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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h Mar 26. 2024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

쉽게 하든, 어렵게 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공감하는 것

당신 기업, 조직에서 내부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필요성이 형성되었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수립할지 실질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세상 대부분 일이 정답이 없는 것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수립 방법 또한 정해진 답은 없다. 수학공식처럼 정형화되어 있지도 않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출발할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한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한다.

브랜드 방향성 수립 시 고려하는 방법들

하나, 사내 직원을 구성해서 TF 중심이 되어 만든다.

둘, 제삼자의 외주 전문회사를 찾아서 진행한다.

셋, 내외부 교수 혹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진행한다.

넷, 관련 경험을 가진 사람을 신규 채용한다.

다섯, 회사 오너, 경영자가 만든 후 Top-Down 방식으로 내린다.

기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방법들을 쓰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군가 위의 방법 외에 다른 경험을 갖고 계시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위의 다섯 가지 방법은 메인 진행자의 역량, 경험, 결정권자와의 관계, 기업의 문화 등 내외부의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화된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5가지 방법을 통해 대략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회사 자체적으로 진행 (추천) 

회사 내부에 경험이 있는 직원이 있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외부 강의를 듣기도 하고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강의를 통해서 지식을 얻더라도 내용의 심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결정권자와 내부 참여자로부터 합의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힘들다. 멤버 구성원마다 바라보는 관점과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까지 논리와 설득을 위한 장치가 꾸준히 요구된다. 특히 조직문화가 경직되어 있는 경우, 멤버 구성원 간 브랜드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약할 경우에는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내부적으로 할 수 있지만, 내부 결정자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브랜드는 장기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회사 이익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다른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 지기가 쉽다. 결정이 어려운 이유도 정확한 마감기한이 없기 때문에 뒤로 미뤄진다. 시간이 있다면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 지치고 중간에 홀딩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부에서 진행하면 현 회사의 상황을 잘 아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첫 번째 방법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부공유와 합의를 이룬다는 점이 내부에서 시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우리의 강점과 약점, 외부에는 발설하기 힘든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현실가능한 결과물이 나온다. 다만 브랜드를 수립할 때는 미래를 위해 지금의 단계를 넘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out of box  접근이 쉽지 않다. 또한 시간 제약의 문제도 직면한다. 하루에 브랜딩 업무 외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수십 개의 메일과 미팅으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시간을 갖는 담당자 입장에서 내부 진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삼자에게 위임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두 번째, 브랜드 전문 회사, 광고회사, PR회사 등 외주회사 활용  

앞서 말한 것처럼 내부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3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한다. 내부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외주에 위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비용이 발생하고, 최종 산출물을 소화해서 내재화하는 시간이 소요되거나, 공감대를 얻지 못해 내부화가 안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담당자가 브랜딩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되면 시장이나 산업 특성, 회사 내부 상황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이해도의 한계가 발생한다. 결과는 당연히 내부 상황, 영업 현장과는 거리감 있는 아웃풋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외주로 진행할 때는 담당자가 브랜딩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문 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전문기관이 해당 산업 현황에 대해 실무진의 깊이까지 맞추고 간극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깊이가 달라진다. 브랜드 수립을 위해서는 외부 시장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내부에서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내부 조직 체계와 회사 문화 등을 공유하고 실행가능성을 파악해야 적용가능한(Feasibility) 실행 방안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담당자가 제삼자의 손을 통해 결정권자를 설득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지난 브랜드 아이덴티티 과업 수행을 생각해 보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꼭 이해하고 견지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회사와 외부수행의 경험과 정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이다. 상당 부분 외부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자료들이 많다. 즉 외주기관이 접근하기 힘든 내외부 자료들이 매우 많다. 제3기관 기관이 해당 산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Market Information을 전달해서 외주 기관을 거인의 어깨에 올려놔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업무에 치이다 보니 전문기관에서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모든 것을 일임할 때는 형식적으로 과업이 필요하거나, 회사에 애정이 없고 떠날 때 그렇게 하도록 하자. 외주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통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영점 사격과 같다. 첫 시작에 영점을 서로 맞추지 않으면 이후의 결과물은 돌이킬 수 없다. 광고주 사이드에서 업무를 해보니 지속적으로 내부의 고민과 세부적으로 관여하고 중간에서 브리지 역할을 잘 수행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다른 하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에 대한 정의다. 브랜드 컨설팅, PR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수립할 때 가장 큰 차이는 결과물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이다. 많은 경우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카피, 슬로건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과장해서 70% 이상이 새롭고 멋진 말을 원한다. 말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이자만, 결과물은 카피나 슬로건 형태를 요청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브랜드가 가야 할 장기적인 방향성이지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슬로건이 아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우리가 가야 할 명확한 방향성이다. 소비자들을 매료하는 카피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다음이다. 


세 번째, 회사 자문단 중심으로 진행 


보통 자문단은 대부분 경험이 풍부한 사외 이사 혹은 교수등 전문성을 가진 1~2명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브랜드나 마케팅 부분은 학계 교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문을 받더라도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야 하는 건, 여러분이나 회사 담당자의 몫이다. 때로는 자문 교수가 독자적으로 외주회사와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담당자입장에서는 이렇게 진행하는 게 차라리 속편 하기도 하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 기업, 유통기업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문단을 중심으로 킥오프 하는 것을 종종 봤다.


전체를 총괄하는 것이 아닌 최종 결과물 혹은 중간 과정으로 자문을 받는 경우에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생존이라는 문제 앞에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본인의 존재를 부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는 과정과 결과물이 때로는 중요한 성과가 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으로 인해 성과를 얻기 위해 무리한 개입과 실무와 떨어진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과거에 재직 중인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할 때나 외주기관에서 컨설턴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회사 자문을 받으면서 진행했다. 두 개 다 모두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물론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자문교수과 협업으로 멋진 결과물을 만든 적도 있다.) 많은 경우 내부에서 팀들이 생각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진행한 과정을 다시 번복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자문단을 활용한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정권자와의 신뢰로 인해서 설득이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내부의 이해가 높기 때문에 결정권자의 의사결정이 쉽게 이뤄진다. 사내 자문가의 역량과 경험에 따라 결과물이 많이 달라진다. 학계에 있더라도 현업을 경험한 교수와 그렇지 않은 가에 따라 현장 적합성에도 차이가 난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도출한 결과물이 고객 지향적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론적인 전략에 치우친 나머지 시장의 니즈를 못 담는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해진다. 내부 멤버의 참여 비중이 적어서 내재화도 힘을 못 받는다. 시장 친화적이지 않고, 내부에서 출발하지 않은 경우 그 결과는 내부 담당자 혹은 그다음 사람의 숙제로 남기도 한다. 이런 점만 잘 알아도 효율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할 수 있다.


네 번째, 전문가를 채용

문제는 채용 이후 회사와 입사자의 기대 차이(Gap)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회사는 브랜드 전문가를 뽑았으니 알아서 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주기관의 도움 없이 채용자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으로 생각한다. 입사자는 브랜드를 진행하기 위한 회사의 투자와 지원을 당연히 기대한다. 브랜딩이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을 요구한다. 회사는 브랜딩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사람 채용에서부터 물적, 인적자원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내하고 힘을 쏟기 바란다. 그런 환경이라면 힘든 것을 감내하고 함께 만들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은 환경이라면 하루하루가 벽과 싸우는 힘든 회사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필자는 사람만 채용하면 알아서 해결하겠지라는 곳에서 1년을 버텼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짧은 1년 동안 약 60여 개의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팀구성원 없이 혼자 기업 브랜드 전략을 진행했다. 기업브랜드 전략 수립 결과는 어땠을까? 사내의 지지가 없는, 경영진만 수고했다고 인정한 500여 장의 전략보고서만 남았을 뿐이다.


여러분이 만약 브랜드 전문가를 채용해서 진행하려고 한다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으면 한다. 할 수 있었다면 이미 많은 회사가 목적에 달성했으리라. 브랜딩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생각과 목표를 응집하는 과정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런 목표점을 만드는 과정이고 결과물이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외부인이 내부의 환경을 이해하고, 부서 간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면서 최적의 아웃풋을 이끌어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누군가 이런 상황에 있다면 3개월 안에 회사의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빠른 속도로 전개하기 바란다. 회사가 당신을 채용한 것이 회사입장에서는 투자였으며 아웃풋을 내는 데 인내심을 갖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다섯 번째, 대표가 주관으로 진행 (추천)

기업 대표나 CEO가 직접 관리하고 결정한다. 수행 난이도를 떠나서 대부분의 회사가 기업 브랜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챙겼으면 한다. 회사문화가 수직적인 구조에서 오히려 효율적이고 더 빠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의사결정도 빠르다. 다만 내부 직원들의 생각과 공감을 어디까지 얻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 시 진행 주체에 따른 장단점

각 방법론에 대한 평가는 실제 진행하면서 경험과 다수 클라이언트의 의견들을 토대로 정리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의 목적, 즉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사의 내재화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이해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mind set이 뭣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내부의 문화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경영기획,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가 함께 수립하는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첫 번째를 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더 이상 나의 브랜드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지 말았으면 한다. 비용도 줄이고 가장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있는 당신이 직접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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