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시인

글그림

by 글그림

내가 한창 사랑받을 시절에

나는 불행했다.


이별을 겪어야 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죽을 만큼 괴로웠다


내가 꿈을 꾸어야 하는 시절에

나는 가난했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두어 벌 옷가지와

손에 쥔 십오만원이

가진 전부였다.


내가 가장 아름답던 시절에

나는 병들었다.


망가진 뇌 때문에

세 번의 수술과 약으로

몸과 마음도 지쳐갔다


내가 가장 행복해야 할 시절에

나는 모든 걸 잃었다.


가장 믿었던 사람이

날 배신하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렇게 나는 영겁처럼 느껴지는 고통에

오랫동안 침묵하고 괴로워해야 했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것처럼

머릿속이 깨끗해질 무렵


나는 용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행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