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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이 Jan 23. 2021

겁쟁이가 꿈쟁이로 일어서는 마중물, 책과 도서관

  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책은 유머 책이었다.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유머 책은 나조차도 웃기지를 못했다. 그걸 읽고 웃기려 한 게 미스였을까. 사람들에게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썰렁한 헛웃음만을 주었다. 그 뒤로는 책을 안 봤다. 유머 책도 재미없는 사람이니 다른 책은 읽기 힘들 거라 지레짐작한 것이다.

  몸은 운동으로 어느 정도 튼튼해지고 근력이 붙어 자신감을 좀 찾았는데, 기본 상식조차 없는 뇌는 어디를 가나 대화에 끼지를 못했다. 겨우 말하는 게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해요 란 부정적인 말들뿐이었다. 지금은 그런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 보면 안타깝다 예전 내 모습 같아서. 딸은 점점 커가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심리도 궁금해서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찾았다. 심리서적을 몇 권 빌려서 나오다 도서관에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책만 대여해 주는 게 도서관에서 하는 일인 줄 알았다. 깨어 있지 못한 내가 남들에게 뒤처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책을 빌리고 하루에 한 번 몇 장이라도 꾸준히 읽다 보니 독서 습관이 생겼다. 독서도 근력이 생긴다더니 정말 그랬다. 소극장에서 하는 여러 강연도 도서관이 코앞이 다 보니 가서 들었다. 듣다가 질문 시간이 되면 마이크를 잡고 질문도 하는 용기도 생겼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이젠 크게 두렵지 않다.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느낄 때 행복하다.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 쓰기와 책 읽고 토론하는 수업도 하고 있다. 조금 두렵지만 재미도 느낀다. 운서동 살 때는 도서관이 구름다리 하나 건너면 있어서 자주 이용했는데, 하늘도시로 이사 오고부터는 어쩌다 이용한다. 집에서 조금 멀기도 하고 오르막길도 있어서 자전거 페달을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도록 밟아야 도서관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가까울수록 좋다. 

  옛 말에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도서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나는 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서관 수업을 꾸준히만 듣는다면 어느 장소에 가든 딱,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겁쟁이라 용기가 부족해도 좋아하는 운동과 책과 도서관 수업을 꾸준히 하면 애벌레가 나비로 살 수 있다는 것도. 나는 시 수업시간에 내가 쓴 시를 선생님께 제출하면 합평을 하는 시간에 가끔씩 칭찬을 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내가 꼭 그렇다. 시를 짓는 게 재밌기도 하고 칭찬받는 것도 좋아서 수업 때마다 몇 편씩 준비해 갔다. 시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 언젠가 꼭 시집을 내야지 하는 꿈이 생겼다. 겁쟁이로 시작한 인생이 꿈쟁이로 일어선 것이다. 내 안에 여러 존재를 다 인식하고 용기 있게 살며 많이 변화를 했는데 그런 나로 바꾼 것은 운동과 도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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