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벚꽃 숲

by 글그림

젖은 손으로 붙잡은

우산 아래 흐르는 시간은

헤아려도 끝없이 이어지네


어렴풋이 기억 속 어딘가

환하게 부서지던 벚꽃 그늘 아래

젖은 빛깔마저 투명한 꽃잎들


가늘 가늘 숨 쉬는 빗소리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던 꿈결 같은 풍경 속

내 뺨 위로 차가운 꽃물을

흘려보내던 벚꽃 숲


세상이 짓궂게 비를 뿌려도

아픈 기색 없이 촉촉한 미소 머금은

꽃잎들의 섬세한 숨결


흩어진 꽃잎 밟고 걷는

꿈결 같은 길에서

포근했던 당신의 품처럼

아늑했던 벚꽃 숲


훗날에도 아련히 떠오를

덧없는 아름다움 한 조각은

빗물에 씻기어도

지금의 벚꽃은 찬란한

마음 한 자락에 피어나네


차가운 빗물에 젖어

애처로운 벚꽃 잎 한 장처럼

무겁게 내려앉는 마음 하나


2025.04.06