하루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잘 버티어내면 내일은 또 괜찮아지거든요.
어제는 기업 대출이자 연체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어요.
3일 안에 해결을 하지 않으면 신용 회사에 통보된데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뒷골이 뻐근하면서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앞서 연휴 기간과 이자 나가는 날 계산을 잘못해서 통장에 여윳돈을 안 넣어둔 겁니다.
작은 실수였습니다.
찰나였지만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거 대출이자 못 갚으면 어쩌지
다음 달 직원들 급여는,
당장 돌아오는 지출이 뭐가 있더라.
여유 자금은 얼마나 남았지?
순간 밀려드는 두려움의 파도는 엄청난 공포였습니다.
뭐 연체가 된 것도 아니잖아요.
어? 돈이 없었나 보네?
이렇게 가볍게 넘겨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자를 납입하는 그 짧은 1-2분 사이 동안요.
와..
나 이 정도도 감당 안 되는 거야?
스스로 너무 겁이 나더라고요.
상반기에만도 폐업 소식을 알리는 업체가 여러 군데.
저도 내색은 안 했지만 내심 스트레스였나 봐요.
같이 시작한 창업 동기들이 승승장구하면 좋을 텐데.
처음 열정은 어디 가고 다들 초라하게 떠납니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냥 단순한 포기자로 보였어요.
좀 더 버티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근데 이제는 남 일 같지 않아요.
그래서 마음이 더 쓰입니다.
이자를 내면서 생각했어요.
'폐업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이자도 내면서 버티니까 얼마나 다행이야. 잘 되겠지'
오늘은 4시에 일어나 종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어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요즘 같은 때에 바쁘니까요.
이렇게 힘들고 어렵지만 곧 괜찮아지겠죠.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허세가 아니어야 합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오늘을 잘 살아내고 있으니까요.
보통 저는 저렇게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저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을 쭉 이야기하고요.
그래도 괜찮아라든지.
그렇지만 잘 하고 있잖아 또는.
그래도 다 좋아.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저 스스로를 위로하는 걸 수도 있고요.
상황을 낙관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서 그럴 수도요.
저를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는요.
저의 저런 화법이 너무 싫데요.
어렵고 힘들면 그냥 그 이야기로 끝맺어도 되는데.
꼭 마지막에 희망찬 밝은 미래가 있다!!!
이런 투로 고난과 역경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같데요.
굳이 그럴 필요 있냐고.
사실 아니지 않냐고 불안하고 무서우면 그래도 된다고.
무슨 전래동화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꼭 그런 결말이기만을 원하냐고요.
사실 제가 늘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어요.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됐었어요.
그런데 참 고쳐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여전히 힘든 이야기 끝에는 그래도 좋아입니다.
어젯밤에는 장례식장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해 전에 어머니 병 수발을 오래 했던 친구예요.
어머니도 오래 아프셨습니다.
늦 여름부터 아버지가 좀 안 좋으시다고 했어요.
두어 달 애쓰며 간병했는데 결국 어제 돌아가셨어요.
친구는 외동입니다.
차려진 빈소가 너무 썰렁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두어 달 간병하며 혼자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이 너무 안됐습니다.
눈물을 그렁거리며 애써 울음을 참으며 한다는 말이
"우리 아버지, 그래도 엄마보다는 덜 힘들게 가셨어.
얼마나 다행이야. 나는 그래서 좋게 생각해."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정말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어요.
얼마나 두려울까요.
그런데도 다행이라니요. 좋게 생각한다니요.
슬픔을 나타내기보다 아버지가 편히 가셔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를 보면서 마음이 서글펐습니다.
동시에 저 또한 안심했어요.
아, 슬프지만 그 안에서 그래도 좋은 걸 찾아내는 친구니까 조금만 힘들고 금방 추스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기대나 희망이나 긍정적인 게 그래도 좋잖아요.
좌절하고 절망하고 괴로워하는 것 보다요.
긍정의 화법.
어쨌거나 다 좋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질 거야~
저에겐 저 말이 수리수리 마수리 얍! 마법입니다.
절망이 이 정도라 감사하고 곧 나아질 거라는 확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충분히 만족한 날이었습니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이렇게 블로그 글쓰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좋습니다.
내일도 무사한 하루를 기대하며 조레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