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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박사 Jun 28. 2020

핀테크, 머신러닝

3년 차 #2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술

2015년에 학위 과정을 시작했으니, 그즈음에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AI는 경제학에는 그리 널리 활용되지 않았지만, 계량 모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머신 러닝 기법을 활용한 경제 지표 예측이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금융 쪽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AI는 곧 금융 시장에 적용하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기술과 금융을 접목한 핀테크(Fintech)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더군다나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서는 이미 핀테크가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었고, 금융당국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핀테크 전담 조직을 별도로 설립해서 명실상부 핀테크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런던에서 공부하는 게 아니었으므로 신문물에 대한 아쉬움은 배가 되었다. 나름대로 학교에서 열리는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곤 했는데, 그럴수록 어떻게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잠깐잠깐씩 블로그를 통해 관련 글을 찾아 읽다 보니 유튜브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강좌를 무료로 공개하는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로 된 강좌도 많았지만, 한글로 된 강좌 중에는 홍콩과기대의 김성훈 교수님의 강좌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라온피플이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머신러닝 기법의 기초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해놓은 포스팅이 꽤 많이 있었는데 머신 러닝의 기초를 닦는데 무척 유용했다. 또한, 머신 러닝의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Python이 필수적인데, 다양한 블로그의 글들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기초를 익힐 수 있었다. PDF 형태로 웹상에 공개해 둔 "Jump to Python"은 그야말로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꼭 박사 학위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관심과 시간만 있다면 요즘 가장 핫하다는 머신러닝을 혼자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물론, 좀 더 체계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선형대수학 같은 대학 수준의 수학이 좀 필요하지만, 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그다지 높은 수준의 수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매력이었다.


조금씩 기초를 닦아 나가면서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서도 최근에 개발된 따끈따끈한 기술들이 접목된 연구결과가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머신러닝 기법이 제시해준 대로 투자를 했더니 꽤 높은 수익률이 나오더라 같은 연구는 금방 현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링키드인을 통해서 논문 저자의 현 직장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런던에 위치한 헤지펀드에서 펀드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그즈음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는 학부생들이 뉴스에 나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 학교에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을 찾는 머신러닝 기법을 배워서 그대로 투자했더니, 엄청난 수익률을 얻었더라는 얘기였다. 인터뷰를 하는 뉴스 앵커나, 학생들이나 모두 흥분해서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마치, 보물섬이라도 발견한 양 말이다.


그러나, 조금씩 공부를 더 해나가면서 알게 된 사실은, 머신러닝 기법이 정확한 또는 유익한 결과를 예측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단지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는 그 기법이 무척 유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왜?"를 설명할 수 없다면 과연 그 기술은 무엇인지 아직은 답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한편으로는 "왜?"를 답하기 위한 머신러닝 기법들이 연구가 되고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엄청난 수준의 기술을 목격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공부한 머신러닝은 최종적으로 내 마지막 논문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다. 머신러닝을 통해 예측한 경제 변수가 하나의 축이 되어주었다. 나는 아직도 머신러닝을 거의 모른다. 그렇지만, 누가 내게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내가 관심을 잃지 않는 한 계속해서 알아가고 내가 필요로 하는 곳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정말..이제는 학위보다 관심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학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큰 시대가 왔다. 

(한 머신러닝 초보 박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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